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第五章) 오미(五味)의 변
白巢氏之族支巢氏與諸人往飮乳泉(백소씨지족지소씨여제인왕음유천)
人多泉少讓於諸人自不得飮而如是者五次(인다천소양어제인자부득음이여시자오차)
乃歸而登巢遂發飢惑而眩倒耳嗚迷聲(내귀이등소수발기혹이현도이오미성)
呑嘗五味卽巢欄之蔓籬萄實起而偸躍此被其毒力故也(탄상오미즉소란지만리도실기이투약차피기독력고야)
乃降巢濶步而歌曰(내강소활보이가왈) 浩蕩兮天地(호탕혜천지) 我氣兮凌駕(아기혜능가)
是何道兮(시하도혜) 萄實之力(도실지력) 衆皆疑之(중개의지) 支巢氏曰眞佳(지소씨왈진가)
諸人奇而食之(제인기이식지) 果若其言於是諸族之食萄實者多(과약기언어시제족지식도실자다)
解譯 :
백소씨족(白巢氏族)의 지소(支巢)씨가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지유를 마시려고 유천(乳泉)에 갔는데 사람은 많고 샘은 작아 여러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마시지 못하기를 다섯 번이나 되었는데, 마침내 돌아와 소(巢)에 올라 배가 고파 어지러워 쓰러지니 귀에 미혹한 소리가 울리었느니라.
오미(五味)의 맛을 본 즉 소(巢)의 난간에 있는 넝쿨에 달린 포도열매였더라. 몸을 일으켜 펄쩍 뛰니, 이는 그 독력(毒力)으로 피해를 입은 때문이었더라. 곧 소(巢)의 난간에서 내려와 활보하면서 노래하기를, ‘넓고도 크구나 천지여! 나의 기운이여! (천지를) 능가하도다. 이것이 어찌 도(道)인가! 포도의 힘이로다.’ 라고 하였느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소씨의 말을 의심하였으나 지소씨가 참으로 좋다고 하매, 여러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 포도를 먹었느니라. 그 결과 그 말과 같아 여러 족속들이 이에 포도를 많이 먹었느니라.
* 해설
오미의 변 혹은 오미의 난이라고 하는 백소씨족의 한 가지로 칭해지는 지소씨의 포도를 따 먹고 오미를 알게된 실달대성의 최초의 이변에 대한 기술이다. 성경의 신학적 해석에서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포도주와 떡을 예수의 피와 살로 해석하는 상징성의 의미를 부여하듯이 부도지의 이 포도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하여야지 그 때 포도를 먹고 죄를 지를 지었다고 직역해서 그대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구약경 창세기 3장 6절에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 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라고 하는 것이나 부도지에 등장하는 바로 이 포도나 금단의 열매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상징의 의미이다. 그 구체적 스토리의 전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도가 가지는 상징성의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이다.
마고(상제)가 정해둔 지유라는 먹이만으로는 배고픔을 채워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포도라는 상징성이 지닌 생식의 단계로 전환되는 한계상황을 지소씨가 도전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도덕적 수치심을 알고 나뭇잎으로 신체부위를 가리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에덴에서의 추방으로 이어지지만 부도지는 지소씨가 수치심으로 잠적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국적 상황이 야기된 것이 지소씨의 탓인가? 마고의 탓인가? 현대라는 시대에서 경제의 문제, 먹이의 파이를 분배하는 문제와 동일한 물음이다. 상제가 계시다면 왜 인간이 이렇게 차별화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세상이 왜 불공평한가라는 물음에 상제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어떤 경전이든 그것은 교리적인 차원의 기록이다. 부도지는 마고가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소씨가 기록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기록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비판한다면 그것이 상제의 뜻일까? 그 기록자와 상반되는 입장에 서 있는 이는 억울하지 않을까? 창세기는 뱀을 등장시켜 뱀을 타락의 주인공으로 묘사한다. 부도지는 배고파 쓰러진 지소씨가 미혹한 소리를 들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이후는 모든 게 지소씨의 탓으로 되어 있다.
적어도 이러한 원초적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신화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는 인간의 식욕, 배고픔을 면하기 위함이라는 본능적 욕구 때문에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것으로 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간 집단,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