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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21:00
[옥산진첩] 연경가는 길, 기회는 두번
 글쓴이 : 칠현금
 
終日空廷霹 魚龍不暫閒 奔流于海息 爲是道途艱
종일토록 빈 뜨락에 벼락치니 어룡은 잠시도 한가롭지 못하여
분주하게 달려서 바다에 이르리니 이 길은 너무도 어려운 길이니라.
 
[譯] 어룡이 물을 만나서 바쁘니 길행(吉行)이다. 그러나 어려운 길이다. 백옥반을 화산으로 가져오기 위하여 가는 길이다. 이를 어룡이 분주하게 달려서 바다에 이르는 것으로 말함이다.
 
[해석] 청천에 벼락을 치니 어룡이 한가하지 못하다는 직역인데, 어룡이 물을 만난 격이니 매우 상서로운 길이라는 풀이가 된다. 이 구절부터는 본격적인 연행기로 볼 수 있다. 연경가는 길에 어룡퇴를 지나는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사 즉 연경이면서 북경인 천자의 도성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어려운 길이라고 하고 있다. 연경에 화산이 있기 때문에 백옥반을 매어서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연경으로 가는 것이다.
 
앞에 나온 구절의 ~還華嶽’과 ‘~立馬看’ 과 관련지어 볼 때, 화산에 백옥반(달)을 매어 두기 위하여 말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민가의 길쌈하는 것을 보고, 의주에서 책문까지의 연행로에서 어룡퇴에서 왕팔석에 이르는 과정으로 보인다.
 
계산기정(薊山紀程) 제5권 부록(附錄)의  도리(道里)의 기록에 따르면, 탕산성에서 책문에 이르는 사이에 사평가는 길에 어룡퇴가 있다.
 
의주(義州)에서 책문(柵門)까지 전체거리가 120리인데, 압록강(鴨綠江), 소서강(小西江), 중강(中江), 방피포(防陂蒲), 구련성(九連城). 옛 진강부(鎭江府), 항두하자(恒頭河子), 구련성참, 망우(望隅), 자음복(者音卜), 일명은 하마당(蝦蟆塘), 비석우(碑石隅), 송우(松隅), 마전판(馬轉板), 사와자(沙窩子), 석우(石隅), 금석산(金石山), 중아문(中衙門), 일명은 질광현(質光峴), 탕타자(湯他子), 건포(乾浦), 세포(細浦), 유전(柳田), 탕참(湯站). 일명은 탕산성(湯山城), 총수참(蔥秀站), 어룡퇴(魚龍堆),. 일명은 지타이(知他爾), 차유장항(車踰獐項), 일명은 사평(沙平), 왕팔석(王八石), 상룡산(上龍山), 책문(柵門)
 
계산기정(薊山紀程) > 계산기정 제1권 > 만도(灣渡) ○ 계해년(1803, 순조 3) 11월[24일-30일]
왕팔석야(王八石野)
어룡퇴(魚龍堆)부터는 산이 더욱 높아지고 물이 더욱 빨리 흘러 조금도 사막 같은 느낌이 없었다.
 
상룡산(上龍山)
상룡산은 봉황산(鳳凰山)의 끝 줄기이다. 산 위에 소나무가 있는데 오종종하고 키가 크지 않았다.
 
변경 문 깎은 듯한 상룡산에는 / 邊門削立上龍岑
소나무 만 길 석벽에 앙증하게 서 있네 / 松樹昂藏壁萬尋
삭북의 눈바람도 침범하지 못하고 / 朔雪胡風侵不得
푸른 잎은 스스로 늦게 시들 마음 있네 / 蒼髯自在後凋心
 
연행기에서는 압록강을 넘어서면서부터 사막이 이어지는데, 어룡퇴에서는 사막의 느낌이 나지 않고 산이 높고 물이 빠르다고 하고 있다. 현재 지리적 상황과는 다른 기록이지만 연경(燕京) 즉 조선사의 경사(京師)이고 북경을 가는 연행기의 로정에 어룡이 있다. 왕팔석의 들을 지나서 봉황산의 끝줄기 상룡산은 소나무가 많이 있다.
 
 
非雲亦非雨 山色杳難分 莫道自天降 盖從瘠下云
아름답고도 상서로운 기운이지만 산색이 아득하여 분별하기 어려우니라.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말하지 말라. 척하에 이르면 모두 따르느니라.
 
[譯] 구름도 아니고 비도 아닌 것이 산색을 분별하기 어려운데, 이는 상서로운 징조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온다고 말하지 말라. 다 망하고 나서야 모두가 따르는데 이는 믿지 않기 때문이다. 상서로운 조짐을 보면 따라야 한다.
 
