丹朱受命 靑天雁 畵閣人其像籠鴻 色擧用色 胡亥虛亡
夫政也者柔浦蘆也 漢水濱含蘆飛行 飛鴻得意天空濶
[譯] 단주수명이라. 청천에 기러기요, 누각에 사람인데, 그 상이 농홍이라. 색이 다하여 다시 단장을 하니 호해는 허망하다. 무릇 정사라는 것은 부드럽기가 물가의 갈대와 같아서 한수 가에 갈대꽃 흩날리니 비홍이 득의하여 천공을 활주하느니라.
註
1. 기러기가 상징하는 의미는 소호씨의 鳥師관작과도 연관 지어 볼 수도 있다.
2. 수명(受命) : 천명을 받음. 여기서는 수명을 수명(壽命)을 받는 것으로 정의하여 둔다.
이는 선천의 용어로는 천자가 된다는 뜻이지만, 상고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와는 무관하다. 상나라가 帝를 칭하다가 얼마 후 망하였는데, 초기 상나라에서 군주는 상제에게 제사를 지내다가 후기로 가면서 帝는 하늘을 관장하는 천제와 땅을 통치하는 상제로 이분화되어 상나라의 돌아가신 왕이 상제가 된다. 시경에서 上帝, 帝, 天이 혼용됨은 이러한 이유이다. 이는 천지의 위격질서에 대한 반역이며, 천명으로 상나라가 망한 것으로 보인다.
상나라의 멸망은 당시의 천시(天時)가 조상을 상제와 동일시 한 주(紂)임금에 대하여 천도에 대한 반역으로 보았다는 것이며, 천지공사 상에서 “천자를 도모하면 죽는다”는 상제님의 말씀은 바로 이에 대한 도수를 공사로 정하였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좌언동의 <중국 고대국가의 수뇌의 칭호>에는, ‘고대 중국의 최고 수뇌에 대한 칭호는 맨 처음에는 후(后)라 하였고 나중에 왕이라 하였으며, 진시황 때 비로소 황제(皇帝)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중국의 신화연구에 독보적인 학자인 원가(袁珂)는 중화종족의 시조 황제(黃帝)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황제는 염제보다 약간 뒤늦게 출현한 일개 대신(大神)으로, 고서에도 황제(皇帝)로 썼으나 그 의미는 사실 황천상제(皇天上帝)라는 뜻이다. 帝자는 시경 서경 역경과 갑골문 종정문(鐘鼎文)에 나오는데, 원래 상제(上帝)를 가리키는 말이다. 皇은 또 帝의 형용사로 帝가 광휘하고 위대하다 꾸민다. 예컨대 <詩 大雅 皇矣>에서 말하는 皇矣上帝라든가, <小雅 正月>에서 말하는 有皇上帝라든가, <魯頌 閟宮>에서 말하는 皇皇后帝와 같은 것들은 모두가 다 상제의 장엄하고 위대한 것을 찬미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옛날 國君은 모두 帝라 칭하지 않았다. 주대에 비로소 왕이라 하기 시작하여, 문왕 무왕에서 진(秦)나라에 멸망당한 마지막 난왕(赧王)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직 왕이었다.(중국고대신화, 화하출판사, 94p)
원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紂) 임금 때에 이르러 상(商)의 왕들이 제(帝)라는 칭호가 붙으면서 帝乙, 帝辛 등의 기록 흔적이 남겨진 것으로 보인다. 종교학대사전의 삼명설에 따르면, “수명(受命)이라는 것은 효경위원신계(孝經緯援神契)에 〈연수(年壽)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듯이 수명(壽命)을 말한다”라고 한다.
3. 안(雁) : 기러기. 가을. 자오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님. 건곤의 방향을 알려줌. 믿음과 상서로움. 전령.
안(雁)은 작은 기러기, 홍(鴻)은 큰 기러기로 칭하는데, 鴻이 붕새나 봉황(鵬·鳳)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왕오천축국전에 혜초가 지은 시에서도 기러기가 전령의 의미로 등장한다.
