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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6:05
[서촉] 익재 이제현이 갔던 아미산 행로
 글쓴이 : 칠현금
 
[서촉에 대한 소고]
2. 익재 이제현이 갔던 아미산 행로
 
촉으로 가는 길인 촉도는 이백의 시 「촉도난」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험난한 길이다. 새들도 빙빙 맴돌기만 하고 넘나들지 못하며, 원숭이도 머뭇기리만 한다는 검각 높은 봉을 오르는 잔도는 천혜의 요새로 묘사된다. 관중 함양에 도읍한 옛 진나라 땅이 지키는 군사 몇 안 되어도 제후국의 백만 군사를 당하는 천혜의 요새라고 했는데, 그 서안에서 촉땅으로 피난간 이백이 촉도를 그렇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서안에서 한중을 지나 검각을 넘어 아미산을 넘으면 성도에 이르는 이백의 시는 지리적 순서로만 보면 매우 당황스럽다. 현재의 사천성을 기행한 ‘중국문화답사기3’(김순희 외3인, 다락원, 2007)를 인용하여 보기로 한다.
 
[......실제로 촉도를 가본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촉도를 시로 묘사했던 또 한 사람의 저명한 당나라 시인이 있었다. 바로 당명황(唐明皇)과 양귀비(楊貴妃)의 비련을 장편시로 노래한 「장한가」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그 사람이다.
 
백거이는 자를 낙천(樂天), 호를 취음선생(醉吟先生) 혹은 향산거사(香山居士)라고 하였으며, 산서성 태원(太原) 출신이다. 이백의 사후 10년, 두보의 사후 2년 무렵에 태어난 그는 30대 초에 이미 그의 명작인 「장한가」를 지었다고 한다. 이 시에 대해 고려 때 실제로 촉도를 가본 적이 있었던 이제현(李齊賢)이 이의를 제기한 흥미로운 자료가 있어서 소개한다. 이제현은 충숙왕 3년(1316) 30세 때 원(元)의 수도 연경(燕京)에서 아미산(峨眉山)에 제사 지내는 사명을 띠고 촉의 땅 성도로 떠났었다.
 
역옹패설(櫟翁稗說)에 "연우(延祐) 병진년에 내가 봉명사신이 되어 아미산으로 제사 지내러 갔었는데, 조(趙)·위(魏)·주(周)·진(秦)의 옛 지역을 거쳐 기산(岐山) 남쪽에 이르렀으며, 다시 대산관(大散關)을 넘고 포성역(褒城驛 : 필자 주-지금의 섬서성 한중漢中)을 지나서 잔도를 건너 검문으로 들어가 성도에 이르렀다."라고 한 뒤, "백낙천의 「장한가」에는 '쓸쓸한 찬바람에 누런 먼지 흩날리는데 구름다리 얼기설기 검각에 오르니 아미산 아래엔 행인도 적고 여린 햇빛에 깃발도 광채를 잃네. (黃塵散漫風蕭索 雲棧縈紆登劍閣 峨眉山下少人行 旌旗無光日色薄)'라 하였는데, 이는 당명황이 성도로 행행할 적에 거친 곳을 말한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미산은 당연히 검문과 성도 사이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건대 그렇지 않다. 뒤에 시화총구(詩話總龜)를 보고서 옛사람도 이에 대해 논하였음을 알았다. 아마도 백낙천은 서촉에 가보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 다음 이제현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촉도」 / 이제현
此山從古有    이 산은 옛날부터 있었는데
此道幾時開    이 길은 어느 때에 열렸는가
不借夸媧手    여와의 솜씨를 빌리지 않았다면
誰分混沌胚    혼돈의 천지를 누가 갈랐으랴
天形旂尾擲    하늘은 깃발 끝으로 조금 보이는데
岡勢劒鋩摧    산세는 칼날처럼 날카롭구나
霧送千林雨    안개는 숲마다 비를 뿌리고
江奔萬里雷    강물소리는 만리 밖의 우레 같네
班班穿薈鬱    이리저리 울창한 숲 뚫고 들어가
矗矗上崔嵬    뾰쪽뾰쪽한 봉우리로 올라가니
下馬行難竝    말에서 내려도 나란히 가기 어렵고
逢人走却廻    사람을 만나면 되돌아가야 할 판이네
驚猿空躑躅    놀란 원숭이들 하릴없이 머뭇거리고
去鳥但徘徊    날아가던 새도 빙빙 돌기만 하네
才喜晨光啓    아침 햇살 겨우 비추는가 싶더니
俄愁暮色催    어느새 어둑어둑 저물려 하네
金牛疑妄矣    금우의 고사도 허망한 듯하고
流馬笑艱哉    유마도 운행하기 어려웠겠네
寄謝題橋客    승선교에 시를 써 부친 손님에게 말하노니
何須約重來    다시 오려고 약속할 건 무엇인가]
 
