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부] 천문지리에 대한 소고
포개져 선회하는 겹구조 하늘
사료를 보면 호천상제(昊天上帝)라는 칭호가 자주 등장한다. 고려초에서 조선후기까지 호천의 상제님께 국왕을 비롯한 대신들이 제사를 지낸 기록들이 대부분인데, 하늘은 무엇이며 호천상제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볼 자료들이다.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 고려사절요 제7권 > 예종 문효대왕 1(睿宗文孝大王一)
가을 7월에 회경전에서 호천상제(昊天上帝)에게 친히 제사하며 태조를 배향하고 비를 빌었다.
○ 일성록 > 영조52년 丙申(1776,건륭 41) > 2월4일(병오)
상소하여 왕세손의 지위를 사양한 데 대해, 비답을 받았다.
“......신이 죽을 뻔한 목숨을 보전하여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전하의 큰 은혜 아님이 없습니다. 높은 하늘과 두터운 땅, 큰 산과 깊은 바다도 이 감격에 견줄 만하지 못하니, 신이 은혜에 보답하는 도리로는 오직 사시(四時)처럼 믿고 금석(金石)처럼 지켜서 만세에 전하도록 폐단이 없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괴물이나 귀신같은 불손한 자들이 감히 바라는 마음을 품고 방자하게 부추기는 논의를 내더라도 신이 그 꼬임에 현혹되어 망녕되이 의리를 바꾸려 한다면 이는 참으로 전하의 죄인이 되는 것이고, 전하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장차 종사(宗社)의 죄인이 되고 만고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황천(皇天)의 상제(上帝)가 위에서 굽어보고 종묘(宗廟)의 신령(神靈)이 옆에서 질증(質證)하는데, 신이 어찌 감히 속일 수 있겠습니까......”
위 고려사절요는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고 일성록의 기록은 영조52년에 정조임금이 왕세손의 지위를 사양하는 데 대하여 할아버지인 영조대왕에게 드리는 답변이다. 고려나 조선이나 모두 호천상제(昊天上帝)라 칭하는 고전의 기록이 많은데, 일성록에서는 하늘의 경칭인 황천(皇天) 상제라는 기록도 나온다.
하늘을 아홉 개의 방위로 나누어 부를 때 구소(九所)로서, 균천(鈞天;중앙)· 창천(蒼天;동쪽)· 변천(變天;동북쪽)· 현천(玄天;북쪽)· 유천(幽天;서북쪽)· 호천(昊天;서쪽)· 주천(朱天;서남쪽)·염천(炎天;남쪽)· 양천(陽天;동남쪽)이라고 한다는데, 호천은 방위적으로 서쪽 하늘인 서천을 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통칭적으로 우주를 칭하는 하늘의 의미로는 호천(昊天)으로 칭했다 한다.
조선후기에 쓰여진 백과서의 일종인 광재물보 [廣才物譜] 권1 천도부의 ‘천’항목에서, “天은 하늘로 至高天上”이라 하여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하고, 그 다음에 천의 한자어로 된 이칭(異稱)을 들었는데(太空·太穹·上蒼·九蒼·九鱗·玉宇·春冥·圓精), 때로는 한자로 기록된 다른 나라의 말도 인용하였다고 한다.
“提婆(제파) 西域稱天(서역칭천), 統格落(통격락) 元人稱天(원인칭천), 祁連(기련) 匈奴稱天(흉노칭천)”이라 한 것이 그것인데, ‘제파(提婆)’는 범어(梵語)의 ‘데바(deva, 天)’를 의미하며 서역에서 하늘을 가리킨다고 하였고, ‘통격락(統格落)’은 몽고어의 ‘텅거리(天)’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기련은 흉노말로 하늘이며 기련산은 흉노의 하늘산(天山)으로 모두 호천상제님에게 제를 지내는 성산의 의미일 것이다.
또, 한자어휘의 별칭도 기록하였는데 예를 들면, 창천(蒼天)은 춘천(春天: 봄 하늘), 호천(昊天)은 하천(夏天: 여름 하늘), 민천(旻天)은 추천(秋天: 가을 하늘), 상천(上天)은 동천(冬天: 겨울 하늘)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하늘을 칭하는 이름은 무수히 많음에 틀림없다.
