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서로 거나하게 취했을 때, 평원군은 천금을 앞에 놓고 노중련에게 축수의 잔을 올렸다.
[이것으로 선생의 천수 무강을 빌겠습니다.]
노중련이 웃었다.
[군께선 이 사람을 천하의 선비로 대하십니까?]
[그렇다 뿐이겠습니까?]
[천하의 선비로서 소중한 것은 남의 어려움을 풀어 주고 스스로 이(利)를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취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장삿군이나 다를 것이 뭐 있겠습니까?
이 중련은 그런 짓을 차마 하지 못합니다.]
노중련은 끝내 돈을 받지 아니하고 평원군을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조나라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 후의 일이다.
연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해 들어왔을 때, 연나라의 한 장수가 요성(邀城)을 함락시켜 이를 점령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성을 점령한 그를 연나라 왕에게 모함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이 벌을 내릴까 두려워 감히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성을 혼자 지키며 끝내 버티고 있었다.
그러자 정세가 일변하여 연나라 군사가 제나라장수 전단(전단)에게 쫓기어
총퇴각하는 사태에 이르렀는데 그는 이번에는 요성을 포위한 제나라와 싸워야만 했다.
연나라로 돌아가자니 이미 혐의가 이루어져 있고, 제나라로 돌아가자니 제나라 사람들이 그를 반가이 대할 리가 만무일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제나라 군사들을 무수히 죽였기 때문이었다.
요성은 난공 불락의 요충지였고 게다가 연나라 장수 또한 싸움에 능한 사람이었다.
연나라 상장군(上將軍) 기겁(騎劫)의 십만 대군을 하룻밤 사이에 무찔러 쫓아 버린 전단 같은 맹장도 이 요성만은 일 년이 지나도록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연나라 장수는 무슨 승산이 있어서 버티는 것은 아니다.
연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제나라에 항복할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
버티는 날까지 버티어 보자는 배짱에서였다.
노중련은 그의 처지에 동정이 가면서도, 그보다 죄없는 군사들과 백성들만이 무모한 싸움으로 죽고 고생하는 것이 딱했다.
노중련은 연나라 장수에게 보내는 천자에 가까운 긴 편지를 화살 끝에 묶어 성안으로 보내고, 그로 하여금 연나라로 돌아가든가 제나라에 항복할 것을 권했다.
역사의 유명한 인물들의 처신을 소개하고 사소한 예절이나 체면에 구애받지 말고
제나라에 항복함으로써 위대한 공을 세우든지,
연나라로 돌아갈 생각이면 내가 책임지고 돌려보내 줄 테니 그 길을 택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것과, 무모한 대항으로서 무고한 백성들만을 괴롭히는 것이
의기 있고 포부 있는 사나이로서 취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송곳으로 찌르듯 아프게 타일렀다.
노중련의 편지를 받아 읽은 연나라 장수는
사흘 동안을 울면서도 결정을 못 내리다가 결국 자살을 하고 말았다.
장수가 죽게 되자 자연 성안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런 틈을 타서 전단은 요성을 무난히 함락시킬 수 있었다.
전단은 노중련에게 벼슬을 주려 했다.
노중련은 이 소식을 듣자
[부귀하고 남에게 머리를 숙일 바엔 차라리 자유롭게 살리라!]
하고 멀리 바다로 떠나 버렸다 한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운가사에 새 기운이 갊아 있으니 말은 소장(蘇張,)의 구변이 있고, 글은 이두(李杜)의 문장이 있고, 알음은 강절(康節)의 지식이 있나니
다 내 비결이니라.” 하시니라
소장(蘇張) 소진,장의
구변(口辯) 말을 잘하는 재주나 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