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송의 정호 정이 형제)가 말한, 마땅히 공자와 안연을 찾아 즐길 바이다.
[譯] 공자와 안연의 도를 찾아서 천하사의 도를 찾아 즐긴다.
[해석] 유학은 치천하를 하는 학문의 도이다. 치천하를 위한 도통맥이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唐)나라의 한유(韓愈)에 이르러 비로소 맹자를 추존할 줄 알았고, 정호 정이 형제에 이르러 맹자가 공자(孔子)ㆍ안연(顔淵)의 정통(正統)을 얻은 것을 알았다고 한다.
논어에서 공자가 안연을 칭찬하였다.
"현명하다, 안연은!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곳에 사는 힘든 생활을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하지만 안연은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현명하다, 안연이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안연은 석 달은 마음에서 인을 어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 지속되면 다행이다.”
"내가 안연과 하루종일 말하더라도 그는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무 대꾸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사생활을 보면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안연은 어리석은 게 아니었다."(吾與回言終日, 不違, 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안연이 일찍 죽자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라고 통곡했다. 옆에서 너무 통곡한다고 말하자 "통곡이라고! 내가 그를 위해 통곡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통곡하랴?"라고 말했다. 공자가 말하였다. "안연은 학문을 좋아하여(好學), 분노를 옮긴 적이 없으며(不遷怒), 잘못을 두 번 반복하는 일이 없었다(不貳過). 그러나 불행히도 단명하여 일찍 죽어서 지금은 아무도 없고, 아직 누가 학문을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애석하다! 나는 그가 전진하는 것만 보았지 주저앉는 것을 본 적이 없다."(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自能帆帶夕陽千里 沒天連 秋水一人歸司空
스스로 능히 돛대 달아 석양 천리에 배 띄우고 가을 강에 한사람 사공되어 돌아온다.
[譯] 공자와 안연의 도를 아는, 치천하의 도를 아는 한 사람이 스스로 돌아온다.
사공(司空) : 고대 관제의 6경제도에서의 재상급 관직
曙小聚數家 秋靄裏平波 千頃夕陽西 馬山朝霧 鹿門落月 銀浦夜火 玉瀑春波
北亭暮煙 西海落照 倉洞翠屛 漢川歸帆 天邊獨島蕭蕭去 巖際孤筇兀兀移 晦菴
새벽이라 집에 모인 사람은 적고 가을 안개는 편평한 물결처럼 고요하다.
일천의 이랑 석양은 서쪽에 물들었다. 마산에는 아침 안개 자욱하다.
녹문에는 달빛 드리우고 은빛 포구에는 밤 불빛 밝고 옥빛 폭포는 봄 물결 일렁인다.
북정에 저녁연기 피어 오르고, 서해에 낙조 깃드는데, 창동에는 푸른 병풍 둘렀고,
한천에는 돛배 돌아온다.
하늘 가에 외로운 새 쓸쓸히 날아가고 바위 끝에 의지한 대나무 우뚝우뚝 솟아있다.
[해석] 후천의 장안 도성의 팔경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산의 아침안개, 녹문의 달빛, 은포의 밤불, 옥폭의 봄물결, 북정의 저녁연기, 서해 낙조, 창동 취병, 한천 귀범이다.
-마산(馬山) : 구례군 마산면(馬山面) 황전리(黃田里), 지리산 노고단(老姑壇) 서쪽에 화엄사가 있다.
-녹문(鹿門) : 두보시에 견흥(遣興)에, “녹문산으로 함께 들어가지도 못하고鹿門攜不遂(록문휴불수)”라고 하였으며, 희청(喜晴)에, “한수 남쪽에 녹문이 있으며漢陰有鹿門(한음유록문)”라고 하였다.
-은포(銀浦) : 천하(天河) 혹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은하수의 나루터를 말한다. 곧 한수 나루터를 의미.
-옥폭(玉瀑) : 서울 서대문구 옥천동에 옥폭이라는 폭포가 있었다고 한다.
-북정(北亭) : 옥담시집(玉潭詩集)에 난새 꼬리로 자주 북쪽 정자를 소제한다(鸞尾頻將掃北亭)고 하였으며,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선인(仙人)〉이란 시에 “손으로 흰 난새 꼬리를 잡고, 밤중에 남산의 구름을 쓴다.[手持白鸞眉 夜掃南山雲]” 하였고, 왕기(王琦)의 《회해(滙解)》에 “난새 꼬리로 빗자루를 만들기 때문에 구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창동취병(倉洞翠屛) : 창동은 남대문 안. 취병은 '비취색 병풍'이라는 뜻으로 살아 있는 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생(生)울타리이자 궁궐의 핵심지역과 일부 상류층의 정원에만 사용된 친환경 담을 말함.
春風碧水雙鷗爭 落日靑山萬馬來. 金地夜寒消美酒 玉人春暖倚東風.
千里湖山秋色淨 萬家煙火夕陽遲. 鴉飜楓葉夕陽動 鷺立蘆花秋水明 烟橫傳望乘擄水
봄 바람 부는 벽수에 기러기 다투듯이 짝짓고 해지는 청산에 일만의 말이 온다.
차가운 밤 절(金地)에는 맛있는 술이 없고 따사로운 봄에 미인은 동풍에 기댄다.
천리에 뻗은 호수와 산은 가을 색을 다투고 일만의 집의 저녁 연기는 석양에 머문다.
낙엽처럼 나는 까마귀떼 석양에 움직이고 갈대밭에 서있는 해오라기는 가을 강을 밝힌다.
안개는 옆으로 퍼져서 망루에 올라 강을 사로잡는다.
[해석] 기러기는 유서에서 빼놓을 수 없이 등장하는 상징성이 있다. 짝을 짓는다는 것은 번식을 말하며, 식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청산은 계림 즉 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만마리의 말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의 뜻있는 이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옥인(玉人)을 직역에서는 미인으로 풀이했지만 인격이 고결한 사람을 뜻하기도 하므로, 성인군자가 따사로운 봄의 상서로움(동풍)에 기댄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동풍은 경주용담의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