단지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의 아주 작은 하나의 별일뿐인 이 지구별에서 사는 모퉁이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자가 다르다 보니 하늘을 표기하고 말하는 법도 제 각각으로 복잡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인간이 각기 하늘 하나를 수많은 소리로 부르는데, 저 광막한 하늘입장에서는 이 쬐끄만 지구에서 복잡하게 얽힌 것만큼 보다 그 크기에 비례해서 복잡하다고 하늘을 감히 인간이 탓할 수는 없을 법하다. 하늘 입장에서는 인간이 그렇게 지어내서 복잡하게 만든 것이니까.
그러면 조선후기 천문학 명강의인 정조임금과 이가환의 문답을 들어보기로 한다.
[구천(九天)은 선회하는 아홉 겹의 하늘]
정조 :
종동(宗動), 열수(列宿), 전성(塡星), 세성(歲星), 형혹(熒惑), 태양(太陽), 금성(金星), 수성(水星), 태음(太陰) 등은 지금 말하는 천체의 아홉 겹[九重]이라는 것이다. 고리가 아홉 겹이라는 말은 《초사(楚詞)》에 보이니 그 설은 실로 근본이 있는 것인데, 주자가 “아홉 곳으로 나눈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선회하는 것이 아홉이다.”라고 하였으니, 과연 높고 낮다는 논설과 다름이 없느냐?
주) 종동~ :
천체를 구성으로 말할 때, 일월금목수화토로 7겹으로 보고, 여기에 28수(宿)을 더하면 8겹이 되고, 다시 종동천(宗動天)을 더하면 9겹이 된다. 여기서는 종동이 8겹 하늘의 위에 있어 모든 하늘(諸天)을 주재하는 태허(太虛)로 보며, 열수(列宿)는 28수이고, 전성(塡星)은 토성, 세성(歲星)은 목성, 형혹(熒惑)은 화성, 태양(太陽)은 해, 태음(太陰)은 달로 본다.
이가환 :
예로부터 하늘에 대해 말하는 자들은 단지 그것이 혼원(渾元)한 하나의 물체라는 것만 알았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초사(楚辭)에 이르러서 비로소 ‘고리는 아홉겹이니 어느 누가 있어 그것을 경영하겠나(圓則九重 孰營度之)’라는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자 때에 이르러 비로소 말하기를 ‘하늘이 아홉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선회하는 것이 아홉 개 있다는 것이며, 아랫면은 기운이 탁하고, 윗면은 지극히 기운이 맑다(天非九處其旋有九而下面較濁上面至淸)’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런즉 이것이 어찌 하늘이 각각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안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일찍이 채계통(蔡季通 ; 송나라 채원정을 말함-원나라의 오징을 이가환이 잘못 안듯)의 설에 의거해 보건대, 그가 말하기를, ‘마땅히 태허(太虛) 가운데 하나의 공반(空盤)을 만들어서 여덟가지의 운행을 가지고 늦고 빠름의 운행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즉 이것은 또 하늘에 종동(宗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정조임금과 이가환의 문답은 하늘이 아홉 장소로 나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선회하는 각자의 궤도를 가진 아홉의 하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3차원적 공간 개념으로서는 여러 개의 하늘이 한 공간에 겹쳐져서 각기 자기 궤도를 돌면 서로 부딪힐 것인데, 이가환은 겹(重)을 분명히 층(層)이 아닌 선회하는 궤도의 하늘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이가환의 이론도 전적으로 맞다고 입증할 방법은 없다. 겹구조의 하늘을 주장하는 설과 층구조의 하늘을 주장하는 설이 있고, 그 주장이 다투게 될 때 이를 이해하고 중화하여 조절하는 그 주재적 하늘을 종동(宗動)이라 하는 것인데, 이는 늦고 빠름을 비교하여 보면 안다는 이가환의 답변에서 생각해 볼 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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