이제현은 원도(元都)를 자주 드나들었는데, 아미산에 간 것은 1316년의 3개월의 기간이라고 한다. 이제현은 한중을 지나 검각을 넘어 촉땅으로 들어가 아미산을 다녀왔다. 그래서 백거이의 장한가를 가보지 않고 지은 시라고 의심한 것인데, 이백의 촉도난이나 백거의 장한가는 동일한 지리적 배경으로 지어진 시이다. 이백과 백거이가 큰 착각을 하고 시를 지은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안사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이백이 피한 간 곳이 바로 촉땅이기 때문이다. 송대의 시화총구에서도 이제현과 견해를 같이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하니, 이는 이백과 백거이가 갔던 촉과 이제현이 갔던 촉이 달랐다는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면 촉이라는 지리적 명칭은 송나라 이후 혹은 금, 원으로 이어지는 대륙의 주인공들이 뒤바뀌는 와중에서 현재의 사천성 지역으로 옮겨진 것일 수도 있다.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지만, 이를 입증하고 고증할 방법이 마땅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이러한 난제에 한번쯤 고민하여 보는 것은 천지간의 해원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와 아울러 「서촉」이란 성언의 의미에 천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서촉에 있어도 일심하는 자에게는 찾으리라
 
또한 백거이의 장한가는 널리 시공간을 타고 인구에 회자된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는 역사적으로 천지에 각인된 양귀비의 죽음과 관련된 한(恨)의 깊이가 서려 있기도 하다. 다음의 백거이의 장한가는 깊히 천착하여 볼 가치가 있다. 인류역사와 개인의 한의 문제가 어떻게 천지공사 상에서 다루어지고 풀려지도록 되어 있는가라는 매우 중요한 과제의 논점이 될 사안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백거이의 장한가 전편은 길어서 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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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정 13-11-13 06:17
 
내가 서촉에 있어도 일심하는 자에게는 찾으리라.... 
이 말씀을 생각하니 서촉을 탐구하는 의의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장 이백의 글을 보는 이유가 이제 이해가 되는듯.... 
근데 지리도 어려워요..... 역사도 어려운데 지리까지....
소리샘 13-11-13 08:28
 
손 잡을 곳 없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그 곳에 아슬아슬 이어진 잔도 
양자강의 거센 물살 
칠현금님의 글 속에서 느껴집니다. 
브라보!!
무료쿠폰 13-11-13 22:45
 
내일 다시 컴퓨터에서 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꾸벅
총알탄머슴 13-11-14 06:49
 
고명하신 칠현금님 글 다시 뵙는군요 
인사만 먼저 올리고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탕아 13-11-14 20:38
 
일심으로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응해 주시겠노라  확정하신 
중요한 성구임에도 

도문에서 딴전이를 비롯한 어느 
한사람 서촉의 의미를 언급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그저 귀가 닳도록 들은 성구는 
전쟁도수,파탄도수,독조사도수 
노름판도수,다 바치고 망하는 도수 
뿐인 것을.....그것이 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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