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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6:12
[서촉] 중국의 서번, 삼장과 서역 중천축
 글쓴이 : 칠현금
 
[서촉에 대한 소고]
4. 중국의 서번은 어디인가?
 
서번(西番)이란 중화시스템에서 중앙조정의 서쪽 번국, 서쪽 제후국이라는 말이다. 조충국(趙充國 B.C. 137~52)은 전한(前漢) 무제 때 이광리(李廣利)의 휘하 장수로 흉노와 한(漢)의 전쟁에서 곽거병과 더불어 명성을 날렸다. 그는 서강(西羌)을 도모하려 하면서 황중(湟中)에다 곡식 1백만 석을 쌓아 놓았던 때문에 후세에 둔전법(屯田法)에서 항시 그 이름을 떠올렸다. 한서(漢書) 권69의 조충국전(趙充國傳)에 따르면, 한 무제(漢武帝) 때 후장군(後將軍)을 지냈고, 한 선제(漢宣帝) 때 서강(西羌)이 배반하자 70의 나이로 조서(詔書)를 받들어 금성(金城)에 가서 오랑캐의 평정을 도모한 끝에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고 한다.
 
 
o 열하일기(熱河日記) > 반선시말(班禪始末)
-“반선액이덕니(班禪額爾德尼)는 서번(西番) 오사장(烏斯藏)의 대보법왕(大寶法王)입니다. 서번은 사천(四川)ㆍ운남(雲南)의 지경 밖에 있고, 오사장은 대개 청해(靑海) 서쪽에 있는데, 옛 경(經)에는 당(唐) 때의 토번(吐蕃) 옛 땅으로 황중(湟中)에서 5천여 리 떨어져 있다 합니다. 혹은 반선을 장리불(藏理佛)이라고도 하는데, 소위 삼장(三藏)이 바로 그 땅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서번의 반선에 대한 시말을 기록하여 놓았다. 위 기록대로 오늘 날의 지명에다 맞추면 티벳과 청해성 일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운남이 예전에 운남으로 불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현 역사해석에서 위 기록의 황중(湟中)을 감숙(甘肅) 지방으로 흘러드는 서령하(西寧河)의 좌우 서강족(西羌族)이 사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서녕의 서강족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조충국이 바로 그 황중에다가 양곡 1백만석을 쌓아놓고 전쟁을 대비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바로 그 감숙과 신강의 남쪽이 청장고원으로 오늘 날의 청해성 지방이므로 현재의 지리 구도 상으로 열하일기의 기록대로는 좀 이상해진다.
 
 
-내가 열하에 있을 때 몽고 사람 경순미(敬旬彌)가 나를 위해 말하기를,
서번(西番)은 옛날 삼위(三危) 땅으로 순(舜)이 삼묘(三苗)를 삼위로 쫓아 보냈다는 곳이 바로 이 땅입니다. 이 나라는 셋으로 되어 있으니, 하나는 위(衛)라 하여 달뢰라마(達賴喇嘛)가 사는데 옛날의 오사장이요, 하나는 장(藏)이라 하여 반선라마(班禪喇嘛)가 사는데 옛날의 이름도 역시 장이요, 하나는 객목(喀木)이라 하여 서쪽으로 더 나가 있는 땅으로서 이곳에는 대라마(大喇嘛)는 없고 옛날의 강국(康國)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 땅들은 사천(四川) 마호(馬湖)의 서쪽에 있어 남으로는 운남(雲南)으로 통하고 동북으로는 감숙(甘肅)에 통하여 당의 원장 법사(元裝法師)가 삼장(三藏)으로 들어갔다는 곳이 바로 이 땅입니다. 원장이 갈 적에는 이 땅에 사람이 없었고 큰물을 건너갔었는데, 그가 돌아올 적에는 물은 말라버리고 촌락이 생겼으며, 당의 중엽에는 갑자기 토번(吐蕃)이란 큰 나라가 생겨서 중국의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
 
연암의 계속되는 기록에서 서번은 삼위 땅이고, 순이 삼묘를 쫒아 보낸 땅이며, 서번은 셋으로 나뉘어 있는데, 서쪽으로는 옛날의 강국(康國)이 있는 곳까지 이들의 나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천의 마호 서쪽으로 있고 남으로 운남으로 통하고 동북으로 감숙으로 통하는 곳이 서번이 사는 곳인데, 현장 법사가 불법을 구하러 간 삼장 지역이 이곳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장이 갈 때는 큰 물을 건너야 했던 곳인데, 돌아 올적에는 물이 말라버린 곳이기도 하다. 대륙의 현재 지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록이다.
 
