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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21 18:20
두근거리는 바람, 혹은
 글쓴이 : 옥수
 

두근거리는 바람, 혹은 

                               유혜숙



바람이 대나무 밭을 적시고 지나간다
열었다 닫았다 몸을 부풀리면,
환하다

이파리에 얹혀있던 새벽이슬이 벌레의 일이
숲의 법칙들이
바람의 한 끼 식사처럼 
햇빛에 섞이어져
또한, 환하다

산과,
대나무 밭과 우리집의 경계는 허술했다
저기 그쯤에, 안테나가 꽃혀 있었다
바람이 불면 수시로 서랍 달린 흑백 텔레비젼에
빗물 같은 줄이 생겼다
어떠냐 이렇게 하면 잘 보이냐?
안테나를 달래는 우리 아버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어요 아버지, 
그래도 마주 오는 바람 대하기가 수월할 게다

몸 비비는 소리가 들려온다
산 짐승 치고 울음소리 안 흘리고 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일까 웃음은 가벼워 날아가기 쉽고 울음은
무거워 가라앉는 거라고 중얼거리다 헛디딘 걸음, 
가벼워진 대나무 소리 산을 넘어가고 있다

쉽게 조용할 줄 모르는 대나무는 수시로 몸을 휘청 거린다
따라, 휘청거리다
생긴, 잘디잔 금들 
나에게 죄를 지은일, 
혹은, 누구에게 잘못했거나 미안했던 일,
금들이 뭉쳐져 생긴 마디와 마디,
매듭과 매듭이 이어지는 길,
하늘로 향해 있다

마흔 몇 해 뒤란에 있던
대나무 숲이 내게로 왔다

바람이 대나무 숲을 적시고 지나간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바람아구름아 15-06-21 18:47
 
어떠냐 이렇게 하면 잘 보이냐?
안테나를 달래는 우리 아버지,

풋풋하게 느껴지는 생활그림입니다
지고이바이젠 15-06-21 20:32
 
"대나무 밭과 우리집의 경계는 허술했다
저기 그쯤에, 안테나가 꽃혀 있었다
바람이 불면 수시로 서랍 달린 흑백 텔레비젼에
빗물 같은 줄이 생겼다"
잔잔한 미소가 번져 납니다.
명유리 15-06-21 22:37
 
산 짐승 치고 울음소리 안 흘리고 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일까
(사람이 살아가는 건 겉 울음보다 속울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포 15-06-21 22:43
 
산 짐승 치고 울음소리 안 흘리고 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일까..공감합니다.
사오리 15-06-21 23:50
 
마음이 관대하고 후덕한 사람은 봄에 만물을 길러내는 온화한 바람 같아
서, 만물이 그를 만나면 생기가 충만해지고, 마음이 시기하기 좋아하고
각박한 사람은 겨울에 만물을 얼어붙게 하는 음산한 눈보라 같아서 만물
이 그를 만나면 생기를 잃어버린다.
혁명밀알 15-06-22 06:59
 
대나무처럼 바람에 휘청이는 살아온 인생
바람에 줄간 대나무처럼 살아온 무게감만으로 스크레치가 생겨 버린 인생
꿈이였어 15-06-22 13:01
 
따라, 휘청거리다
생긴, 잘디잔 금들
나에게 죄를 지은일,
선유도 15-06-22 16:36
 
<<마흔 몇 해 뒤란에 있던
대나무 숲이 내게로 왔다>>
바람에 휘청, 금이 간 그 모든 것이
닮은 꼴로 현실로 다가왔다.
등대 15-06-22 19:14
 
금들이 뭉쳐져 생긴 마디와 마디,
매듭과 매듭이 이어지는 길,
하늘로 향해 있다
가우스 15-06-22 22:52
 
삶/분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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