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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21:03
[옥산진첩] 구양수의 추성부와 셸리의 서풍부
 글쓴이 : 칠현금
 
雪無未成雲着地 秋聲不斷雁連天
아직 눈이 없어 구름 머물 곳 없는데 추성은 끊어지지 않고 기러기는 하늘에 줄지었다.
 
[譯] 아직 7월이라 가을의 문턱이지만 눈이 없어 구름이 머물지 않는 청명한 하늘에 기러기가 줄지었다는 것이다. 기러기가 이동을 하기 시작하는 때라는 것이다.
 
[해석]  주역에서, 곤괘(坤卦)의 덕은 한없이 크고 널리 형통함을 상징한다. “서남득붕(西南得朋)이 내여류행(乃與類行)이라”고 했는데 이는 서남에서 같은 음(陰)의 동류인 離와 兌를 만남을 말한인데, 서남에서 벗을 얻어 이에 동류자와 더불어 덕을 지킴을 말함이다. 그래서 군자는 이 괘상을 본받아 그 덕을 돈후하게 하여 만민을 포용한다고 하였다.이 구절은 구양수의 추성부를 연상하게 한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대한 문장은 추성부가 으뜸이다. 구양수의 추성부와 영국시인 셸리의 서풍부를 해석으로 대신한다.
 
셸리 (Percy Bysshe Shelley, 1792 - 1822)의 <서풍부 : Ode to the West Wind>
 
오 거센 서풍이여,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너의 존재로부터 메마른 잎새들은
마치 마법사로부터 도망치는 유령처럼 달아나는구나.
누르스름하고, 검고, 창백하며, 병에 걸린 듯 빨간
역병에 고통받는 무리들: 오 그대 서풍은 날개
달린 씨앗들을 어두운 겨울의 침상으로 몰아간다.(중략) 
 
오 들어보라 서풍이여! (중략)
 
세월의 무거운 중압감이 나를 사슬로 묶고 굴복시켰네.
그대와 같이 길들일 수 없고, 빠르고, 자존심 강한
나를 쇠사슬로 묶고 굴복시켰구나.
 
나의 영혼이 되어다오. 네가 내가 되어다오. 맹렬한 자여!
 
마치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인류 사이에 내 말을 흩뿌려다오!
잠자는 대지에 내 입을 통해 전해다오
예언의 나팔이 되어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
 
 
구양수 추성부 :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 놀라 귀기울이며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石+平)湃;如波濤夜驚, 風雨驟至.
처음에는 바스락 바스락 낙엽지고 쓸쓸한 바람부는 소리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其觸於物也,(金+從)錚錚, 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기도 했다.
 
予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 童子曰:"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달과 별이 밝게 빛나며,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予曰:"噫嘻, 悲哉!此秋聲也, 胡爲而來哉?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雨+非)云斂;
나는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어찌하여 온 것인가? 저 가을의 모습이란, 그 색은 암담하여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힌다.
 
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其意蕭條, 山川寂寥.
가을의 모양은 청명하며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난다. 가을의 기운은 살이 저미도록 차가워 피부와 뼛속까지 파고 들며, 가을의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해진다.
 
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綠縟而爭茂, 佳木蔥籠而可悅;
그러기에 그 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한 것이다.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
풀들은 가을이 스쳐가자 누렇게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진다. 그것들이 꺾여지고 시들어 떨어지게 되는 까닭은 바로 한 가을 기운이 남긴 매서움 때문이다.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가을은 형관이요, 때로 치면 음의 때요, 전쟁의 상이요, 오행의 금에 속한다. 이는 천지간의 정의로운 기운이라 하겠으니, 항상 냉엄하게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가을은 상성으로, 서방의 음을 주관하고, 이칙으로 칠월의 음률에 해당한다.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상(商)'은 '상(傷)'의 뜻이다. 만물이 이미 노쇠하므로 슬프고 마음 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夷)'는 '륙(戮)'의 뜻이니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니 마땅히 죽이게 되는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된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爲槁木, 黟然黑者爲星星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하게 되어서는, 마땅히 홍안이 어느 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 버리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금석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하고 있는가?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하는가?"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동자는 아무 대답없이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는데,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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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롱대사 13-12-10 09:07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가을은 상성으로, 서방의 음을 주관하고, 이칙으로 칠월의 음률에 해당한다.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상(商)'은 '상(傷)'의 뜻이다. 만물이 이미 노쇠하므로 슬프고 마음 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夷)'는 '륙(戮)'의 뜻이니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니 마땅히 죽이게 되는 것이다. 
감사 합니다
원형이정 13-12-10 09:25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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