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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20:50
칠현금 / 옥루곡 직역 해례5 후천 장안 만호천문 일천리
 글쓴이 : 칠현금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천지 정세 변하여 돌아오는 길에天旋地轉回龍馭’라고 하여 촉으로 피난갔던 당명황의 행차가 장안으로 돌아옴을 읊은 구절이 있다. 옥루곡에서는 ‘상로에는 홀로 행상가는 발걸음이 들리는데 객사에는 문이 아직 닫혀 있고(動商路獨行之子旅館猶扃)’라는 구절과 대비된다.
 
옥루곡에서 '수풀 속 산 그림자 흘러내려 된 서리로 옛 터전에 꽃이 피느니라 (林巒影流肅霜華於遺墟)라는 구절과 다음의 장한가 구절의 대비는 옥루곡의 이해에 대한 시사점을 열어준다.
 
歸來池苑皆依舊 (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보니 황궁의 정원은 변함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그대로였다네.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얼굴이요 버들은 눈썹이라 양귀비인데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를 대하고 어찌 눈물 아니 흘리었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던 날이며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섭낙시) 가을비에 오동잎이 떨어지는 때이며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풀이 무성하던 가을이며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 가득 덮어도 쓸지 않았다네.
 
 
殘粧金屋之中(잔장금옥지중)에 靑蛾正老(청아정로)하고,
쇠잔해진 금옥 안에는 푸른 누에 눈썹으로 곱게 늙어가고
罷宴瓊樓之上(파연경루지상)에 紅燭空餘(홍촉공여)라.
연회 끝난 경루 위에는 홍촉만이 공연히 남았구나.
旣及氣爽淸晨(기급기상청신)에 靄孤影於華夏(애고영어화하)하고,
이미 기운이 맑고 시원한 아침에 이르니, 화하에 외롭게 아지랑이 그림자 외롭구나.
霧澄碧落(무징벽락)은 蕩四蔭於岩壑(탕사음어암학)이라.
안개가 걷히어 창공처럼 맑아지니, 암학의 네 그림자 광대하구나.
萬戶千門兮(만호천문혜)여 輒開動(첩개동)에 乾坤之寥廓千(건곤지요곽천)이라.
만개 출입구와 천개의 문이여! 갑자기 열리고 움직여서, 건곤이 텅 비어 둘러싸인 일천리이니라.
 
이 부분은 고운의 영효(詠曉)와 비교하면 천지공사의 세계가 선천역사를 어떻게 풀어내고 다시 천하사 무대로 엮어내는가를 알 수 있다.
 
금옥 안에서 화장하며 눈썹을 푸르게 그린 미인(粧成金屋之中 靑蛾正畫)
연회 끝난 경루 위에는 속절없이 홍촉만 남았으리.(宴罷瓊樓之上 紅燭空餘)
 
잔장금옥(殘粧金屋)과 장성금옥(粧成金屋), 청아청로(靑蛾正老)와 청아정화(靑蛾正畫)의 대비를 통하여 양옥환의 한을 중첩시키면서 이를 끌러내는 어떤 연결고리를 잡을 수 있다.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서 “화려한 금옥에서 단장한 교태로 밤 시중들어 옥루 잔치 끝나면 따사로운 봄에 취하였다네(金屋粧成嬌侍夜 玉樓宴罷醉和春)”라고 하였는데, 이는 장안에서의 상황이고, 옥루곡에서 금옥에서 눈썹그리면서 늙어가는 이는 양귀비를 시중들던 시녀들이다. (물론 옥루곡에서도 양귀비로 풀이를 할 수도 있다. ) 백거이의 장한가는 양귀비가 살아서 영화를 누리던 장안이며, 옥루곡에서는 양귀비가 없는 장안이다. 이를 장한가의 다음 구절이 묘사한다.
 
梨園子弟白發新 (리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다네.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미앙궁의 전각에 저녁이 드니 반디불 날아 더욱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외로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잠 못 이루었다네.
 
 
고운집의 원문 나머지 부분을 더 옮긴다. 옥루곡에서는 구절의 착간을 시키고 일부 글자를 바꾸어 취하였다.
 
급기야 청신한 아침에 기운이 삽상해지며, / 及其氣爽淸晨
정신이 창공처럼 명징해지나니 / 魂澄碧落
천하에 태양 빛이 빠짐없이 비치면서, / 藹高影於夷夏
음침한 기운이 암학으로 모조리 물러난다. / 蕩回陰於巖壑
천문만호가 이제 비로소 열리면서, / 千門萬戶兮始開
광대무변한 하늘과 땅이 눈앞에 새로이 펼쳐지도다. / 洞乾坤之寥廓
 
옥루곡에서는 고운집의 ‘정신이 창공처럼 명징해지나니(魂澄碧落)’라는 구절은 혼을 무(霧)로 바꾸고 구절도 착간시켜 취하였다. 그리고 ‘천하에 태양 빛이 빠짐없이 비치면서(藹高影於夷夏)’라고 하여 夷夏를 천하로 해석하였지만, 옥루곡에서는 화하(華夏)라고 되어 있다.
 
