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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6:00
다산의 천문역법관에 대하여
 글쓴이 : 칠현금
 
   다산의_천문역법관.hwp (48.0K) [16] DATE : 2014-03-05 12:29:55
다산 정약용의 천문역법에 관하여는 이에 대한 논문으로 올려드립니다.
 
분량이 제법되고 내용에 난해한 점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다운 받아보시고
가급적 가볍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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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주재천主宰天(人格天)과 자연천自然天을 분리하여 생각했다. 일찍이 교제郊祭의 대상과 성격을 둘러싸고 역대 주석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정현(鄭玄, 127~200)은 하늘에는 육천六天이 있으며 원구제圜丘祭와 교제郊祭는 각각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왕숙(王肅, 195~256)은 <성증론聖證論>에서 정현을 비판하면서 천신天神은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교제郊祭와 원구제圜丘祭는 동일한 것이며, 오제五帝란 상제上帝의 보좌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공영달(孔穎達, 574~648)은 ...정현의 주장을 옹호했는데, 정약용은 이와 같은 공영달의 주장이 “경전의 뜻을 속여 정현을 비호하려는 것[誣經護鄭]”이라고 보아 「정씨육천지변鄭氏六天之辨」이라는 논설을 작성하여 그 잘못을 지적하는 한편 가규賈逵·마융馬融·왕숙王肅 등의 논지를 ‘당당정론堂堂正論’이라고 평가하였다.
 
(정약용은 상제上帝를 성리학적 천天을 영명주재한 천天으로 밝히고 이러한 천天을 상제로 보았다.) ......정약용이 말하는 천天은 자연물로서의 하늘[蒼蒼有形之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른바 ‘영명주재지천靈明主宰之天’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하늘의 주재主宰’를 상제上帝라고 하는데, 이를 천天이라고 일컫는 것은 마치 군주(國君=王)를 국國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았다. 정약용이 정현의 주장을 천제분이론天帝分二論으로 간주하여 일관되게 비판하는 관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정약용의 관점에 따른다면 상제上帝란 사람들이 부르는 호칭인데,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로 마치 인간 세계에 오직 한 명의 임금[帝]이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위에 계신 임금[上帝]’이란 뜻으로 그렇게 일컫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약용에게 호천상제昊天上帝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것은 영靈과 정情이 없는 유형의 천지를 주재하는 자였으며, 따라서 천지에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상제를 섬기는 행위였다. 
 
그렇다면 정약용에게 자연천自然天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 푸르고 푸른 유형의 하늘은 우리 사람들에게 집의 지붕이나 장막[屋宇帲幪]에 지나지 않으며, 그 품급品級은 토지수화土地水火와 더불어 같은 등급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우리 사람들의 성性과 도道의 근본이겠는가?
 
정약용은 ......열성列星은 영각靈覺이 없는 사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월성신에 대해 제사를 올리는 것은 천신天神(天之明神)이 그 운동을 주관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미원紫微垣의 한 별을 천황대제天皇大帝라 여기고, 태미원太微垣의 다섯 별을 오방천제五方天帝라고 여겨 일월성신에 제사를 올리는 것은 상제를 기만하는 행위였다.
 
......상제上帝를 섬긴다는 것은 ‘유형지천有形之天’을 섬기는 것이 아니었고, <주례>에서 말하는 제사의 대상으로서의 일월성신 등은 모두 ‘무형지신無形之神’이었다. 따라서 일월성신에 제사를 지낸다고 할 때 그 대상은 그것을 맡아서 운행하게 하는 ‘명신明神’이지 유형의 해와 달과 별이 아니었다.
 