달밤 남천축국 길 위에서/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노라/너 가는 편에 편지 한 장 부치노라/내 나라는 하늘 저 동쪽 아득한데/남의 땅 대지 서쪽 끝에 와 있으니/여기선 기러기조차 보지 못하누나/그 누가 날 위하여 고국 소식 전해주랴
4. 화각인(畵閣人) : 화각은 단청한 누각을 말한다. 누각에 모셔진 사람의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누각을 지키는 사람의 의미이다.
참고로, 한(漢)나라 남궁(南宮) 안에 운대(雲臺)라고 하는 누대(樓臺)가 있는데 후한(後漢) 명제(明帝)가 선대(先代)의 공신을 추념하여 등우(鄧禹) 등 28명의 장수의 화상을 이곳에 안치한 것이 화각에 모셔진 28장이다.
5. 롱홍(籠鴻) : 롱(籠)은 쌓아놓은 돌을 가리키기도 하고 대나무로 엮은 새장을 말하기도 하는데 차곡 쌓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여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동할 수 있는 기러기라는 의미도 된다. 여기서는 새장 속의 새의 의미로 본다. 누각을 지키는 누각인이 롱홍이다.
6. 색거용색(色擧用色) 호해허망(胡亥虛亡)
-색거(色擧) : 얼굴 모습을 띄움. 擧는 제사지냄의 의미이기도 함. 위태로움에서 미리 떠남을 의미.
-용색(用色) : 음양이 만나서 색을 낸다는 의미. 빛이 바뀐다는 의미.
‘고전번역총서, 이상하 (역), 2009’에, <논어(論語)〈향당(鄕黨)〉에 “새가 사람의 기색을 보고 날아올라 한참을 빙빙 돈 뒤 내려와 앉는다.[色斯擧矣 翔而後集]” 한 데서 온 말로, 사람이 해칠까 조심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주를 달아 색거(色擧)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청천안(靑天雁)은 청조이며, 농홍은 백조이다. 농홍이 날아오르니 호해가 망한다는 의미이다.
- 호해(胡亥) : 진나라 2세 황제. 녹도서를 잘 못 해석한 진시황에 의한 비극.
사기 <이사열전>에 따르면, 조고가 궁밖의 위사들을 백의로 갈아입혀 놓고 궁으로 들어가 호해에게 도적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호해는 누각에 올라가서 보니 흰 옷 입은 사병들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이 서 있다. 대경실색한 그에게 조고는 칼을 꺼내어 자결할 것을 권유한다. 호해가 죽은 후 조고는 옥새를 차고 함양궁으로 돌아와 등극하지만, 백관들이 따르지 않았고, 그가 대전에 오르려 하자 대전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이후 자영이 조고를 죽인다.
7. 비홍(飛鴻) :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명당. 여기서는 보상(輔相)에 해당하는 재상으로 해석하여 진리의 참 모습을 드러내는 백안(白雁)의 비홍(飛鴻)으로 해석한다.
《예기》 곡례(曲禮)에 ‘앞에 거기(車騎)가 있으면 비홍(飛鴻)의 그림을 내건다.’고 한 대문의 기(騎)자에 대해 설자(說者)는 《좌전(左傳)》 소공(昭公) 25년의 “좌사(左師) 전(展)이 공(公)과 함께 말을 타고 돌아가려고 한다.”는 대문을 인용하여, 기(騎)가 있다는 증거는 되지만 경전(經典)에 없기 때문에 주(周) 나라 말엽의 예(禮)라고 하니, 소진(蘇秦)이 말한 ‘수레 천 승과 말 만 필[車千乘騎萬匹]’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주역》 계사(繫辭)에 ‘복우승마(服牛乘馬)’라 하였는데, 복(服)이 곧 무거운 것을 끌어당기는 것[引重]이고 보면 승(乘)은 말탄다[騎]는 승이 아니겠는가? 또 상고할 만한 것이 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저 높은 산을 오르려도 내 말이 병들어 피로하도다.” 하였는데, 최외(崔嵬)니 고강(高岡)이니 하는 곳을 차를 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니, 말[騎]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성호사설)
비홍은 ‘수레 천 승과 말 만 필[車千乘騎萬匹]’을 부리는 재상을 말하는 의미이다.
