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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2:23
[대학공부] 하늘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글쓴이 : 칠현금
 
[대학공부] 천문지리에 대한 소고
 
포개져 선회하는 겹구조 하늘
 
 
사료를 보면 호천상제(昊天上帝)라는 칭호가 자주 등장한다. 고려초에서 조선후기까지 호천의 상제님께 국왕을 비롯한 대신들이 제사를 지낸 기록들이 대부분인데, 하늘은 무엇이며 호천상제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볼 자료들이다.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 고려사절요 제7권 > 예종 문효대왕 1(睿宗文孝大王一)
가을 7월에 회경전에서 호천상제(昊天上帝)에게 친히 제사하며 태조를 배향하고 비를 빌었다.
 
○ 일성록 > 영조52년 丙申(1776,건륭 41) > 2월4일(병오)
상소하여 왕세손의 지위를 사양한 데 대해, 비답을 받았다.
“......신이 죽을 뻔한 목숨을 보전하여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전하의 큰 은혜 아님이 없습니다. 높은 하늘과 두터운 땅, 큰 산과 깊은 바다도 이 감격에 견줄 만하지 못하니, 신이 은혜에 보답하는 도리로는 오직 사시(四時)처럼 믿고 금석(金石)처럼 지켜서 만세에 전하도록 폐단이 없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괴물이나 귀신같은 불손한 자들이 감히 바라는 마음을 품고 방자하게 부추기는 논의를 내더라도 신이 그 꼬임에 현혹되어 망녕되이 의리를 바꾸려 한다면 이는 참으로 전하의 죄인이 되는 것이고, 전하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장차 종사(宗社)의 죄인이 되고 만고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황천(皇天)의 상제(上帝)가 위에서 굽어보고 종묘(宗廟)의 신령(神靈)이 옆에서 질증(質證)하는데, 신이 어찌 감히 속일 수 있겠습니까......”
 
위 고려사절요는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고 일성록의 기록은 영조52년에 정조임금이 왕세손의 지위를 사양하는 데 대하여 할아버지인 영조대왕에게 드리는 답변이다. 고려나 조선이나 모두 호천상제(昊天上帝)라 칭하는 고전의 기록이 많은데, 일성록에서는 하늘의 경칭인 황천(皇天) 상제라는 기록도 나온다.
 
하늘을 아홉 개의 방위로 나누어 부를 때 구소(九所)로서, 균천(鈞天;중앙)· 창천(蒼天;동쪽)· 변천(變天;동북쪽)· 현천(玄天;북쪽)· 유천(幽天;서북쪽)· 호천(昊天;서쪽)· 주천(朱天;서남쪽)·염천(炎天;남쪽)· 양천(陽天;동남쪽)이라고 한다는데, 호천은 방위적으로 서쪽 하늘인 서천을 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통칭적으로 우주를 칭하는 하늘의 의미로는 호천(昊天)으로 칭했다 한다.
 
조선후기에 쓰여진 백과서의 일종인 광재물보 [廣才物譜] 권1 천도부의 ‘천’항목에서, “天은 하늘로 至高天上”이라 하여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하고, 그 다음에 천의 한자어로 된 이칭(異稱)을 들었는데(太空·太穹·上蒼·九蒼·九鱗·玉宇·春冥·圓精), 때로는 한자로 기록된 다른 나라의 말도 인용하였다고 한다.
 
“提婆(제파) 西域稱天(서역칭천), 統格落(통격락) 元人稱天(원인칭천), 祁連(기련) 匈奴稱天(흉노칭천)”이라 한 것이 그것인데, ‘제파(提婆)’는 범어(梵語)의 ‘데바(deva, 天)’를 의미하며 서역에서 하늘을 가리킨다고 하였고, ‘통격락(統格落)’은 몽고어의 ‘텅거리(天)’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기련은 흉노말로 하늘이며 기련산은 흉노의 하늘산(天山)으로 모두 호천상제님에게 제를 지내는 성산의 의미일 것이다.
 