[해석] 연행가는 도중의 정경을 다른 지명을 차용하여 비유함으로써 지명의 기운을 취하여 씀을 알수 있다. 여기서는 무산(巫山) 신녀의 기운을 붙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운(非雲)과 비우(非雨)란,《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 “연기 같으나 연기가 아니요, 구름 같으나 구름도 아닌 것이 성대하고 번다하고 쓸쓸하고 높고 크고 하나니, 이것을 경운(卿雲)이라 하는데, 경운이란 바로 기쁜 기운이다.[若煙非煙 若雲非雲 郁郁紛紛 蕭索輪囷 是謂卿雲 卿雲喜氣也]” 하였으며, 초(楚) 나라 양왕의 꿈에 무산(巫山)의 여인이 나타나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고 한 조운모우[朝雲暮雨]의 고사가 있는데,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한다는 의미의 굳은 약속을 말하는 고사성어이다. 구름이지만 구름이 아니고 비이지만 비가 아닌 조운모우의 산색이라는 말이지만 이는 무산 신녀의 기운을 취함이다. 즉 ‘무당의 집’에는 신녀가 있어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척하(瘠下)라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고려 말기에 와서는 연작농업(連作農業)의 보급에 따라 전품 구분의 기준을 그 전지(田地)의 비(肥)·척(瘠)의 정도를 따르도록 한 토지등급구분법이 수등이척법인데, 척하란 그 보다도 못한 농사짓기 어려운 땅을 말한다. 매우 어려운 길임을 말함이다. 때문에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온다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곤궁하면 누구든 따른다는 의미이다.
 
한유(韓愈)의 쟁신론(諍臣論)에 “정사의 득실을 보기를 마치 월나라 사람이 진나라 사람의 살찌고 야윔을 보듯이 한다(視政之得失 若越人視秦人之肥瘠)”라 했고, 《송사(宋史)》권178 〈식화지(食貨志)〉에, “진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윔을 보듯이 하지 않도록 한다(使之無秦越肥瘠之視)”라 하였는데, 이는 진(秦)은 서북쪽에 위치하고 월(越)은 동남쪽에 위치하여 떨어진 거리가 극히 멀다는 것에 비유한 말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온다’고 하지만 ‘곤궁한 상황이 되면 모두 따른다’는 것은 세금조차 부과할 수 없는 농사짓기 어려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이르러서야, 그 때가 되어서야 ‘나를 믿게 된다’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저절로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寄語魯陽道 再中却未遲 暮年烈士感 盡在下沃時
노양의 길을 이르노니 두 번의 길은 오히려 늦지 않음이니라.
늘그막의 열사조차 마음 움직이니 마침내 아래에서 물을 댈 때가 있느니라.
 
[譯] 노나라 양공의 일을 말함이니, 두 번의 기회라도 늦지 아니하니 기회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늘그막의 열사조차 감동하여 움직이는데, 뜻을 다하면 아랫논에 물대어 농사지을 수 있듯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천하사 농사는 지을 수 있다.
 
[해석]
노양도(魯陽道)는 노나라 지경임을 말함이다. 노나라는 제나라와 더불어 가장 동쪽에 있는 제후국으로 말하는데, 여기서는 노(魯) 나라의 길에서 노양도의 고사를 취하여 쓰고 있는 것이다. 기회를 잃지 않으면 아랫 논에서도 농사짓는 물을 댈 수 있다는 뜻으로 주어지는 기회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원래 노양도의 고사에서 노(魯)는 남양이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 노양공(魯陽公)이 한(韓)나라 군대와 한창 전투하던 중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창을 휘둘러서 태양을 90리나 뒤로 물러나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淮南子 覽冥訓) 노양공이 해를 뒤로 90리나 물러나게 하여 싸웠던 것과 같이 두 번의 기회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기회라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와 된다는 것에 대한 경종이다. 스스로 이루는 노력 없이 기다리다가 망하고서 따르지 말라는 것이다.
 
조조의 시에 “준마는 늙어 엎드려서도 뜻은 천리를 달리고 열사는 늘그막에도 씩씩한 마음 버리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다.(曹操詩 曰 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未已) 천하사의 정세가 되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인사적 흐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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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정 13-12-08 02:16
 
"‘무당의 집’에는 신 녀가 있어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준마는 늙어 엎드려서도 뜻은 천리를 달리고 열사는 늘그막에도 씩씩한 마음 버리지 않았다”...
해롱대사 13-12-08 05:55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온다’고 하지만 ‘곤궁한 상황이 되면 모두 따른다’는 것은 세금조차 부과할 수 없는 농사짓기 어려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이르러서야, 그 때가 되어서야 ‘나를 믿게 된다’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저절로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스스로 이루는 노력 없이 기다리다가 망하고서 따르지 말라는 것이다. 

잘 보고 갑니다
칠현금 13-12-08 22:39
 
曹操의 시 「步出夏門行·龜雖壽」 

神龜雖壽猶有竟時。신령스런 거북이가 장수한다지만 여전히 죽는 때가 있고 
騰蛇乘霧終為土灰。이무기가 운무를 부린다 하나 언젠가는 흙먼지가 된다네. 
老驥伏櫪志在千里。준마는 늙어 마구간에 매여서도 마음은 천리를 치닫고 
烈士暮年壯心不已。열사는 비록 몸이 늙어도 큰 포부는 가시지 않는다네. 
盈縮之期不但在天。세상사 모든 승패의 때가 오로지 하늘에만 달려있지 않고 
養怡之福可得永年。마음과 몸의 기운을 잘 보양하면 역시 오래 살 수 있다네. 
幸甚至哉歌以詠志。다행스럽기 그지없어라, 노래로 나의 뜻을 읊을 수 있음에. 

조조가 53세에 지은 시로 천하사의 대업을 완성하지 못한  답답한 심정을 읊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 시의 구절을 취하였다는 것은 늘그막의 열사를 53세로 봄이며, 그 정도면 천하사의 대업을  이루는 길이 열릴수 있음을 암시. 
즉 조조가 이루지 못한 천하대업에 대한 해원의 의미. 

이는 뒤에 나오는 서원의 공자가 명성을 꺼리지 않는다는 구절과 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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