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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5 09:47
[옥산진첩] 천하사를 말한다
 글쓴이 : 칠현금
 
荷花嬌欲女 愁愍蕩舟人 綠水明秋月 南鶴得之於華亭 養地於朱方翔遼廓
부용의 아름다운 꽃은 여인같아 가엾은 걱정으로 뱃사람을 흔들고 푸른 물에 가을 달이 밝다.
남국의 학은 화정에서 이것을 보고 남방으로 양지 찾아 머나먼 허공을 날아오른다.
 
[譯] 부용꽃이 아름답게 피어 뱃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가을의 물결 위로 달이 밝으면 남쪽 지방의 학은 화정에서 이것을 보고 따사로운 주방(남방)으로 이동한다.
 
[해석] 아름다운 세상이 근심 걱정을 모아서 핀 부용같아 뱃사람 즉 범씨와 장씨같은 사람을 흔들어 놓는다. 고달픈 세상살이에 바쁜데 후천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 달이 떠오르면 각자 살기 위하여 머나먼 여정을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남학이 살기 위해 이동하는 것처럼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함을 말함이다. 남학이 먼 여정에 오르듯이 천하사의 여정에 참여해야 함을 말함이다. 또는 부용의 아름다움과 같은 천하사에 대한 유혹이 뱃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遼廓 : 요확 - 허공. 멀고 넓음. 요곽 - 넓은 성. 여기서는 가을하늘이 말끔하다는 의미.
朱方 : 오나라를 이르는 말로 남방
 
514년 양자강 하류 초산(焦山) 섬의 한 바위에 사랑하는 학을 묻고 슬픔에 못이겨 돌에 새겨놓은 예학명(瘞鶴銘)이 있다. ‘임신년 화정(華亭)에서 얻었는데 갑오년 주방(朱方)에서 죽었구나. 하늘은 내가 멀리 날아다니는 것을 허락치 않는구나......비단에 싸 이 산 밑에 묻는구나...’
 
이백의 녹수곡이란 시에 녹수추명월(綠水明秋月)이 등장한다.
(李白綠水曲詩曰綠水明秋月。:"绿水明秋月,南湖采白苹。荷花娇欲语,愁杀荡舟人。")
 
화정(華亭)은 강소성(江蘇省) 송강부(松江府) 화정현(華亭縣)
 
1792년(정조 16) 성균관 유생으로 다닐 때 정조의 문체반정(文體返正)에 걸려 벼슬길에 나가지 못한 이옥[李鈺]의 문무자문초(文無子文鈔)의 청남학가소기(聽南鶴歌小記)에 가객 남학(南鶴)에 대한 기록이 있다. "남학은 서호(西湖) 막수촌(莫愁村)에 사는 사람인데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데 남학의 노래는 벽을 사이에 두고 들어야지, 그의 얼굴을 대하고 들어서는 안 된다. 남학이 비록 노래를 잘 부르지만 용모는 아주 추하였다. ··· 남학이 스스로 이야기해 주었다. '일찍이 다방 골 김씨와 노닐었을 때, 김씨가 나를 여자로 변장시켜 어두운 방에 놓아두고, 촛불을 켜지 않아 기녀들을 속이니, 기녀들이 내 목소리를 사모하여 모두 무릎을 가까이 대고 둘러앉아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자매처럼 아주 은근히 대하였다네. 계면조 후정화(後庭花) 이 십여 곡을 부르고 나서 김씨가 갑자기 마루에 가득한 촛불 빛으로 나에게 비추니 모두 깜짝 놀라 소리치며 기막혀 했고, 반시간 동안이나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서 우는 자도 있었다네.' 많은 사람이 크게 웃었다. 남학과 동시대에 기생 귀엽(貴葉)이라는 여자가 또한 남자 목소리를 잘했다고 한다."
 
막수(莫愁)란 노래하는 사람으로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이다. 노래는 시절을 따라서 불러야 함과 같이 남학이 의미하는 것은 철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그 바뀐 세상의 노래를 불러야 함을 말함이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주가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일화이다.
 
 
程夫子云 當尋仲尼顔淵所樂處
정부자(송의 정호 정이 형제)가 말한, 마땅히 공자와 안연을 찾아 즐길 바이다.
 
[譯] 공자와 안연의 도를 찾아서 천하사의 도를 찾아 즐긴다.
[해석] 유학은 치천하를 하는 학문의 도이다. 치천하를 위한 도통맥이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唐)나라의 한유(韓愈)에 이르러 비로소 맹자를 추존할 줄 알았고, 정호 정이 형제에 이르러 맹자가 공자(孔子)ㆍ안연(顔淵)의 정통(正統)을 얻은 것을 알았다고 한다.
 
논어에서 공자가 안연을 칭찬하였다.
 
"현명하다, 안연은!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곳에 사는 힘든 생활을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하지만 안연은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현명하다, 안연이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안연은 석 달은 마음에서 인을 어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 지속되면 다행이다.”
 
