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결의 효변론
'사고전서四庫全書' 문연각文淵閣본을 보면, 경부經部 역류易類에 '역 변체의易變體義'가 수록되어 있다. 다산이 언급한 '문헌통고'의 <경적고>에 나오는 '주역변체'와는 서명이 약간 다르다. '사고전서' 제요에 따르면, '역변체의'는 사고관신이 '영락대전永樂大典'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저본으로 하여 청나라 건륭乾隆 46년(1781)에 편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에는 이미 16권 중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결손되어 12권으 로 편찬되었다. 결손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예괘豫卦, 수괘隨卦, 대축괘大畜卦, 대장괘大壯卦, 규괘睽卦, 건괘蹇卦, 중부괘中孚卦 등 7괘와 진괘 晉卦의 육삼, 구사, 육오, 상구 부분이다. 도결(都絜, 생졸년 미상) 은 자가 성여聖與이고 단양丹陽 사람이다. 송나라 선화宣和 6년(1124)에 진사가 되었고 관직은 소흥 연간에 이부 낭중吏部郎中 지덕경부知德慶府, 태부소경太府少卿, 회서총령淮西總領 등 을 역임했다. 그의 부친은 도욱都郁으로 자는 자문子文이고 혜주교관 惠州敎官을 지냈고 평생 역학을 공부했다. 도결은 부친으로부터 들은 바에 기초해서 '역변체의'을 지었다. 저서에는 '주역설의周易說義', '역 변체의', '주역체재周易體裁' 등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문연각본의 사고전서에는 역변체의 16권 중 에서 12권만이 전해진다. 역변체의는 384효의 뜻을 밝히는 것을 위주 로 했기 때문에, 64괘의 괘사뿐만 아니라 단전彖傳이나 상전象傳은언급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주역의 경문조차도 온전히 수록되어 있지 않다.
도결이 효변에 주목한 것은 다산과 마찬가지로 '춘추좌씨전'의 '주역' 과 관련된 내용을 통해서이다. 도결이 소흥 28년(1158) 4월 5일 조정에 올린 글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나온다. 옛 사람들이 괘효의 변체에 입각해 효사를 인용한 것이 좌구명의 '춘추지전春秋之傳'에 나옵니다. 가령, 진나라의 채묵은 건지구乾之姤나 건지동인乾之同人, 건지대유乾之大有, 건지쾌乾之夬 등을 말하면서 각각의 효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정나라의 유길 등도 복지이復之頤, 사지림師之臨, 풍지리豐之離 등을 말하면서 각각 그 효사의 뜻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주역' 경문을 보면, 초구나 상륙 등과 같이 위치를 나타내는) 초初, 상上등에 구九와 육六이합쳐져 있는데, (채묵과 유길 등이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볼 때, 효사는 분명 변체의 뜻을 고려하여 지은 것입니다. 이에 모괘某卦의 모괘某卦라는 형식을 빌려, 효사의 뜻이 그 변체를 고려하여 지어졌음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주역'은) 각 효가 각각 한 편이 되어, 전체 384편이 됩니다. 역易에는 이러한 일가의 학學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채 묵 등의 언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위의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도결은 좌구명이 지은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채묵 등의 언급에서 효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이러한인식은 그의 「자서自序」 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잠룡’이라는 말은 구괘姤卦의 정체正體가 아니지만, 건괘乾卦 초구初九가 변하여 구괘姤卦에 속하게 된 것이 건지구乾之姤이다. ‘황상黃裳’이라는 말은 비괘比卦의 정체가 아니지만, 곤괘坤卦 육오六五가 변하여 비괘('사고전서' 문연각본에는 곤坤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문맥상으로 볼 때 비比자의 오자이므로 수정)에 속하게 된 것이 곤지비坤之比이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부터 (시작해서)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건괘乾卦 구이九二가 변한 것을 어찌해서 건지동인乾之同人이라 하고, 건괘乾卦 구오九五가 변한 것을 어찌해서 건지대유乾之大有라 하겠는가? 그리고 (國語·晉語에 나오는) 동인董因이 진문공晉文公을 위한 점서에 육사六四가 변하지 않은 것을 어찌해서 태지팔泰之八이라 하고, '춘추좌씨전'의 기사에 보이는 목강穆姜의 점서에 육이六二가 변하지 않은 것을 어찌해서 간지팔艮之八이라 하겠는가? 건지구乾 之姤에서 미제지해未濟之解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와 같다.
'춘추좌씨전' 중 '주역'의 점서와 관련된 조항을 보면 모두 ‘건지구乾之姤’나 ‘곤지비坤之比’, ‘건지동인乾之同人’, ‘건지대유乾之大有’ 등의 명칭으로 나와 있고, ‘건괘乾卦 초구初九’, ‘곤괘坤卦 육오六五’, ‘건괘乾卦 구이九二’, ‘건괘乾卦 구오九五’ 등의 일반적인 명칭으로 쓰여 있지 않은 것에 도결이 효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위의 인용에서 언급한 ‘태지팔泰之八’과 ‘간지팔艮之八’은 '주역'의 점법이 아닌 연산역이나 귀장역의 점법으로 ‘건지구乾之姤’ 등의 변함을 나타내는 표 현이 아닌 숫자 7이나 8을 사용해서 변하지 않음을 나타낸 것이다. ‘태 지팔泰之八’과 ‘간지팔艮之八’을 연산역이나 귀장역의 점법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산의 인식이기도 하다.
'역변체의' 「제요提要」를 지은 사고관신의 평가도 도결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좌전左傳'에 실려 있는'주역'의 여러 점서에 관한 언급을 보면 이른바 ‘모괘지모괘某卦之某卦’라는 표현이 대략 십여 곳 있는데, 변효(動爻와 變爻는 같은 의미임)에 의해 뜻을 취한 것 같고 괘획의 본뜻만을 위주로 한 것 같지는않다. 가령 왕자 백료가 정공자 만만을 논할 때 “풍지리豐之離”라 했고, 유길이 초나라 군주를 논할 때 “'주역'의 복지이復之頤에 “되돌아 갈 곳이 없으니, 흉하다”라는 말이 있다”라고 했고, 순수가 필 지역의 전쟁을 논할 때 “주역의 사지림師之臨에 ‘군대의 출병은 군율을 따라야 하는데, 그 군율을 따르지 않으면 흉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라고 했고, 채묵이 용이 강絳이라는 땅의 교외에 나타난 것을 논할 때, “주역에도 있습니다. 건지구乾之姤의 효사는 ‘잠룡이니 쓰지 말라’, 건지동인乾之同人의 효사는 ‘용이 밭에 나타나다’, 건지대유乾之大有의 효사는 ‘용이 하늘을 날다’, 건지쾌乾之夬의 효사는 ‘항룡이니 후회함이 있을 것이다’, 건지곤乾之坤의 효사는 ‘나타난 여러 마리의 용이 머리가 없으니 길하다’, 곤지박坤之剝의 효사는 ‘용이들에서 싸운다’”라고 했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점서를 하지 않고 그 변체變體를 얘기하고 있으니, 원래부터 '주역'에 이러한 뜻이 있었음을 알 수있다. 그러나 고서들이 산실되어 그 설이 전해지지 않았는데, 도결이 의리 로 그 대략적인 뜻을 찾아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