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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6:07
[서촉] 장안과 삼봉 정도전의 한양
 글쓴이 : 칠현금
 
[서촉에 대한 소고]
3. 장안과 삼봉 정도전의 신도팔경시에 대하여
 
 
이백과 백거이의 시문에서 말하는 촉땅은 잔도를 타고올라 검각에 이르고 아미산을 넘어서 성도에 다다르는 길이다. 고려 말에 아미산을 찾았던 이제현은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본 것과는 촉땅으로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직접 보고서 백거이가 가보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의심한다.
 
현재의 중국 섬서성과 사천성을 놓고보면, 섬서성 남쪽으로 병풍처럼 동서로 둘러쳐진 산이 화산이고 종남산이고 태백산이다. 현재 태백산으로 불리는 이 험준한 지세로 둘러쌓인 섬서성에 장안, 함양, 서안, 낙양이란 옛 도읍지가 있는 곳을 관중 땅이라 하고 진(秦) 나라의 옛 땅이라고 하는데, 원 나라 때의 대륙 촉땅이 당나라 때의 이백이나 백거이의 촉땅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제현의 눈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다. 이제현은 한중(漢中 : 포성역褒城驛-포사가 태어난 포나라 땅이라고 한다)을 지나 검각, 성도, 아미산으로 가는 길을 말했다.
 
역대의 중조(中朝)가 천하를 통치하던 그 관중지역을 이해하기 위하여 장안에 대하여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역시 당나라 시인 시성 두보의 시를 인용하여 보기로 한다. 두보가 장안에 대해 읊은 시 ‘秦州雜詩’ 其七에 茫茫萬重山 孤城石谷間 無風雲出塞 不夜月臨關(망망한 만겹의 산, 성 하나 홀로 산골짜기 사이에 있어라. 바람도 없이 구름은 요새에서 나오고, 밤도 아니거늘 달이 관문에 찾아든다)이라는 구절은 관중 장안성을 묘사한 구절이다. 망망한 만겹의 산 사이에 관문들이 즐비하니 장안의 다른 이름이 관중(關中)이다. 그 만겹의 산 사이로 일백 둘의 강이 있다는 것이다. 두보의 시 제목의 秦州가 바로 관중 장안이다. 사기(史記)에 “진(秦)나라는 땅이 험고하여 2만 명만 있으면 족히 제후(諸侯)의 백만 군사를 당할 수 있다.” 고 하였다는데, 첩첩이 산이 중첩된 가운데 장안성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안(長安)을 서울, 수도로 이해하고 그렇게 통용하여 불렀던 우리의 정서 상의 한양과 장안을 비교하여 본다. 봉화백(奉化伯) 정도전(鄭道傳)이 조선 도읍지 한양에 대한 찬양시를 지었다. ‘신도 팔경의 시를 올리다[進新都八景詩]’이다.
 
첫째. 기전(畿甸)의 산하(山河)
비옥하고 풍요로운 기전(畿甸) 천리,
표리(表裏)의 산하가 일백 둘이로다.
덕교(德敎)의 형세를 얻어 겸하였으니,
역년(歷年)이 천년[千紀]은 점칠 수 있도다.”
 
삼봉 정도전은 조선이 새로 도읍한 신도(新都) 한양을 천자의 직할지 기전(畿甸) 천리로 일백두개의 강이 그 사이로 흐른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일천년 이어갈 새 나라 조선의 도읍지가 한양이 경기지역 기전만 해도 사방 오백리의 넓은 땅으로 일천년 사직을 이어갈 명소라고 찬양하는 것이다. 이도 현재의 한반도 한양이나 중국 무한의 한양이나 현 시안(서안)의 한양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앞의 두보의 시 제목 秦州가 바로 관중 장안인데, 삼봉 정도전의 한양 장안 또한 두시의 진주(秦州)와 별반 다르지 않다.
 
둘째. 도성(都城)과 궁원(宮苑)
성(城)은 철옹성(鐵甕城) 천 길[千尋]이나 높고,
구름은 봉래(蓬萊)의 오색(五色)으로 둘렸도다.
연년(年年)이 상원(上苑)의 꾀꼬리와 꽃,
세세(歲歲)에 도성(都城) 사람들이 유락(遊樂)하도다.”
 
정도전보다 600년쯤 전의 사람이었던 두보는 동관리(潼關吏)라는 시에서, 士卒何草草 築城潼關道 大城鐵不如 小城萬丈餘(병사들은 어찌 그리도 고생스럽게, 동관 길에서 성을 쌓는가. 큰 성의 견고함은 강철도 그만 못하고, 작은 성의 높이는 만장이 넘는다네)라고 장안의 도성에 관하여 읊었다. 두보는 철옹성인 이 성이 만장의 높이라고 했는데, 삼봉은 “성(城)은 철옹성(鐵甕城) 천 길[千尋]이나 높고”라고 한다.
 
고전번역원의 다산시문집 제3권/윤남고에게 써서 부치다[簡寄尹南皐]를 인용한다.
 
