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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8:58
옥루곡 직역 해례2 (촉과 유성-안사의 난)
 글쓴이 : 칠현금
 
옥루곡 해례2
 
 
彷佛而山川(방불이산천)이 漸變(점변)하니 參差而物色(참치이물색)이 將開(장개)라.
이와 같이 산천은 점차로 변하여, 각양각색으로 물중전 되어 앞으로 본색을 보일 것이니라.
高低之煙景微分(고저지담경미분)하고 認雲間之宮殿(인운간지궁전)이라
연무 자욱한 경치는 고저를 분간하기 어려워 궁전이 구름 속에 있는 것만 같구나.
遠近之軒車齊動(원근지헌거제동)에 生陌上之塵埃(생맥상지진애)라.
멀고 가까운 곳에서 수레가 일제히 움직이니, 거리에서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하는구나.
 
은하가 한바퀴 돌아서 날이 밝아오는 것과 같이 산천이 각양각색으로 점차적으로 변하여 물색을 장차 드러낸다는 뜻으로, 참치(參差)는 참치부제(參差不齊)의 준말로 고르게 정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라는 뜻이다. 담경(煙景)은 봄이 되었다는 뜻이다. 높고 낮은 봄 경치는 아직 어렴풋하여 산천이 마치 구름 사이에 궁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수레가 움직이고 거리에 먼지가 일어난다는 것은 세상이 분주함에 대한 묘사 혹은 전쟁이 일어남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거(軒車)는 대부들만이 탈 수 있다는 수레이다. 벼슬아치들이 일제히 움직여서 흙먼지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안사의 난으로 당명황이 촉으로 피난가는 것을 연상하게 하는 구절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한이 백거이의 시제로만 본다면 바로 ‘장한가(長恨歌)’의 주제가 되는 양옥환의 한이다. 역사라는게 꼭 나라가 망하고 나면 사가들의 핑계는 달기나 포사, 양귀비를 들이대며 그래서 망했다고 둘러댄다. 이게 꼭 그렇다면야 모르겠지만 사실과 다르다면 얼마나 원통하겠는가. 백거이의 장한가에서는,
 
驪宮高處入靑雲 (려궁고처입청운) 화청궁은 높이 솟아 푸른 구름 속에 있고
仙樂風飄處處聞 (선악풍패처처문)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렸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가락 느린 곡과 고요한 춤이 비단결 피리소리로 망울져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군왕은 종일 넋 잃고 보아도 부족하였다네.
漁陽瞽鼓動地來 (어양고고동지내) 돌연 어양 땅을 울리는 북소리 진동하여 들려오니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깜짝놀라 예상우의곡을 깨뜨렸다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네.
 
라고 한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화청궁에서 신선의 풍악을 즐기면서 태평성세를 구가하던 장안에 안록산이 어양 땅에서 기병하였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예상우의곡이 깨진다. 신선세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률의 가락이 깨지고 구중궁궐에 먼지가 연기처럼 솟아오른다. 고운의 영효(詠曉)와 백거이의 장한가는 이러한 동일한 사건 정경을 각기 달리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백거이(白居易)의 長安早春旅懷(장안조춘려회-장안의 이른봄 나그네의 회포)라는 시가 있다.
 
軒車歌吹喧都邑(헌거가취훤도읍) 수레와 노래 소리로 장안이 시끄러운데
中有一人向隅立(중유일인향우립) 그 중에 모퉁이 향해 한 사람 서 있네.
夜深明月卷簾愁(야심명월권렴수) 밤은 깊어 달 밝은데 발 걷으면 수심 겹고
日暮靑山望鄕泣(일모청산망향읍) 해 저무는 청산에선 고향 바라보고 눈물 흘리네.
風吹新綠草芽拆(풍취신록초아탁) 바람 부는 신록엔 풀싹 터지고
雨灑輕黃柳條濕(우쇄경황류조습) 비뿌리는 연두빛 버들가지 물기 젖는다.
此生知負少年春(차생지부소년춘) 이 몸은 소년시절의 봄을 저버린 것 알아서
不展愁眉欲三十(부전수미욕삼십) 근심스런 눈썹 펴지 못한 채 삼십이 되어 간다.
 