 
- 돌아오는 길에 장성(長城) 아래에서 어느 손 하나를 만나 서번 일을 물었더니, 손은 대답하기를,
“서번은 옛날 토번(吐蕃) 땅으로, 장교(藏敎)를 숭상하고 있으니 역시 황교(黃敎)라고도 부르는데, 본래 그 나라의 풍속이 그러한 것으로, 중이란 명칭은 일부러 붙인 것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중이란 것은 실상 불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한다.
 
오늘 날의 라마교라고 일컫는 황교(黃敎)에 대한 연암의 기록인데, 이들이 연암이 연경을 다녀오고 하던 때인 조선 후기에는 적어도 현재의 티벳과는 한참 서쪽 지방에 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o 완당전집 제8권 잡지(雜識)
오인도(五印度)의 강역(疆域)은 남인도는 큰 바다로써 한계하고 서인도는 홍해(紅海)·지중해(地中海)가 있어 한계하여 예나 이제나 절연(截然)하여 어긋나지 않으며 오직 동·북의 두 인도는 육지의 경계가 각국과 들쑥날쑥하다. 그러나 동인도는 항해(航海)가 서로 통하여 상이(商夷)가 모두 익히 내왕하며 북인도는 총령(蔥嶺)의 서쪽이 간격이 되어 내왕하지를 못한다. 또 원·명 이후에는 나라 이름이나 땅의 이름이 당 나라 이전과는 서로 일관되지 못하며 다행한 것은 극십미이(克什彌爾)가 당·송의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이 되어 천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대설산이 있어 그 북을 경계했는데 그를 근거로 하여 북인도의 계빈(罽賓)이 되었다.
 
완당전집에 나오는 오인도에 대한 기록이다. 남인도는 바다로 한계지어지고, 서인도는 홍해와 지중해가 서쪽의 한계를 짓고 있고, 동인도와 북인도는 경계가 각국과 들쭉날쭉하다고 하는데, 서인도가 현재의 아라비아 반도라는 것이다. 중인도가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부터 현재의 파키스탄과 인도 서부지방이므로 동인도는 동쪽의 그 나머지가 되므로 경계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오인도의 대부분이 중인도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중인도가 고대에는 아쇼카왕의 통치하에 있던 범위이고, 후에 쿠샨왕조가 번성했던 간다라 지방이고, 근대 서구열강에게 침략당할 때까지 무굴제국의 땅이었던 것이다. 이 중인도의 북쪽 산간 오지의 고원지대가 북인도였던 것이다.
 
o 기측체의 추측록 제5권 추기측인(推己測人) 서교(西敎)의 연혁(沿革)
"서인도(西印度)에서 포사(包社 페르샤)와 아단(阿丹 아라비아) 및 서쪽으로 이미아주(利未亞洲 아프리카)와 동으로 총령(蔥嶺)의 좌우(左右)와 합살극(哈薩克) 포로특(布魯特)의 여러 유목(游牧) 지대와 천산남로(天山南路)의 여러 성곽(城郭)은 모두 천방교(天方敎 아라비아를 천방이라 하는데 이것은 이슬람교를 말한다)이고......"
 