또, 한자어휘의 별칭도 기록하였는데 예를 들면, 창천(蒼天)은 춘천(春天: 봄 하늘), 호천(昊天)은 하천(夏天: 여름 하늘), 민천(旻天)은 추천(秋天: 가을 하늘), 상천(上天)은 동천(冬天: 겨울 하늘)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하늘을 칭하는 이름은 무수히 많음에 틀림없다.
 
단지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의 아주 작은 하나의 별일뿐인 이 지구별에서 사는 모퉁이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자가 다르다 보니 하늘을 표기하고 말하는 법도 제 각각으로 복잡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인간이 각기 하늘 하나를 수많은 소리로 부르는데, 저 광막한 하늘입장에서는 이 쬐끄만 지구에서 복잡하게 얽힌 것만큼 보다 그 크기에 비례해서 복잡하다고 하늘을 감히 인간이 탓할 수는 없을 법하다. 하늘 입장에서는 인간이 그렇게 지어내서 복잡하게 만든 것이니까.
 
그러면 조선후기 천문학 명강의인 정조임금과 이가환의 문답을 들어보기로 한다.
 
 
[구천(九天)은 선회하는 아홉 겹의 하늘]
정조 :
종동(宗動), 열수(列宿), 전성(塡星), 세성(歲星), 형혹(熒惑), 태양(太陽), 금성(金星), 수성(水星), 태음(太陰) 등은 지금 말하는 천체의 아홉 겹[九重]이라는 것이다. 고리가 아홉 겹이라는 말은 《초사(楚詞)》에 보이니 그 설은 실로 근본이 있는 것인데, 주자가 “아홉 곳으로 나눈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선회하는 것이 아홉이다.”라고 하였으니, 과연 높고 낮다는 논설과 다름이 없느냐?
 
주) 종동~ :
천체를 구성으로 말할 때, 일월금목수화토로 7겹으로 보고, 여기에 28수(宿)을 더하면 8겹이 되고, 다시 종동천(宗動天)을 더하면 9겹이 된다. 여기서는 종동이 8겹 하늘의 위에 있어 모든 하늘(諸天)을 주재하는 태허(太虛)로 보며, 열수(列宿)는 28수이고, 전성(塡星)은 토성, 세성(歲星)은 목성, 형혹(熒惑)은 화성, 태양(太陽)은 해, 태음(太陰)은 달로 본다.
 
이가환 :
예로부터 하늘에 대해 말하는 자들은 단지 그것이 혼원(渾元)한 하나의 물체라는 것만 알았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초사(楚辭)에 이르러서 비로소 ‘고리는 아홉겹이니 어느 누가 있어 그것을 경영하겠나(圓則九重 孰營度之)’라는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자 때에 이르러 비로소 말하기를  ‘하늘이 아홉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선회하는 것이 아홉 개 있다는 것이며아랫면은 기운이 탁하고, 윗면은 지극히 기운이 맑다(天非九處其旋有九而下面較濁上面至淸)’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런즉 이것이 어찌 하늘이 각각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안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일찍이 채계통(蔡季通 ; 송나라 채원정을 말함-원나라의 오징을 이가환이 잘못 안듯)의 설에 의거해 보건대, 그가 말하기를, ‘마땅히 태허(太虛) 가운데 하나의 공반(空盤)을 만들어서 여덟가지의 운행을 가지고 늦고 빠름의 운행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즉 이것은 또 하늘에 종동(宗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정조임금과 이가환의 문답은 하늘이 아홉 장소로 나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선회하는 각자의 궤도를 가진 아홉의 하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3차원적 공간 개념으로서는 여러 개의 하늘이 한 공간에 겹쳐져서 각기 자기 궤도를 돌면 서로 부딪힐 것인데, 이가환은 겹(重)을 분명히 층(層)이 아닌 선회하는 궤도의 하늘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이가환의 이론도 전적으로 맞다고 입증할 방법은 없다. 겹구조의 하늘을 주장하는 설과 층구조의 하늘을 주장하는 설이 있고, 그 주장이 다투게 될 때 이를 이해하고 중화하여 조절하는 그 주재적 하늘을 종동(宗動)이라 하는 것인데, 이는 늦고 빠름을 비교하여 보면 안다는 이가환의 답변에서 생각해 볼 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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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로그… 13-11-04 03:47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 쏠쏠하게 읽고 있습니다. 겹과 층 그리고 선회하는 궤도의 하늘이라. 
발제와 논제 그리고 각 이론의 명증과 재 반론을 통한 옛 분들의 가설을 통한 검증작업도 보는 재미가 
참 좋습니다. 칠현금님의 애독자로 감사를 드립니다
비바체 13-11-04 04:30
 