수레와 노래소리로 시끄러운 장안에 대한 적절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曠盪天宇(광탕천우)요 蔥籠日域(총롱일역)이라.
하늘을 씻겨서 밝게 하니, 비취빛 가득하도다.
殘星(잔성)은 映遠之梢(영원류지초)하고 宿霧(숙무)는 斂長郊之色(염장교지색)이라
멀리 버드나무 가지 끝에 새벽별 비추고 짙은 안개는 도성 바깥의 경색을 묻었다.
華亭風裏(화정풍리)에 依依鶴唳之猶聞(의의학려지유문)이오,
화정 바람결에 아련한 학 울음 소리 여전히 들려오고
巴夾月中(파협월중)에 梢梢猿聲之已息(초초원성지이식)이라.
파협 달빛에는 애잔한 원숭이 울음 멈추느니라.
 
하늘을 씻겨서 밝게 하니 총롱일역이라는 구절은 촉땅의 경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흘러 아침이 밝아오면 화정의 학 울음소리 들리고 파협에는 달밤에 원숭이가 더 이상 애절하게 울지 않는다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일어남을 말함이다.
 
고운집에 수록된 영효(詠曉)와 비교하여 다른 점이 있다.
 
먼 숲 나뭇가지 끝에서는 성긴 별 몇 점이 깜박거리고, / 殘星映遠之梢
 
옥루곡에서는 ‘映遠柳之梢’라는 구절에서 고운집은 ‘映遠林之梢’라고 되어 있는 부분인데, 수풀林을 버드나무柳로 바꾸어 놓은 점은 무슨 의미일까? 柳와 관련된 지명은 유성(柳城)인데, 한서지리지를 보면, 요서에 있는 지명으로 서남쪽에 마수산이 있다.
 
요서군 : 진나라 때 설치되었고, 작은 하천이 48개가 있는데 총 3046 리이다. 유주에 속한다. 가구 수는 7만2654호이고 인구는 35만2325명, 14개현이 있다. 해양, 신안평, 유성, 영지, 비여, 임유현 등이다. 마수산은 유성현 서남에 있고, 영지현에 고죽성이 있다. 현수가 비여 동쪽에서 유수로 들어가고 유수는 남쪽에서 해양현으로 들어간다.
(辽西郡 요서군) 秦置。有小水四十八,并行三千四十六里。属幽州。户七万二千六百五十四,口三十五万二千三百二十五。县十四:且虑,有高庙。莽曰鉏虑。海阳,龙鲜水东入封大水。封大水,缓虚水皆南入海。有盐官。新安平。夷水东入塞外。柳城,马首山在西南。参柳水北入海。西部都尉治。令支,有孤竹城。莽曰令氏亭。肥如,玄水东入濡水。濡水南入海阳...
 
신당서열전에서는 안록산에 대하여 영주 유성의 胡人으로 본래 성은 강(康)이라고 한다. (新唐書 列傳第一百五十上 安祿山 安祿山,營州柳城胡也,本姓康) 이 유성에 대하여 현재의 요녕성(遼寧省) 조양(朝陽) 서남쪽에 위치해 있었다고 하는데, 한서지리지에서 보듯이 유성은 요서지방에 있어야 하고 안록산이 호인(胡人)이고 6개국어를 잘했다고 하니 현재의 북경근처가 유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성은 유주幽州에 있고, 유주를 점령한 안록산은 연燕 황제를 칭한다. 이는 연이 바로 유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운의 ‘영효’가 당나라 장안 혹은 성도를 무대로 한 시라면 ‘殘星映遠柳之梢(잔성영원류지초)’라는 구절의 수풀 林이라는 글자를 버들 柳로 바꾸어 놓은 뜻은 안록산을 암시하는 의미로 이해된다. 쇠잔한 별이 유성의 가지에 비춘다는 것은 안록산이 쇠퇴함에 대한 묘사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화정(華亭)은 중국 간쑤성[甘肅省] 핑량[平涼]에 있는 현(縣)이라고 하는데, 화산 즉 장안에 대한 상징적 묘사일 수도 있다. 화정학려(華亭鶴唳)는 화정의 학 울음소리로 상서로움에 대한 묘사이다.
 
진(晉)나라의 육기(陸機)가 하교(河橋)의 전투에서 패했다가 사람들의 모함을 받아 사형 판결을 받았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고향인 화정(華亭: 현 松江현 서쪽)의 학울음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음을 한탄하였다 한다. 남송(南宋)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의 <우회(尤悔)> 에 나온다. 뒤에 이일로 옛날 일을 그리워하거나 벼슬길에 나아가 좌절되어 후회하는 심정을 비유하게 되었다. 당나라 때 이백(李白)의 시 <행로난(行路難)> 3수(首)의 제3시에도 등장한다. 때로는 ‘학려화정(鶴唳華亭)’ ‘화정려학(華亭唳鶴)’이라고도 한다.(晉陸機在河橋打了敗仗,被人讒陷而判死刑,行刑前嘆息再也聽不到故鄉華亭(今上海松江縣西)的鶴鳴聲。典出南朝宋˙劉義慶˙世說新語˙尤悔。後以此比喻留戀往事故物或官場受挫之懊悔心情。唐˙李白˙行路難三首之三: ‘華亭鶴唳詎可聞,上蔡蒼鷹何足道。’ 或作 ‘鶴唳華亭’、 ‘華亭唳鶴’)
 
