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동 공사 심층분석
3. 시경 벌가장의 의미와 재실의 주인공-체용 관계
하루는 여러 종도(從徒)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천하에 수기(水氣)가 고갈(沽竭)하였으니 수기(水氣)를 돌려야 하리라” 하시고 그 뒷산 피란동(避亂洞) 안씨재사(安氏齋舍)에 가시어 그 앞 우물을 댓가지로 한번 저으시고 가라사대 “음양(陰陽)이 고르지 못하니 재사(齋舍)에 가서 어떠한 연고(緣故)인지 물으라” 하시니 안내성(安乃成)이 응명(應命)하고 재사(齋舍)에 들어가 물으니 재직(齊直)은 사흘전(三日前)에 사거(死去)하였고 그 처(妻)만 있거늘 돌아와서 사유(事由)를 아뢰니, 또 가라사대 “다시 행랑(行廊)에 가서 보라. 딴 기운이지지(支持)하여 있도다” 하시니라. 내성(乃成)이 그 행랑(行廊)에 들어가서 보니 행상(行商)하는 남녀(男女) 두 사람(二人)이 들어 있거늘 돌아와서 사실(事實)을 고(告)하였다. 상제님이 이에 재사(齋舍) 청상(廳上)에 오르시어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서천(西天)을 바라보고 만수(萬修)를 고창(高唱)하게 하시며 가라사대 “이 가운데 동학가사(東學歌詞)를 가진 자가 있으니 가져 오라” 하시니, 과연(果然) 한사람이 가사(歌詞)를 내여 올리고 물러나거늘 상제님이 그 책(冊) 중간(中間)을 펴고 한 절을 읽으시니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여 기칙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업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近)이라. 목전지사(目前之事) 쉽게 알고 심량(深量)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未來之事) 같지 않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라 하니라. 처음에 미성(微聲)으로 한 번 읽으시니 백일(白日)에 문득 뇌성(雷聲)이 발(發)하거늘 다시 크게 읽으시니 뇌성(雷聲)이 대포(大礮) 소리와 같이 일어나서 천지(天地)를 굉동(轟動)하며 화약(火藥) 내음이 촉비(觸鼻)하고 또 지진(地震)이 강렬(强烈)하게 일어나서 모든 사람이 정신(精神)을 잃고 엎어지거늘 상제님이 내성(乃成)에게 명(命)하여 각기 일으켜 세우시니라.
이 공사에서 재직의 아내와 행랑채 남녀의 관계 또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재실을 지키는 주인공이 재직이며 이 공사가 안씨재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씨재실이 궁극적으로 공사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재실이 공사의 모티브라면 재직의 아내는 당연히 공사의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이는 체용(體用)의 관점에서 곤(坤)의 의미로 재직의 아내를 체(體)로 본다면 행랑의 남녀는 용(用)의 의미이다. 이는 안내성를 통한 성경신의 공사도와 관련짓는다면, 재실의 본채는 장신궁(長信宮)으로 상정할 수 있으며, 행랑은 이제원(夷弟院)으로 상정할 수 있다. 또는 신장도(信章圖)의 장신궁과 관련지어 장신궁의 부처를 아미타불로 볼 때 재직의 아내는 협시佛인 관세음에 상정된다. 아미타불의 작용불로 협시佛인 관세음이 신장도의 사람 인(人) 변의 부처로 본다면 행랑의 남녀는 기러기에 해당하며, 정음정양의 기운을 일으키는 작용의 주체가 된다.
