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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6:21
[서촉] 한신이 찾아 헤매었던 촉도
 글쓴이 : 칠현금
 
[서촉에 대한 소고]
 
한신이 찾아 헤매었던 촉도
 
 
초패왕 항우가 함양을 장악하고 나서 유방은 잔도를 불태우고 촉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한신(韓信)이 그 촉땅으로 들어간다.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에서 그려진 촉도를 옮긴다.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 5권의 8~9페이지에
 
초부 :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한신 : 진창으로 해서 파촉까지 갑니다.
초부 : 허- 외가닥 밀로(密路)가 있긴 있읍니다만.... 멀고도 험합니다.
한신 : 다른 사람들의 왕래가 있습니까?
초부 : 웬걸요! 그 길을 아는 사람은 모두 죽고 나 혼자 남았지요.
자, 귀담아 잘 들으시고 외우십시오.
한신 : 예
 
초부 :
저쪽으로 곧장 가면 큰 봉우리가 있고 그걸 넘어가면 소나무 숲이 나옵니다. 숲을 지나가면 난석탄 돌 여울이요. 돌다리를 건너 아미령이라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참으로 험악합니다. 그걸 넘으면 더 큰 산, 태백령, 호랑이가 많은 곳입니다....진창...고운령...양각산...계두산...침침한 흑수. 그것을 건너 한계라는 계곡에 다다릅니다. 한계를 지나 20리를 내려가면 거기가 남정관, 파촉의 관문입니다만... 어허이야! 그 길고도 험한 길을 어떻게 가시렵니까?
 
한신 : ......
 
그리고 고우영은 만감이 교차하는 서늘한 눈빛의 한신을 대사 없이 한 컷 그려 놓고 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그 초부를 한칼로 내리쳐 죽이고, 파촉으로 간다.
 
한신 :(추격병을 따돌리기 위해서는)어쩔 수 없는 일이었읍니다. 용서하십시오.
 
한신은 눈물 한방울 흘리고는 촉도로 간다.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에서는 난석탄돌여울, 아미령, 태백령, 진창, 고운령, 양각산(검각의 대검산, 소검산), 계두산, 흑수, 한계, 남정관의 순서로 촉도가 묘사된다.
 
해방 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김팔봉의 통일천하<175>에도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태산준령을 넘어가서 장량이 가르쳐주던 진창이라는 땅에 도착한 뒤에라야 옳은 길을 찾아 가지고 포중으로 가게 되리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천인절벽 밑으로 가느다란 길이 한가닥 있고, 그 길 위에서 나무꾼이 나무를 한 짐 짊어지고 내려오는 것이 한신의 눈에 띠었다. 한신은 나무꾼이 내려오는 앞으로 갔다.
 
여보시오. 말 좀 물읍시다. 진창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할까요.”
 
한신이 이같이 물으니까 나무꾼은 짊어졌던 나무짐을 내려놓고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으면서 친절히 일러준다.
 
여기서 저 앞에 보이는 저 고개를 넘어가면 솔밭이 있어유. 솔밭을 지나가면 난석탄이라는 개울이 있어유. 거기 돌다리가 있구 다리를 건너가문 아미령이라유. ...거기서 다시 태백령을 넘어...... 고운, 양각산을 또 넘어가야지 흑수인데 그 다음엔 한계를 지나가면 남정관이라유. 여기는 무서운 호랑이가 있어서 밤에는 아무도 못댕기는 곳이라유. 그 다음이 바로 진창이라유.
 
아미산, 태백산, 검각산, 흑수, 남정관, 진창으로 이어지는 이 촉도의 행로는 현재 지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함양에 도읍한 진(秦)의 땅을 관중지방이라 하는데, 두산백과에는 'BC 10세기 목축으로 이름이 나 있던 대구(大丘)의 비자(非子)는, 주나라 효왕(孝王)으로부터 진읍(秦邑:甘肅省 淸水縣)에 봉해져 서융(西戎)의 방위를 맡음으로써 진을 일으켰다. 그 후 진은 BC 8세기 초, 주나라가 견융(犬戎)의 공격을 받을 때 유왕(幽王)을 도왔고, BC 771년 평왕(平王)이 동쪽 낙읍(洛邑)으로 천도하였을 때에는 이를 호위한 공으로 산시성[陝西省]의 서부 지역을 맡아 제후(諸侯)로 승격하였다. 이가 양공(襄公)이다. 진나라는 BC 7세기의 무공(武公) 때부터 정복지를 현(縣)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현이라고 해도 그것은 명목일 뿐 실상은 읍과 다름이 없었다. 진나라는 간쑤성[甘肅省] 동부에서 웨이수이강[渭水] 연안을 따라 이동하다가 무공의 동생인 덕공(德公) 때에 옹성(雍城:陝西省 鳳翔縣)으로 이동하였다.'고 되어 있다.
 