이와 같은 정약용의 관점에서 보면 일월성신을 비롯한 천체의 운동을 관찰하고 역법을 수립하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요堯 임금이 희화羲和에게 명하여 호천昊天을 공경히 따라 일월성신을 역상曆象하여 삼가 인시人時를 주었다’는 「요전堯典」의 내용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정약용은 여기서 호천을 상제의 올바른 호칭으로 보았다. 천지만물은 상제의 소유가 아닌 것이 없는데, 일월성신의 운행과 ‘분지계폐分至啓閉’로 표상되는 사계절의 변화는 하늘이 하시는 일 가운데서도 매우 오묘한 것[天縡之玄妙者]이었다. 그러므로 요 임금이 희화에게 명하여 상제를 공경히 따라서 그 직책을 공손히 닦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정약용의 논의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먼저 그가 인간의 도덕성과 관련된 주재천(인격천)과 자연천을 구분하고 있었으며, 양자 사이의 직접적 관련성을 부인하였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자연천의 내용은 유일무이한 호천상제昊天上帝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오묘한 현상들로 탐구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때의 자연 탐구는 인간의 도덕성이나 사회적 윤리성과는 무관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연천은 결코 신앙이나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고 객관적 탐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 정약용이 인격신적 주재자로서의 천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천을 도덕적 실천의 담보자로 분립시키는 한편 과학이 나갈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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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논증을 통하여 다산이 상제관과 하늘에 대하여 밝힌 것과 아울러 이에 대한 제례행위의 정의에서 여러 가지 인지점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이 하늘을 참칭하는 것은 죄악이다. 상제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진법주의 [구천하감지위 옥황(혹은 증산)상제하감지위......]라는 부분과 이마두에 대한 위격의 정리문제이다. 무등산 상제봉조에 이마두를 초혼했다는 것이 이마두가 상제의 위격을 가지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인간세상에서 하늘상제, 땅상제, 인간상제 운운하는 교리조작과도 관련될 수 있는 동일한 범주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일단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칭으로서의 [上帝]는 신이든 인간이든 그 누구라도 칭하여져서도 칭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유교적 전통이 만들어 낸 제사의 대상이 본질적으로 왜곡되어 있듯이, 여타 종교에서도 동일한 왜곡이 일어났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할 문제이다.
 
다산의 경학과 천문역법관을 통하여 이러한 본질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또 고민하게 된 것만도 다산학을 통해서 얻는 하나의 각성으로의 의미는 충분하다. 인문학적 사고는 인간이 살아온 유구한 역사적 전통이란 토양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에 깊히 천착하여 들어가서 일대의 각성을 이루어 밝혀 낸 이 인문지식을 통하여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임시방편으로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막연한 생각에만 얽매어 사물을 판단하고 믿어버릴 뿐인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상제는 인존상제가 되었건, 지존상제가 되었건, 천존상제가 되었건 유일무이한 오로지 한분의 상제뿐인 것이지, 구천상제가 있고 또 십천상제가 있는 그런 우주일리는 없지 않는가라는 문제, 팔천상제도 있고 칠천상제도 있겠네라는 상제라는 호칭이 난무한다면 상제라는 위격 또한 대단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것은 곧 천지의 혼란이며 인세의 혼란이지 않겠는가라는 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원형이정 13-11-08 01:23
 
상제님은 오직 증산상제님 한 분뿐. 
내가 인간상제네 뭐네 하는 짓은 천벌 받을 짓이란 걸 
상제님께서 옥황상제라 쓴 종이로 똥닦이로 쓰면서 이미 경고하셨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시칠갑 13-11-09 11:34
 
상제님은 오직 증산상제님뿐. 현재시점에선요^^
자체발광 13-11-09 15:00
 
구천상제 이마두가 화두군요
탕아 13-11-10 23:53
 
구천상제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그렇게 아는 것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는데 
뭔가 아차 싶네요. 

뜻하지 않게 고민선물 하나 받았네요. 
잘 읽었읍니다.
뿌리깊은잠 13-11-11 04:09
 
펜입니다 
다운 받았고 잘 살펴 읽겠습니다
해롱대사 13-11-11 21:05
 
잘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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