듣자니 지금 화성부에 / 聞說華城府
엄정한 관문 철옹성을 쌓고 있다던데 / 嚴關鐵甕重
날 듯한 누대 무지개에 닿아 있고 / 飛樓臨螮蝀
화려한 누각에는 교룡을 그렸구려 / 綺閣畫蛟龍
건업에 강산이 수려하고 / 建業江山
신풍에는 초수가 무성하지 / 新豐草樹濃
왕릉에 상서로운 기운 서려 있어 / 寢園佳氣盛
일만 주 소나무를 해마다 심는다오 / 歲植萬株松
 
삼봉보다 대략 400년 정도 후세인인 다산은 화성에 쌓는 철옹성에 대하여 한양의 철옹성을 말하면서 이곳이 건업과 신풍에 해당한다고 한다. 물론 건업(建業)은 오나라가 도읍한 강남땅이다. 주나라의 도읍 풍을 새로 건설한다는 의미로 다산은 화성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삼봉은 한양을 상원이라 하고 있는데, 상원(上苑)은 상림원을 말하는 것이다. 문화원형백과의 상림원조에 ‘진[秦]나라 때 조성된 어원[御苑].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장안현[長安縣] 서쪽에 있었음. 진시황[秦始皇]이 이곳에 아방궁[阿房宮]을 지었음.’이라고 되어 있다. 진나라가 함양에 화청궁을 짓고 거기 어원이 상림원이라 불리었는데, 한나라 때에 다시 이곳에 상림원을 조성했는데, 삼봉은 세세에 도성사람들이 유람하고 즐길 한양의 명소를 상림원이라 똑같이 말하고 있다.
 
위 삼봉의 시에 대한 고전번역원의 주에,
[주D-002]봉래 오색(蓬萊五色) : 봉래궁(蓬萊宮)은 당(唐)나라 대명궁(大明宮)인데, 여기서는 우리 궁궐에 비유하여 쓴 것. “천자(天子)의 정궁(正宮)이어서 그 뒤에는 항상 오색의 서운(瑞雲)이 떠 있다.” 하였다.
 
그러나 천자국의 황제가 사용하던 대명궁을 제후국 조선이 사용한다는 것은 조선이 천자국을 칭하는 것이 되므로 중화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후국의 반역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조선과 명의 관계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하여는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최소한도로 삼봉 정도전은 당나라의 대명궁을 둘러친 것이 한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진의 관중, 함양, 한, 당의 장안이 한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덟째. 북교(北郊)의 목마(牧馬)
바라보면 저 북교(北郊) 숫돌과 같은데,
봄이 오면 풀은 무성하고 샘은 달구나.
만마(萬馬)가 구름처럼 모이고 까치처럼 날뛰는데,
목인(牧人)은 멋대로 서(西)로 갔다 남(南)으로 갔다 하도다.
 
삼봉의 신도팔경 마지막 북교의 목마이다. 일만의 말이 구름처럼 모이는 곳, 봄이 오면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샘물이 달아서 유목인이 마음껏 서로 남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기르는 곳이 한양이다. 지금의 서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정도전의 신도팔경시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이것이 실제 역사에서 동일한 지리적 위치이거나 다른 곳에서 지명을 차용하여 왔던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 정신적 연원이 동일하다는 것만 파악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면면히 전승되어 이어져 내려온 장안, 한양, 서안에 대한 인류 영혼의 도읍으로서의 장안의 의미는 오로지 하나의 장안이기 때문이다.
 
관중 땅이 천하를 호령하던 진새(秦塞)이고, 여기서 한중(포성)을 거쳐 태백산의 험로에서 검각의 관문을 통해서 촉땅에 이르고, 촉도(蜀都) 성도에서 남쪽으로 더 가야 아미산에 도달하는 것이 이제현이 갔던 촉도이고, 검각과 아미산을 거쳐 성도에 다다르는 길이 이백과 백거이가 보고 시를 지었던 촉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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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쿠폰 13-11-14 13:21
 
잘 읽었습니다. 칠현금님의 글을 대하면 저의 무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한밤음악편… 13-11-15 10:04
 
조선과 명의 관계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하여는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최소한도로 삼봉 정도전은 당나라의 대명궁을 둘러친 것이 한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진의 관중, 함양, 한, 당의 장안이 한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면면히 전승되어 이어져 내려온 장안, 한양, 서안에 대한 인류 영혼의 도읍으로서의 장안의 의미는 오로지 하나의 장안이기 때문이다. 
--------------------------------------------------------------  칠현금님 글 

공부 잘하고 갑니다
미추의여백 13-11-16 03:36
 
늘 자리는 변함없는데 포사.말희. 달기 여인천하의 역사는 흐르는 땅
뿌리깊은잠 13-11-16 11:28
 
철옹성. 관문. 천길 
앞 역사를 뒷 역사의 선비가 증거하는 중 

명칭은 칡뿌리처럼 뒤 엉키고 ...... 
그 얽힘을 푸는 과정 그 열쇠  

이런 생각으로 봅니다
탕아 13-11-17 22:31
 
기록이 쓰여졌던 당대의 지명, 
똑같이 후대의 기록이 전하는 
그 당시의 지명, 
역사적 상징으로써의 지명 

많이 헷갈리고 어렵지만 
그래도~ 그래도~ 
뭔가는 감이 오는... 

칠현금님의 글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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