비홍에 대한 고사로 황희정승의 조부 황균비(黃均庇)의 묘에 대한 도선국사와 나옹선사의 이야기가 있다.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에서 내려 남원에서 순창 가는 24번 국도로 갈아타고 비홍(飛鴻)재를 넘으면 풍계서원이 있는 전북 남원시 대강면 풍산리 산촌마을인데, 이 마을 뒷산 중턱이 풍수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당묘가 하나 있다. 바로 황희(黃喜) 정승의 조부인 황균비(黃均庇)의 묘다. 도선국사가 비홍치(飛鴻峙)에 이르러 탄식하며 "홍곡단풍형(鴻鵠斷風形)은 여긴데 淸相(청빈한 재상)은 어디 있는가?"라고 했다 하며, 나옹선사는 ‘蘆가 안산이 되어 飛鴻이 명당’이어서 묘를 쓰되 송악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다 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명당이 비홍이다.
o 계곡집(谿谷集) > 계곡선생집 제33권 > 칠언 절구(七言絶句) / 비홍관 운(飛鴻館韻)
호남 고을 갈대밭 추색이 완연 / 蒹葭秋色滿湖州
오랜 길손 다급한 일정 아직도 퍼질러 앉았어라 / 久客嚴程尙滯留
부러울손 저 기러기 아무런 걸림 없이 / 却羨飛鴻無罣礙
추워지면 따뜻한 곳 마음대로 찾아가니 / 違寒就暖摠便謀
위 계곡집의 비홍관 시문에서 비홍은 갈대밭의 가을 풍경과 어울려 풍수 명당론과 같이 갈대와 기러기의 짝으로 쓰이고 있다. 설원(說苑)〈담총(談叢)〉에 “순풍을 타고 날아 기력을 돕고, 갈대를 물고 날아올라 주살을 피한다.〔順風而飛 以助氣力 衘葭而翔 以備矰弋〕”라고 하여, 역시 갈대는 기러기에게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의미이다.
8. 득의(得意) : 뜻이 이루어짐
[해석] 단주가 명을 받으니, 파란 하늘에 기러기 줄지어 날고 단청한 누각에 있는 사람은 그 형상이 새 장속의 기러기와 같다. 롱홍(籠鴻)이 기색을 보고 천공을 날아올라 짝을 지으니 호해는 허망하다. 대저 정사(政)라는 것은 부드럽기가 물가의 갈대이거늘, 漢水 가에 갈대꽃이 흩날리니 비홍(飛鴻, 輔相)이 득의하여 천공을 활주하느니라.
연약한 柔浦蘆가 가을이 되어 함로(꽃핀 갈대)가 되어 꽃을 흩날리니 비홍(보상, 정승)이 득의하여 천공을 활주하는 형국이라는 의미-세상이 바뀌어 새로운 인물이 비상함을 말한다.
이 구절의 해석은 매우 복잡하다. 첫째는 단주수명이고, 두 번째는 기러기이다. 청천안(靑天雁)과 농홍(籠鴻)과 비홍(飛鴻)이다. 그리고 화각인(畵閣人)이다. 단주수명이 기러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며, 화각(단청한 누각, 궁전)의 사람이 색거용색(色擧用色)한다는 것이다. 색거용색(色擧用色)은 다중적 해석이 필요하다. 뜻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단주가 천명을 받으니, 청천의 기러기가 이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화각안의 사람은 새장 속의 새와 같은 기러기(鴻)의 형상이다.
기러기는 문자모영도나 고사를 참고할 때, 믿음(信)을 상징하고 서신을 전달하는 전령의 의미가 있다. 40000km를 날아서 이동하는 철새이며, 남북방향으로 이동하므로 전지구적 메신저로서 자오선 혹은 건곤정위의 의미로 해석된다. 기러기라는 새의 의미는 소호금천씨의 조사(鳥師) 관직을 연상하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