음침한 기운이 암학으로 모조리 물러난다(蕩回陰於巖壑)’라고 번역되어 있는 이 구절은 蕩四蔭於岩壑’이라고 하여 음(陰) 음(蔭)으로 취하여 쓰셨다. 사음어암학(四蔭於岩壑)이란 사방이 암학의 그림자라는 직역의 뜻이지만, 의역한다면 이는 음사(蔭事) 즉 조상의 음덕으로 암학처럼 등장하는 네명의 사람이란 뜻이다.
 
천문만호가 이제 비로소 열리면서(千門萬戶兮始開) 광대무변한 하늘과 땅이 눈앞에 새로이 펼쳐지도다(洞乾坤之寥廓)’이라고 하는 구절은 ‘천문만호가 갑자기 열려서 건곤이 텅빈 일천리에 활짝 열렸다萬戶千門兮 輒開動 乾坤之寥廓千’라고 고쳐서 취한 것을 볼 수 있다. 후천 장안이 일천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천문만호는 장안을 상징한다. 장안은 서울을 말하는 다른 명칭이기도 하지만, 천하사 시스템에서 천자의 도읍으로 서경이고 조선사의 평양이고 단군사의 아사달이기도 하다.
 
o 백호전서(白湖全書) > 백호전서 제2권
하늘 거리에 해가 뜨면 상서로운 기운 돌고 / 出日天街瑞暈長
새벽에 보는 산하 푸르고도 푸르러라 / 山河曉望正蒼蒼
복도 놓은 별궁은 진 나라 전전이요 / 離宮閣道秦前殿
한 나라 건장궁은 천문이요 만호였지 萬戶千門漢建章
무장한 호위군사 기상도 당당하고 / 衛土鞬鼓看氣像
시신들이 찬 패옥은 향기가 감돌았다네 / 侍臣環珮襲仙香
성스러운 임금이면 보필하기도 쉬운 법 / 仍思主聖匡扶易
기룡을 불러다가 우리 왕 좀 도왔으면 / 喚取夔龍翊我王
 
진나라의 옛 궁전이고 한나라의 건장궁이고 당나라의 장안이 천문만호인 것이다. 진나라의 궁전으로 진시황(秦始皇)의 전전(前殿)인 아방궁(阿房宮)은 그 규모가 동서로 5백 보(步)가 되고, 남북은 50장(丈)이나 되어 그 위에 사람 1만 명이 앉을 수가 있었고, 두루 복도를 놓아 궁전 아래서 곧바로 남산(南山)에 다다를 수 있게 꾸몄다고 한다.(史記 秦始皇本紀) 한무제(漢武帝) 때 백양대(柏梁臺)가 불에 타자 다시 대규모의 건장궁(建章宮)을 축조했는데, 그 설계 규모가 천문만호(千門萬戶)였다고 한다.(漢書 郊祀志) 위 시에 등장하는 기룡(夔龍)은 순(舜) 임금의 어진 신하인 기(夔)와 용(龍) 두 사람이다. (書經 舜典)
 
목은집(牧隱集) > 목은시고 제6권 > 시(詩)
용수산의 북쪽이요 곡봉의 앞에 / 龍巒之北鵠峯前
만호천문이 서로 연접했는데 / 萬戶千門共接連
학문을 강론할 만한 옥려자가 없었기에 / 函丈曾無屋廬子
때로 맹모를 따라 삼천지교를 배운다오 / 時從孟母學三遷
 
옥려자(屋廬子)는 본래 맹자의 제자인데, 이러한 스승이 없어서 맹모삼천지교를 배운다는 목은의 시이다. 여기서도 만호천문은 도성을 말한다.
 
두보가 장안에 대해 읊은 시 ‘秦州雜詩’ 其七에 茫茫萬重山 孤城石谷間 無風雲出塞 不夜月臨關(망망한 만겹의 산, 성 하나 홀로 산골짜기 사이에 있어라. 바람도 없이 구름은 요새에서 나오고, 밤도 아니거늘 달이 관문에 찾아든다. - 두보진주동곡시기시역해/서울대학교출판부,2007년 P 114)이라고 했다. 망망한 만겹의 산 사이에 관문들이 즐비하니 장안의 다른 이름이 관중(關中)이다. 그 만겹의 산 사이로 일백 둘의 강이 있다고도 했는데 이러한 험준한 관중지역을 두고 두보는 장안을 孤城石谷間이라 하여 외로운 성으로 묘사했다. 두보의 시 제목의 秦州가 바로 관중 장안이다. 첩첩의 산으로 둘러싸여 백이(百二) 강이 흐르는  산하(山河)의 험고(險固)함으로 말해지는 장안이다. 사기(史記)에 “진(秦)나라는 땅이 험고하여 2만 명만 있으면 족히 제후(諸侯)의 백만 군사를 당할 수 있다.” 하였다.
 