옛 기록으로서는 가장 최근의 기록인 기측체의에서 서교의 연혁을 언급하면서 서인도에서는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지역이, 그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그 동쪽으로는 파미르고원의 좌우, 그리고  흑해 카스피해 부근을 비롯하여 서역의 대부분 지역에 이슬람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는데,
 
 
o 순암선생문집 제17권 잡저(雜著) 천학고(天學考)
명(明) 나라 가정(嘉靖) 연간에 정효(鄭曉)가 지은 《오학편(吾學篇)》에 이르기를,
서역에 묵덕나(默德那)라는 나라가 있는데 곧 회회국(回回國)이다. 처음에 국왕 모한맥덕(摹罕驀德)이 태어날 때부터 영성(靈聖)하여 서역의 나라들을 신복(臣服)시켰으므로, 이들 나라들이 높여서 별암원이(別諳援爾)를 삼았으니 중국말로 천사(天使)란 뜻이다. 나라 안에 불경 30장(臧)이 있는데 모두 3천6백여 권이다. 글은 전서(篆書)·예서(隷書)·초서·해서(楷書) 등이 혼합되어 있는데, 서양이 모두 이것을 사용한다. 그 땅이 천방국(天方國)에 접해 있는데, 일명 천당(天堂)이라고 한다.
 
위 순암문집은 서역의 묵덕나(오늘 날 메디나)가 회회국으로 이 나라에 불경 30장의 3천6백여권에 달하는 불장이 있다고 한다. 글은 전서(篆書)·예서(隷書)·초서·해서(楷書) 등이 혼합되어 존재한다고도 한다. 다음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기록과 관련지어 보면 이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기록이다.
 
o 경사편 3 - 석전류 2 석전잡설(釋典雜說)
서유진전(西遊眞詮)에 말한 오지 석후(五指石猴)에 대한 변증설
"현장 법사(玄奘法師)에 대하여는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다. 당 나라 정관(貞觀 태종의(太宗)의 연호) 3년(629)에 삼장(三藏) 현장이 서역(西域) 여러 나라에 들어갔으니곧 서번(西番)의 천방(天方)ㆍ묵덕나(黙德那) 등 지방이며, 그곳 나란타사(那蘭陀寺)에서 계현(戒賢)을 만나 유식(唯識)의 종지(宗旨)를 전수받아 돌아왔었다......"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삼장법사가 갔던 서역이 서번의 천방(아라비아), 묵덕나(메디나) 지방으로 그 곳에 있는 나란타사에서 유식의 종지를 구하여 왔다고 하고 있다. 이 나란타사는 중인도의 마가타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매우 유명한 불교대학이었다.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에서 마갈타국을 경유하였는데, 필연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야 할 나란타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은 해로로 현 인도지방을 통하여 갔던 서역로에서 현 인도대륙이 불교의 본산이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기록이다. 인도의 마갈타국은 중인도의 마가타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삼장법사 현장이 갔던 서역 중인도의 마가타국 나란타사의 경로에 삼장지역이 있었던 것이고, 원래의 강국이 있었던 곳인 계빈국이 현 파키스탄 지방으로 쫒겨가기 전의 지역의 강국의 땅까지 이들 라마승의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 다리야가 있는 파미르 이서의 소그드 지방의 남쪽이 강거가 전성기 때 번성하던 곳이었는데, 감숙은 감주와 숙주로 파미르 이서에서 지명 이동하여 옮겨놓은 지명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이나 국가라는 단위로 영토가 재확정되고 제국에서 독립된 각 나라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고 그렇게 가르쳐서 알고 있는 현대적 사관의 관찬 역사지리가 얼마나 사실과 다른가를 알 수 있는 사례는 비단 조선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사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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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의여백 13-11-16 03:41
 
서촉과 삼장 
아라비아를 천방 이것은 이슬람을 말한다-
원형이정 13-11-16 06:54
 
잘 읽었습니다.
별명없음 13-11-16 09:14
 
아 이럴수가~
칠현금 13-11-16 10:34
 
아래 동영상에서 김정민 박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목문화와 농경문화라는 이중구조에서 
지명이 셋트로 따라서 움직였다는 것으로 파악하면 
음동이라는 중첩원리로 뭔가 풀릴듯 합니다. 

천지공사의 이해도 이런 중첩원리로 전세계가 하나의 공사로 중첩되어 연결된 구조로 
파악됩니다.
뿌리깊은잠 13-11-16 11:21
 
글을 읽고 칠현금님이 댓글 설명을 보니 이해가 한결 쉽게 갑니다 
역사의 시간 그 흐름의 맥
탕아 13-11-19 06:25
 
아라비아 인도까지 왔군요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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