파협(巴峽)은 촉(蜀) 땅 파군(巴郡)의 삼협(三峽)으로 이곳의 원숭이 울음소리는 특히 애절해서 듣는 사람들 모두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화정의 학 울음 소리도 들을 수 있고, 파협의 원숭이도 더 이상 애절하게 울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평정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촉으로 피난갔던 행렬이 장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수없는 문인들의 시문에 등장하는 파협 원숭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선천 역사의 원과 한을 깨끗이 풀어서 정리하는 한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안사의 난도 대략 7~8년이라는 시간의 범위이다. 문왕과 성탕의 천하대업도 이러한 시간적 고난의 과정에 있었는데, 옥루곡은 이러한 7~8년의 시간의 범위가 현시되는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승휴의 제왕운기에 ‘당 숙종이 잠룡으로 있을 때, 우리나라의 산수를 유람였는데, 송산(松山) 아래에서 잤다’고 한다. 화정이 송강(松江)이고 송산(松山)이라면 당 숙종(756~762)과 관련된 지명이고, 안사의 난은 당 숙종이 대부분 평정하게 된다.
 
당나라 황실과 관련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연상되는 옥루곡의 의미는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당현종을 비롯한 조정이 촉으로 피난가고 숙종 이형(李亨)이 장안과 낙양을 회복하여 난을 진압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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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정 13-12-01 00:29
 
은밀한 뜻이 있나 봅니다...
칠현금 13-12-01 02:21
 
뜻이 없을리야 없는데, 시간의 의미는 풀기어렵더라는.... 

내용상으로 혁명과 관련된 내용은 틀림없다라고나 할런지.. 

역사과정이 시공간을 달리하여도 지리명칭으로 얽힌 것을 
천지공사를 통한 하나의 궤적으로 같이 풀리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이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그렇다고 보고 그렇게 이해하면 쉬운데 
왜 그러냐고 고민하면 피타고라스 정리 풀기보다 더 어렵다는......
칠현금 13-12-01 02:27
 
옥루곡의 구조는 촉(성도)-장안-유성-강남이라는 대륙을 전체로 아우르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대륙지리명이 서로 중첩되어 있으니, 그 지리명에 관련된 역사과정의 사건들을 같이 묶어서 풀어버린다는 절묘한 수순. 

이것이 천지공사라는 것이고, 그 역사적 사건의 잘못된 꼬인 부분을 바로 잡아서 공사로 붙여놓으면 
현실에 이화되면서 신명이 이것을 보고 감동하여 현실에 응하는 신인합일로 되는 그런 것으로 이해됩니다. 

원의 시초가 단주라면, 가장 큰 원한이 어린 사건이 안록산의 난이라는 것인데 
백거이가 장한(長恨)가라고 시를 지어 이게 유행하여 내려왔으니 원의 실타래가 장한가에 묶여 있는 것이라고 봐야한다는 
이런 기막힌 구조.
해롱대사 13-12-02 18:14
 
구름 속에 우뚝 솟은 화청궁에서 신선의 풍악을 즐기면서 태평성세를 구가하던 장안에 안록산이 어양 땅에서 기병하였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예상우의곡이 깨진다. 신선세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률의 가락이 깨지고 구중궁궐에 먼지가 연기처럼 솟아오른다. 고운의 영효(詠曉)와 백거이의 장한가는 이러한 동일한 사건 정경을 각기 달리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옥루곡에서는 ‘映遠柳之梢’라는 구절에서 고운집은 ‘映遠林之梢’라고 되어 있는 부분인데, 수풀林을 버드나무柳로 바꾸어 놓은 점은 무슨 의미일까? 柳와 관련된 지명은 유성(柳城)인데, 한서지리지를 보면, 요서에 있는 지명으로 서남쪽에 마수산이 있다. 

감사 드립니다
탕아 13-12-04 06:45
 
선천역사의 한을 풀고 
공사로써 현실로 이화시켜 
신인합일의 접점을 이룬다... 

100년간 내려온 난법판도 
지난한 역사의 해원을 
응축시켜 놓은 것은 아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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