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살의 개념에 대한 다산의 이해
다산은 옥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국전國典' 당시는 '대전통편'을 위주
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동시에 주나라 법 한나라 법 '대명률'
등 옛날 것을 참고로 인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전'을 우선하는 다
산의 태도는 당시의 다른 유학자와는 달리 중국의 문화는 어디까지나
외국의 문화라는 자각에서 나온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다산은 '흠흠신서'의 첫 머리에 '서경書經' 「제전帝典」의 과실眚과 불행災으로
죄를 지은 경우에는 풀어주고肆 용서한다赦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계속하
여 '서경' 「강고康誥」의 “큰 죄라 하더라도 재범이 아니면 과실과 재앙으로
우연한 것이니 그 허물을 말하여 실토하였을 적에는 이에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는 구절과 '서경', 「여형呂 刑」의 “상형上刑이라도 가벼운 형벌로
처벌할 정상이면 가벼운 벌로 처벌한다”는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산은 과실과 불행은 풀어주고 용서하고 믿거나怙 재차 죄를 지은終 경우에는
사형하는 것이 옥을 처리按獄하는 대원칙이라고 하면서 “투살鬪殺 살피는
사람 은 마땅히 ‘생종眚終’ 두 글자를 충분히 생각하여 이 사건이 과오에서 나왔을
때에는 비록 사람이 죽었더라도 용서하여야 되고 고의로 저지른 죄에 있어서는
비록 상처가 작고 기한이 이미 지났더라도 추구追究 하여 반드시 죽여야 한다”
고 하였다.
특히 투구살鬪毆殺이 문제된 경우 상황에 따라 “위로는 고의故意에 속할 수
있고 아래로는 과오過誤가 될 수도 있어 터럭만큼 차이로 생사가 판가름되므
로 옥사를 맡은 신하로서 가장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이라고 강조하였다. 즉 다산은 살옥殺獄을 처리 함에 있어 과실로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풀어주고 용서해야 하지 죽여서는 안 되며 신 중하게 처리하여
잘못하여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살옥에 대한 다산의 견해가 집약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다산은 「경사요의」 편의 4번째로 '주례周禮' 「추관사자秋官
司刺」의 삼유三宥의 법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다. 삼유란 세 가지 감경하
는 경우를 말하는데 첫째는 불식不識이고 둘째는 과실過失이고 셋째
는 유망遺忘이다. 불식에 대하여 정중鄭衆은 “어리석은 백성은 아는 것
이 없으므로 용서해 줌을 일컫는다”고 하였으나 정현鄭玄은
“원수仇讐를 갑에게 갚아야 할 것을 을을 보고 참으로 갑이라 믿고 죽
인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다르게 해석하였다.
정현이 생존한 후한 시대에는 법률상 복수는 아무런 특전이 없었으나
실제로는 유교적 정신에 따라 종종 감형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원수라
는 말을 넣은 것이다. 만일 복수가 아니라 일반인 을 보고 참으로
일반인 갑이라 믿고 죽인 경우에는 불식으로 감경하는 조항은 적용되
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정중과 정현의 다른 해석에 대하여 가공언賈公
彦은 정중과 같이 해석하면 삼사三赦의 하나인 태어나면서 부터 어리석
고 아이같이 모자란 것을 말하는 준우蠢愚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현이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오늘날로 말하면 정중은 법률의 착오 또는 부지에 해당한다고 보았
고 가공언의 해석에 따르면 심신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 정현은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다산은 정현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
과실에 대하여 정현은 “칼을 들고 나무를 베려다가 다른 사람을 침
범한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정중은 사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한나라 법에서도 과실살은 사형을 면하였음
을 알 수 있다. 유망에 대하여 정현은 “사이에 휘장에 가려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서 병기를 던지고 화살을 쏜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다산은 재령 백성 강와정姜臥丁 사건을 해설하면서 불식·과실·유
망에 관하여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다산은 이를 통틀어 과오살이라고
하고 당시의 법으로는 불식은 오살 중에서 마땅히 죽어야 할 사 람을
잘못 죽인 것을 말하고 과실과 유망은 과실살에 해당한다고 이해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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