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관천(觀天)
觀天之道,執天之行,盡矣。故天有五賊 見之者昌 五賊在心,施行于天。宇宙在乎手,萬化生乎身。
하늘의 도를 살피고 하늘의 운행을 본받아 집행하면 모든 이치를 포괄하느니라. 그러므로 하늘에는 오적(五賊)이 있으니, 이것을 보는 자는 창성하고, 오적이 마음에 있으니, 천하에 베풀어 시행함이니라. 우주가 손안에 있고, 만 가지 조화가 몸에서 나오느니라.
함허(涵虛)는 관천지도(觀天之道)는 개구(開口)이니 음부(陰符)를 설(設)함이요, 집천지행(執天之行)이란 접구(接口)이니 문득 양화를 보양함이라 하였다. 원숙진(袁淑真)은 말하기를, 관천지도(觀天之道)는 이치이고, 집천지도(執天之道)는 행함이니 곧 음양동정의 의(宜)를 다함이라고 하였다.(淑真曰:但觀天之道而理,執天之道而行,則陰陽動靜之宜盡矣) 진의(盡矣)란 관(觀)함에 그칠 뿐이라는 뜻이다. 화양(和陽)이 술(述)하기를, ‘천(天)은 만물의 어머니로, 영명(靈明)한 성(性)인 바 사람에 있어 신(神)을 이루며 하늘 가운데 허공과 화합하여 유행하는 이치이니 이를 얻어 사람 되고 지키면 진(眞)이 된다’고 하였다. 관천지도(觀天之道)는 성학(性學)이며 집천지행(執天之行)은 명학(命學)이니 성명쌍수(性命雙修)하면 다시 무슨 방법이 필요하랴. 관(觀)은 돌이켜 살펴보아 체득(體得)한다는 뜻이며 집(執)은 단단히 잡아 보수(保守)하여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상(易象)에 천행건(天行健) 군자이자강불식(君子以自强不息)이라 하였는데, 천도를 관(觀)한다는 것은 그 생성과 창수(暢遂)함을 관찰함이고 집천행(執天行)은 곤(坤)이 천행(天行)의 뜻을 이어 뒤따르는 데에까지 이르므로, 첫 두 구절은 건곤의 두 괘를 암시하며 포괄하여 앞서 있어 음부가 곧 주역의 도라 하였다.
하늘(天)이란 음양의 정기이니,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떠서 천이 되고, 음의 정기는 무겁고 탁한 것이라 아래로 가라앉아 땅이 된다. 천지는 서로 연하여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열자어구(列子禦寇)에 이르는 기국(杞國) 사람이 말하기를, 하늘은 기가 쌓여있을 뿐이고 땅은 흙덩이가 쌓였을 뿐이니 땅보다 위에 있은 즉 모두 하늘이요, 자(子)는 천중(天中)에서 일행(日行)이 마침이니, 하늘이 무너짐을 어찌 우려하리오. 그러므로 천지 즉 음양의 두 기운을 알고, 기운 가운데 자(子)가 있어, 이름하여 오행이란 것으로 음양이 동하여 작용하는 바라. 만물이 바탕으로 삼아 생함이니 만물은 오행의 자(子)니라. 그러므로 사람으로 하여금 천지음양의 도를 관(觀)하고 하늘의 오기를 집(執)하여 그것을 행하는 즉 흥하고 망함을 알게 되고, 생사를 통찰할 수 있다. 이 밖에 관하고 집하는 도는 다시없는 까닭에 말을 다한 것이다.(天者,陰陽之精氣也,輕清者上浮為天,陰之精氣重濁者下沉為地。天地相連而不相離,故列子禦寇謂杞國人曰:天積氣耳,地積塊耳,自地已上則皆天也,子終日行於天中,奈何憂天崩乎?故知天地則陰陽之二氣,氣中有子,名曰五行者,陰陽之動用也。萬物纔而生焉,萬物則五行之子也。故使人觀天地陰陽之道,執天之五氣而行,則興廢可知,生死可察。除此之外,更無可觀執,故言盡矣)
원숙진(袁淑真)은 하늘이 오행을 낳음을 이른 것이 오적이니(天生五行謂之五賊) 하늘을 받들어 행한다면 (奉天而行) 우주는 장중에 있고 만물은 신상에서 생한다고 하였다. 음부경은 오행이라 하지 않고 오적(五賊)이라 하였으며, 도(道)와 기(氣)를 말하지 않고, 도(盜)와 기(機)라고 한다. 도가의 양생의 법을 말하는 의미에서 기본적 단어의 개념이 지닌 의미는 다소 생소하지만 나름대로 깊히가 있다. 오적(五賊)이 오행이니 상생과 상극의 묘가 있어 서로 훔쳐서 숨기고(盜藏) 서로 마땅한 기미(機微)를 능히 통견(洞見)하면 도기(道氣)가 창륭(昌隆)한다. 대개 오행이 인심 중에 있어 상극상생(相剋相生) 상도상의(相盜相宜)하니 능히 이 묘의가 하늘의 그러함을 관찰하여 사람도 천(天)의 시행(施行)을 체득한다면 우주가 손에 있고 만화(萬化)가 몸에 생한다. 이미 몸에 조화가 생긴다면 오적(五賊)도 적(賊)이 아니다.
건도(乾道)는 이치이고 곤도(坤道)는 건도(乾道)가 운행하는 것이니, 하늘의 이치는 살펴서 돌이켜 보면 그것이 땅에서 일어나는 음양오행의 작용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를 따라서 잘 체득하고 보수하면 흥망과 생사를 통찰할 수 있으므로 관(觀)하고 집(執)하라 한 것인데, 이치를 살펴서 집행하면 이것이 성(性)과 명(命)을 같이 닦는(性命雙修) 도이니 몸에서는 양기를 보양하게 됨이고 치국과 강병에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전쟁에서 이기는 병법의 길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