BC10세기 비자가 살던 대구(大丘)는 대학(大壑)이며 높고도 넓은 고원지대의 도시로 파미르와 관련된 학시(壑市)이다. 여기 살던 비자가 주 효왕 때에 진읍(秦邑)에 봉해져 서융의 방위를 맡았으니, 진(秦)은 절대적으로 주나라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는 아랄해 동남부이거나 아프가니스탄 고원지대일 수 밖에 없다. 힌두쿠시를 중심으로 한 그 주변지역에서 BC325년에 진 혜문왕이 황제를 칭한 시기로부터 104년 후 혼란한 강남 육국을 통일하여 명실상부한 대진국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정도전의 원유가의 한구절을 인용한다.
 
악독한 조룡(祖龍) 입을 벌리어 祖龍呀其口
한꺼번에 여섯 나라 제후 삼켰네 一擧呑諸侯
아방궁은 하늘과 가지런하여 阿房與天齊
촉산의 꼭대기를 내리눌렀네 兀盡蜀山頭
어호의 사이에 화가 일어나 禍在魚狐間
하루 아침 항우와 유방에게 바치었다오 一朝輸項劉
 
진나라의 함양궁인 아방궁이 ‘촉산의 꼭대기를 내리눌렀다’고 한 이 원유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원사에서는 쿠빌라이의 3자 망갈라가 천천과 진촉하롱의 경계지역을 통할했다고 하는데, 진과 촉과 하와 롱은 어디에 있어야 가능한가?
 
始 與 秦 塞 通 人 煙。/ 관중 땅 진(秦)과 내왕길이 없었고
西 當 太 白 有 鳥 道,/ 서쪽 태백산 새(鳥) 길 따라
可 以 橫 絕 峨 眉 巔。/ 겨우 아미산 올랐네.
 
이백의 촉도난에서 진새(秦塞)는 진과 색(월, 하)이 아닐까? 진과 하 사이에 내왕길이 없었는데, 관중인 진(秦)은 사방이 고립된 땅이었는데, 서쪽에서 태백산 새들이 날아서만 갈 수 있는 그러한 길을 따라 겨우 아미산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따라 촉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이백(李白)의 또 다른 시 ‘送友人入蜀 / 벗을 촉으로 보내며’이다.
 
見說蠶叢路 들으니 잠총이 뚫은 촉도 길이
崎嶇不易行 험준하여 가기가 쉽지 않으니
山從人面起 얼굴을 들 때마다 산이 우뚝우뚝 서고
雲傍馬頭生 말머리 곁에 구름이 인다오.
芳樹籠秦棧 향기로운 나무들이 진나라 잔도 주위에 깔리고
春流遶蜀城 봄에 눈녹은 강물은 촉성을 감돌겠지.
升沈應已定 흥망도 응당히 이미 정해져 있거늘
不必問君平 구태여 엄군평에게 물을 것도 없겠지.
 
이 시에서는 촉도(蜀道)를 잠총로(蠶叢路)와 진나라 잔도(秦棧)로 표현했다. 촉도난의 '始與秦塞通人煙‘의 바른 번역은 잠총과 어부가 촉을 개국하면서 사람이 다니게 되고 인가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진과 하(색)에 길이 통하고 내왕이 있기 시작한 것이 잠총과 어부에서 시작되었으며, 진나라의 요새가 이 촉도를 따라서 있다는 것이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마지막 구절은 이백의 우인(友人)이 저 머나먼 촉땅으로 떠나게 되었는데, 절망하지 않고 촉땅에서 기다리면 다시 중원으로 돌아 올 것이니 촉도(蜀都, 錦都)의 유명한 점쟁이 엄군평에게 물어 볼 것도 없이 마음 편히 잘 지내라는 말이다.
 
한고조와 한신이 그렇게 해서 천하사를 했던 땅인 촉땅이었는데, 제갈량은 두 번의 출사표를 내고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양옥환을 잃고 슬픔에 빠진 당명황도 다시 봉상(鳳翔)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촉땅은 천하사를 위한 자양분을 듬뿍 공급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촉은 피란지이며 천하사를 잉태하는 땅으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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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현금 13-11-21 13:16
 
좀 홀가분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탕아 13-11-21 22:51
 
술술 잘 읽힌다 했읍니다.^^ 

한 지명에 얽힌 천하사 
영웅들의 이야기 
잘 읽었읍니다 

고맙습니다.
갈마대사 13-11-22 11:34
 
서촉에 저런 역사인물들의 사연도 있었군요.
맥가이버 13-11-26 19:19
 
촉땅은 천하사의 양분을 듬뿍 공급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깊이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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