옥루곡 마지막 구절인 만호천문에 대한 또다른 관점은, 주자(朱子)의 시에 이르기를, ‘홀연히 한밤에 우레 울리니, 만호 천문이 차례로 열리도다[忽然半夜一聲雷 萬戶千門次第開]’ 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는 동지(冬至)의 우레가 능히 가로막고 있는 여러 음(陰)을 열어젖힌다는 뜻이라고 한다. 옥루곡에서는 陰이 아닌 四蔭으로 취하였으므로 동지 즉 새해가 밝아오는데 네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선천의 난법을 정리하여 세상을 일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해동에서는 익제 이제현과 고운 최치원이 공식적으로 촉에 갔다 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옥루곡은 일찍이 대당유학을 하여 신라인이면서 당인이기도 한 고운의 시 영효(詠曉)를 취하여 쓴 것이므로 고운시에 등장하는 배경이 당나라 장안과 촉의 성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역시 두보시나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보듯이 그 유사성이 짙은 시의 소재들로 일맥관통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를 달리 해석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다시 말해서, 옥루곡이 의미하는 천자의 시계가 말하는 시간적 의미가 옥루곡의 진정한 의미라면, 이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기본적 인식의 출발을 고운시의 배경인 당나라 장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며, 원의 역사의 출발이 단주에서 비롯되어 인류역사에 깊히 유전되었다면, 인류역사의 가장 큰 원한은 양귀비의 원한이라고 한 백거이의 시제 ‘장한(長恨)’에서 취하여 고운의 ‘영효’에 붙여서 은하수가 유전하는 천지의 흐름이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원과 한을 끌러내신 천지공사의 차원으로 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에 더 깊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지만, 우선 눈에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7~8년간이란 시간의 한 마디와 4명의 인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4음(四蔭)이다. 당숙종 이형이 안사의 난 이후 7~8년간에 걸친 전란 평정의 과정과 이백이 종군하면서 읊은 그 시대적 정황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수운가사에 이두의 문장이 있다 함은 이러한 거대한 선천역사의 씨와 날로 얽힌 인간사의 비련이 들어있음일 것이다. 또한 문왕의 법도와 남방 리(離)의 실현, 역괘의 곤(坤)이라는 상징성, 비운의 주인공인 양옥환을 통하여 옥루곡을 풀어내고 이해하는 중요한 근거는 마련했다고 본다. 이 글은 옥루곡을 이해하기 위하여 사례적인 근거를 통하여 실마리를 푸는 단초를 찾고자 하는 의미에서 ‘옥루곡 해례’라는 제하로 쓰여 졌으며, 따라서 완역이나 정해가 아님을 밝히며, 후인의 폭넓은 견해와 근거의 보충, 뛰어난 혜안을 통하여 오묘한 핵심이 드러나길 바라는 바이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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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정 13-12-04 23:18
 
네~ 그렇군요~
칠현금 13-12-05 00:57
 
날이 추우니 몸이 움추러 듭니다. 호호~~ 손도 시려질라네요.
행복한바보 13-12-05 11:29
 
손 시려서 장갑끼고 키보드 두드려요. ^^
탕아 13-12-05 22:46
 
고운 선생이 참으로 천재는 
천재인가 봅니다 
웬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오네요 ㅎ 

감사합니다^^
해롱대사 13-12-06 03:56
 
수운가사에 이두의 문장이 있다 함은 이러한 거대한 선천역사의 씨와 날로 얽힌 인간사의 비련이 들어있음일 것이다. 또한 문왕의 법도와 남방 리(離)의 실현, 역괘의 곤(坤)이라는 상징성, 비운의 주인공인 양옥환을 통하여 옥루곡을 풀어내고 이해하는 중요한 근거는 마련했다고 본다. 

잔장금옥(殘粧金屋)과 장성금옥(粧成金屋), 청아청로(靑蛾正老)와 청아정화(靑蛾正畫)의 대비를 통하여 양옥환의 한을 중첩시키면서 이를 끌러내는 어떤 연결고리를 잡을 수 있다. 

큰 맥줄기만 잡으면서 보았습니다 펜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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