정조임금과 이가환의 문답이라는데서 느껴봅니다. 강요만 있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곳 
임금과 신하의 불꽃뒤는 논쟁 속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였을 겁니다. 

강요가 있고 토론이 자유가 있는 두 곳을 비교하면 참 안스러움이 보입니다.
칠현금 13-11-04 12:35
 
이러한 하늘에 대한 관점이 사람의 의식도 지배합니다. 하늘이 집의 층수처럼 계층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인간사회도 계급이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고, 하늘이 각기 선회하는 궤도를 가졌다고 생각할 때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본분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했다던가, 생각하고 있다는 문제가 현실에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원형이정 13-11-04 14:00
 
댓글에서의 칠현금님의 평이 더 공감이 가네요. 
증00에서 가르치는 하늘은 9천의 다천구조로 돼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위 본문 내용으로 볼 땐, 태양계 천체들과 태양바깥 천체들을 궤도를 기준으로 9천으로 선현들이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추상적 3차원 개념으로 받아들여, 기본논리의 바탕이 됐던 천문학적 천체개념은 무시돼버리고 '하늘은 9차원의 다층구조다' 이렇게 단순하게 퇴보해버린 게 아닐까 합니다. 
'겹치고 선회하는 다층구조다' 하는 데서 신도세계에 관해서도 접목되는 부분들이 있네요. 

죽은 영혼이 가는 하늘세계의 수준이 4층까지면 1,2,3,4층까지는 자유로이 영적 왕래가 가능하나 그 윗단계는 갈 수도 알수도 없고, 7층에선 또 7층이하 하늘 아래 일은 알아도 8층 이상은 알 수가 없고..... 
이렇게 보면 하늘이 '겹친다'는 게 이해가 되는 듯도 합니다. 

본글이 정해진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주는 데엔 제 역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칠현금님 감사합니다. ^^
상제님세상 13-11-04 14:13
 
칠현금님의 저번 글과 이번 글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확장이 이루어 지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소강절 선생의 원회운세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었는데(예를 들면 360*360 = 129,600)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태양계가 은하계를 도는 주기와 우리가 북극성이라 부르는 작은 곰자리 은하의 주기를 상대적으로 
놓고 보면 왜 129,600년의 주기가 되는지 감이 어느 정도 잡힙니다만 제 머리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ㅠㅠ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아도 이해가 안되는게 태양계가 우리의 은하를 도는 주기와 우리의 은하가 
또 다른 은하를 기준으로 도는 주기, 예를 들면 작은 곰자리 은하를 도는 주기로 놓고 보면 360*360*360 = 46,656,000 
이 되는데 이걸 구천 주기로 취하면....ㅠㅠ 에고 머리야~^^ 

암튼,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해 주시는 소중한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봅니다.
탕아 13-11-04 23:23
 
그렇군요. 
경외의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형상화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무의식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 

한편으론 무서운 생각이 드네요. 

사체하느님.....이 놈이 그렇군요. 
그러니 황극제를 받아 들이는건 
밥술 뜨고나서 김치에 손이 가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잘 읽었읍니다.^^
동이 13-11-05 15:52
 
그렇군요.. 저도 구척장신이 되고파요^^
죄와벌 13-11-06 20:00
 
하늘이 무서워요 
그래서 혁명에 동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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