서천을 바라보고 만수를 부르게 하신 것이나, 동학가사의 한절인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여 기칙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업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近)이라. 목전지사(目前之事) 쉽게 알고 심량(深量)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未來之事) 같지 않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를 읽으신 이유가 재직의 아내와 행랑의 남녀와 관련된 것이다. 서방은 아미타불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공사가 무신년(1908) 6월에 행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부터 105년이 지난 시간과 무관하지 않음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동학가사의 이 구절은 ‘흥비가(興比歌)’의 구절인데, 시경 벌가장에서 유래한 구절이다. 흥비가는 계해(癸亥, 1863)년에 지어진 것으로 총 93구절로 되어 있는데, 시경(詩經)의 문체인 흥(興)과 비(比)를 사용하여 예시한 것으로, 흥(興)이란 다른 물건을 읊어서 목적하고자 하는 것을 일으켜 알리고자 하는 것이고, 비(比)는 특정 사물을 끌어와서 이와 상황이 비슷한 다른 것을 가리키는 문체이다. 이는 이 구절의 해석을 흥비가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알 수 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여기서 한가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863년 계해부터 100년째가 1962년 임인년이고, 다시 50년째가 2013년 계사년이고 63합위길흉도수에 맞닥뜨리는 해가 2023년이다. 이것은 유서의 임인(壬寅)과 결부시켜 볼 때, 2022년이 임인년이므로 어떤 상징성이 예상된다. 1908년 6월부터 100년을 채우고 다시 15수를 채우는 때와 동시에 일치하므로 이것이 궁극적으로 시간적 의미에서 어떤 중요한 마디가 될 것임은 미리 추정하여 볼 수 있다.
동학가사의 흥비가 구절은 시경 벌가장에서 해석하면, 그 의미가 명료해진다. 시경국풍(詩經國風)의 빈풍(豳風) 벌가(伐柯)의 전문을 인용하여 본다.
伐柯如何(벌가여하) 도끼자루 베려면 어떻게 하나
匪斧不克(비부불극) 도끼 아니면 벨 수가 없다네.
取妻如何(취처여하) 아내 맞으려면 어떻게 하나
匪媒不得(비매불득) 매파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네.
伐柯伐柯(벌가벌가) 도끼자루 베려면, 도끼자루 베려면
其則不遠(기칙불원) 그 본보기 멀리 있는 것 아니네
我覯之子(아구지자) 아내를 만난다면
籩豆有踐(변두유천) 그와 더불어 예식을 취하리라.
흥비가의 구절은 벌가장의 두 번째 절에 나오는 것이다. ‘伐柯伐柯 其則不遠’이란 구절만 등장하지만, 이 구절의 내용이 바로
我覯之子(아구지자) 아내를 만난다면
籩豆有踐(변두유천) 그와 더불어 예식을 취하리라
라는 것이다. 시경 해석에서 이것을 비(比)라 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와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피란동 공사의 안씨재실의 재직의 아내와 관련된 것이다.
이 구절의 유래는 주공이 동쪽으로 가서 분주하여 사람들이 만날 수 없었는데, 주공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노래로 그것을 아내를 만나 예식을 올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이 구절의 해석에서 我覯之子(아구지자)의 我를 동쪽 사람들로 之子를 그 처로 해석한다고 하여, 아내를 얻어 예식을 올리는 것처럼 주공을 만나는 것이 멀리 있지 않음에 대한 비유라고 하지만, 피란동 공사에서 볼 때에는 재실의 재직이를 만나기가 어렵지만 그 처를 만나기 쉬움과 같음이며, 또한 행랑채의 봇짐장수 남녀를 만나는 것이 재직의 처를 만나는 것임과 같음을 말함이다. 벌가장의 첫 절은 주공을 만나기가 어려움에 대한 비(比)이고, 둘째 절은 주공을 만나기가 쉬움에 대한 비(比)이다.
처음에 미성(微聲)으로 한 번 읽으시니 백일(白日)에 문득 뇌성(雷聲)이 발(發)하거늘 다시 크게 읽으시니 뇌성(雷聲)이 대포(大礮) 소리와 같이 일어나서 천지(天地)를 굉동(轟動)하며 화약(火藥) 내음이 촉비(觸鼻)하고 또 지진(地震)이 강렬(强烈)하게 일어나서 모든 사람이 정신(精神)을 잃고 엎어지거늘 상제님이 내성(乃成)에게 명(命)하여 각기 일으켜 세우시니라.