"내가 안연과 하루종일 말하더라도 그는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무 대꾸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사생활을 보면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안연은 어리석은 게 아니었다."(吾與回言終日, 不違, 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안연이 일찍 죽자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라고 통곡했다. 옆에서 너무 통곡한다고 말하자 "통곡이라고! 내가 그를 위해 통곡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통곡하랴?"라고 말했다. 공자가 말하였다. "안연은 학문을 좋아하여(好學), 분노를 옮긴 적이 없으며(不遷怒), 잘못을 두 번 반복하는 일이 없었다(不貳過). 그러나 불행히도 단명하여 일찍 죽어서 지금은 아무도 없고, 아직 누가 학문을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애석하다! 나는 그가 전진하는 것만 보았지 주저앉는 것을 본 적이 없다."(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自能帆帶夕陽千里 沒天連 秋水一人歸司空
스스로 능히 돛대 달아 석양 천리에 배 띄우고 가을 강에 한사람 사공되어 돌아온다.
 
[譯] 공자와 안연의 도를 아는, 치천하의 도를 아는 한 사람이 스스로 돌아온다.
 
사공(司空) : 고대 관제의 6경제도에서의 재상급 관직
 
 
曙小聚數家 秋靄裏平波 千頃夕陽西 馬山朝霧 鹿門落月 銀浦夜火 玉瀑春波
北亭暮煙 西海落照 倉洞翠屛 漢川歸帆 天邊獨島蕭蕭去 巖際孤筇兀兀移 晦菴
새벽이라 집에 모인 사람은 적고 가을 안개는 편평한 물결처럼 고요하다.
일천의 이랑 석양은 서쪽에 물들었다. 마산에는 아침 안개 자욱하다.
녹문에는 달빛 드리우고 은빛 포구에는 밤 불빛 밝고 옥빛 폭포는 봄 물결 일렁인다.
북정에 저녁연기 피어 오르고, 서해에 낙조 깃드는데, 창동에는 푸른 병풍 둘렀고,
한천에는 돛배 돌아온다.
하늘 가에 외로운 새 쓸쓸히 날아가고 바위 끝에 의지한 대나무 우뚝우뚝 솟아있다.
 
[해석] 후천의 장안 도성의 팔경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산의 아침안개, 녹문의 달빛, 은포의 밤불, 옥폭의 봄물결, 북정의 저녁연기, 서해 낙조, 창동 취병, 한천 귀범이다.
 
-마산(馬山) : 구례군 마산면(馬山面) 황전리(黃田里), 지리산 노고단(老姑壇) 서쪽에 화엄사가 있다.
-녹문(鹿門) : 두보시에 견흥(遣興)에, “녹문산으로 함께 들어가지도 못하고鹿門攜不遂(록문휴불수)”라고 하였으며, 희청(喜晴)에, “한수 남쪽에 녹문이 있으며漢陰有鹿門(한음유록문)”라고 하였다.
-은포(銀浦) : 천하(天河) 혹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은하수의 나루터를 말한다. 곧 한수 나루터를 의미.
-옥폭(玉瀑) : 서울 서대문구 옥천동에 옥폭이라는 폭포가 있었다고 한다.
-북정(北亭) : 옥담시집(玉潭詩集)에 난새 꼬리로 자주 북쪽 정자를 소제한다(鸞尾頻將掃北亭)고 하였으며,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선인(仙人)〉이란 시에 “손으로 흰 난새 꼬리를 잡고, 밤중에 남산의 구름을 쓴다.[手持白鸞眉 夜掃南山雲]” 하였고, 왕기(王琦)의 《회해(滙解)》에 “난새 꼬리로 빗자루를 만들기 때문에 구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창동취병(倉洞翠屛) : 창동은 남대문 안. 취병은 '비취색 병풍'이라는 뜻으로 살아 있는 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생(生)울타리이자 궁궐의 핵심지역과 일부 상류층의 정원에만 사용된 친환경 담을 말함.
 
 
春風碧水雙鷗爭 落日靑山萬馬來. 金地夜寒消美酒 玉人春暖倚東風.
千里湖山秋色淨 萬家煙火夕陽遲. 鴉飜楓葉夕陽動 鷺立蘆花秋水明 烟橫傳望乘擄水
봄 바람 부는 벽수에 기러기 다투듯이 짝짓고 해지는 청산에 일만의 말이 온다.
차가운 밤 절(金地)에는 맛있는 술이 없고 따사로운 봄에 미인은 동풍에 기댄다.
천리에 뻗은 호수와 산은 가을 색을 다투고 일만의 집의 저녁 연기는 석양에 머문다.
낙엽처럼 나는 까마귀떼 석양에 움직이고 갈대밭에 서있는 해오라기는 가을 강을 밝힌다.
안개는 옆으로 퍼져서 망루에 올라 강을 사로잡는다.
 
[해석] 기러기는 유서에서 빼놓을 수 없이 등장하는 상징성이 있다. 짝을 짓는다는 것은 번식을 말하며, 식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청산은 계림 즉 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만마리의 말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의 뜻있는 이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옥인(玉人)을 직역에서는 미인으로 풀이했지만 인격이 고결한 사람을 뜻하기도 하므로, 성인군자가 따사로운 봄의 상서로움(동풍)에 기댄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동풍은 경주용담의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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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롱대사 13-12-10 22:22
 
南鶴得之於華亭 養地於朱方翔遼廓 

남학이 살기 위해 이동하는 것처럼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함을 말함이다. 
감사 드립니다
칠현금 13-12-11 00:06
 
남은 부분이 문제네여. 공개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고....
갈마대사 13-12-11 23:51
 
아이 모르것네.  누가 상제님 따라서 자신이 남방삼리화라던데, 갑오년에 주방에서 시해선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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