동학가사를 읽자 대낮에 뇌성이 일어나고 크게 다시 읽자 뇌성이 크게 일어났다. 이는 역(易)의 대장(大壯) 괘의 상이다. 하늘 위에서 강한 양이 진동함이니 양 기운이 장성하는 대장괘의 상인 것이다. 이 괘의 상을 ‘우뢰 소리가 중천에서 위세를 떨치는 상태’라고 하였다. 바른 자세를 지키면 길하다고 하였는데, 효사의 마지막에 ‘숫 양이 울타리에 뿔이 걸려 물러서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안씨재실 공사는 우물과 댓가지에서 건곤을 정위하는 공사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재직의 아내가 홀로 있는 독음이므로 이를 행랑의 남녀의 기운으로 정음정양의 기운을 돌려서 재실의 독음에 응하여 하늘 위의 양인 가장 강한 양(震) 기운을 발동시켜서 천지의 수기를 돌려 만물이 생성순환하도록 하는 공사이다.
이는 난법으로 극에 다다른 숫양의 뿔이 울타리에 걸린 상황과도 같은 한계 상황을 돌파하는 새로운 기운을 발동시켜서 포교대운의 마지막 판을 성공케 하는 공사이며, 난법을 피하여 진법을 펼쳐내는 공사인 것이다. 천문이 응하는 것으로 현무경 천문부인 사부(巳符)가 작동하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사부(巳符)에서 비자주자(飛者走者)는 날으는 자, 달리는 자로 이는 금수대도술을 의미하며, 지심대도술의 후천으로 연결되는 천문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천문부를 부문천(符文天)으로 표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于從(우종) 于衡(우형)은 시공간의 의미로 보이기도 하지만, 종(從)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따라가서 살아감을 의미하고 형(衡)이 권병(權柄, 권력)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강약이 조화를 이루는 음양의 조화를 말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문부가 음양부로 연결됨을 말한다.
이를 난법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이는 현무경의 천문부 문장을 곡해하는 해석이다. 현무경은 난법이니 진법이니 하는 것을 짜놓은 도수가 아니라 공사의 진액인 물형부이다. 난법을 특별히 공사의 물형부로 정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피란동 공사는 현무의 천문 음양 정사의 기틀이 드러나는 공사이며, 피란동의 난(亂)은 난법을 말한다. 난법을 벗어나 진법을 펼치는 곳이 피란동인 것이다.
피란동 공사의 주역괘상의 흐름은 지천태를 실현하기 위하여 대장(大壯)괘와 화지진(火地晋)괘로 실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에서 뇌성이 발하는 것은 양의 불기운이 장성함을 뜻하는 대장(大壯)괘의 상이며, 지진이 강렬하게 일어남은 지화명리(地火明夷)에서 화지진(火地晋)으로 드러남을 뜻한다. 명이(明夷)는 불이 땅 속에 있는 상으로 광명함이 손상을 받는 어둠의 세계인데, 기자(箕子)가 압박과 고난에 대처하던 상황이라 했다.(箕子之貞 明不可息也) 화지진(火地晋)은 이와 반대로 불이 땅 위로 드러난 상이므로 진(晋)은 나아감(進也)으로 밝음이 지상에 나온다(明出地上)고 하였다. 밝은 태양이 지상에 돋아 오르니 군자가 천부의 명덕을 밝게 한다고 한다. 덕으로 백성들을 대하니 백성들이 순종하는 대길운의 괘라고 한다.
유서 해석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방3리화의 불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진(晋)은 진출(進也)하는 것인데, 옛 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취하는 혁명을 말한다. 피란동 공사의 결론도 혁명이다.
이는 수부님의 신정공사에서 1929년(己巳) 8월 21일 추분절 치성에서 바둑판을 방 한가운데 놓으시고 장점을 놓으신 후 “天動 地動 人動 萬物合動 所願成就”라고 외치시며 10여인으로 하여금 따라 읽게 하시고, 담배대를 들어 달을 향하여 좌로 두르시고, 또 우로 두르시고 하시니 달무리가 담배대를 따라 돌아가는 공사와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