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론방 > 학고재


 
작성일 : 14-03-04 16:06
[서촉] 백거이의 장한가
 글쓴이 : 칠현금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한(漢) 황제 여색이 그리워 경국지색을 사모했는데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불득)  황제에 올라 여러 해동안 구하여 얻지 못했다네.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딸이 있어 이제 장성하였는데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깊숙한 안방에서 자라 아무도 알지 못했다네.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하늘에서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 뽑혀 군왕 곁에 머무르게 되었다네.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눈망울 돌려 한 번 웃으면 온갖 아양이 생겨나
六宮粉黛無顔色 (륙궁분대무안색)  육궁에 단장한 궁녀들도 안색이 가려졌다네.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하여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골세응지)  온천물에 기름진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하여 일어나니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그 때부터 새로이 황제 사랑 받기 시작하였다네.
 
雲鬢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구름같은 귀밑머리, 꽃 같은 얼굴, 흔들거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부용휘장 안은 따뜻하여 봄 깊은 밤을 헤아리니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밤을 한탄하며 해 높아서 일어나고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불조조)  이로부터 군왕은 이른 조회를 보지 않았다네.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고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봄바람에 흠뻑 젖어 온밤을 지새우니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후궁에 빼어난 미녀 삼천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삼천의 총애를 한 몸에 가졌다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화려한 금옥에 단장한 교태로 밤 시중들어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따사로운 봄에 취하였다네.
姉妹弟兄皆列士 (자매제형개렬사)  자매와 형제 모두 줄지어 벼슬하니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아아, 이 가문에 빛나는 채색이 났다네.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이로 하여금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도다.
驪宮高處入靑雲 (려궁고처입청운)  화청궁은 높이 솟아 푸른 구름 속에 있고
仙樂風飄處處聞 (선악풍패처처문)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렸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가락 느린 곡과 고요한 춤이 비단결 피리소리로 망울져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군왕은 종일 넋 잃고 보아도 부족하였다네.
漁陽瞽鼓動地來 (어양고고동지내)  돌연 어양 땅을 울리는 북소리 진동하여 들려오니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깜짝놀라 예상우의곡을 깨뜨렸다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수천의 수레 수만의 기병이 서남으로 갔었다네.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부지)  천자의 깃대 흔들며 가다 서다 하기를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도성 서문 나서 백여리에 이르렀다네.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불발무내하)  육군이 움직이지 않아 어찌 할 수 없어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미인의 긴 눈썹 구부러져 군마 앞에 죽었다네.
花鈿委地無人收 (화세위지무인수)  땅에 떨 군 꽃 비녀 거두는 이 아무도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흩어졌다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군왕은 얼굴 가려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 흘렀다네.
黃埃散漫風蕭索 (황의산만풍소색)  흙먼지 누렇게 흩날리고 바람은 쓸쓸한데
雲棧縈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잔도 돌고 돌아 검각을 올랐다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였다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독산청)  촉땅에 강물은 맑고 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청)  황제는 아침저녁 온통 양귀비 생각뿐이었다네.
 
行宮見月傷心色 (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밤비는 애간장 끊어지는 방울 소리였다네.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천지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불능거)  여기 이르러 걸음조차 뗄 수 없어 주저하였다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마외 언덕 아래 진흙 속에서
不見玉顔空死處 (불견옥안공사처)  다시 볼 수 없이 옥 같은 양귀비 공연히 죽어간 자리였다네.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군왕과 신하 서로 보며 눈물로 옷깃 적시어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으로 도성문 향해 말에게 길을 맡겼다네.
 
歸來池苑皆依舊 (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보니 황궁의 정원은 변함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그대로였다네.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얼굴이요 버들은 눈썹이라 양귀비인데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를 대하고 어찌 눈물 아니 흘리었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던 날이며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섭낙시)  가을비에 오동잎이 떨어지는 때이며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풀이 무성하던 가을이며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 가득 덮어도 쓸지 않았다네.
 
梨園子弟白發新 (리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다네.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미앙궁의 전각에 저녁이 드니 반디불 날아 더욱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외로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잠 못 이루었다네.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은 길어 가고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반짝 새벽으로 흘렀다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원앙같은 기와에는 차가운 서리꽃이 겹겹이고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비취금침 싸늘하여 누구 있어 함께 덮었겠는가.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유유히 생사를 달리하여 흘러가는 몇 해 동안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불증내입몽)  꿈속에 들어도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었다네.
臨邛道士鴻都客 (림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인이 도성 홍문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 올 수 있다 하였네.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그리워 전전하는 군왕을 감동시키기 위하여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다네.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분주히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량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었다네.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듣기에, 바다 위에 신선 사는 산 있어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참치시)  눈 같은 피부와 꽃 같은 얼굴 그대로였다네.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였다네.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나라 천자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람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이리개)  길게 이어진 구슬발과 은병풍 열었다네.
 
雲髻半偏新睡覺 (운계반편신수각)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왔다네.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 춤을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 (리화일지춘대우)  봄비에 젖은 가지하나 가득 피운 배꽃 같았다네.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바라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뿐인데도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장차 오래 지닐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여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져가라 하였다네.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 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 하였다네.
 
臨別殷勤重寄詞 (림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량심지)  두 사람 마음으로만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견우직녀 만나는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장구한 천지라 할지라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한은 끊어질 기약 없이 영원하리.
 
 
 

무료쿠폰 13-11-13 22:47
 
양귀비와 당현종에 얽힌 역사를 알아봐야겟군요. 도무지 역사상식이 없으니 이 훌륭한 시에 대한 이해가 어렵군요.
칠현금 13-11-13 23:55
 
이 시는 좀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어 전문을 다 올렸습니다.  

두고 두고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일단 뭔가가 잡힙니다.
탕아 13-11-14 22:25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하였지만 역사 드라마를 한 편 
보는 느낌도 드네요. 

한 맺힌 사랑의 계기가 되는 
실재적 사건에 단서를 두셔서 
형광펜으로 그어 두신듯... 

쿠폰님 공부 끝나시면 저한테도 
슬쩍 알음귀좀 열어 주세요.^^

 
 

Total 153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21 [서촉] 중국의 서번, 삼장과 서역 중천축 칠현금 03-04
20 중화경 제 3장~중화의 마음은 광대 허명~ 향수 03-04
19 동영상 - 유라시아 대제국의 주인공 스키타이 조선 (동영상 … (1) 칠현금 03-04
18 중화경 제2장 도의 체용은 나의 성정에 향수 03-04
17 [서촉] 장안과 삼봉 정도전의 한양 칠현금 03-04
16 [서촉] 백거이의 장한가 칠현금 03-04
15 중화경 초판에 잇으나 재판에 누락된 내용~귀하신분이 전해… 향수 03-04
14 [서촉] 익재 이제현이 갔던 아미산 행로 칠현금 03-04
13 중화경 제 일장 향수 03-04
12 [서촉] 이백의 <촉도난> 칠현금 03-04
11 19세기 조선의 자연과 과학에 대한 담론 칠현금 03-04
10 다산의 천문역법관에 대하여 칠현금 03-04
9 [대학공부] 서학의 탄압은 정치적 사건 칠현금 03-04
8 [대학공부] 지구궤도의 조정에 대하여 칠현금 03-04
7 [대학공부] 하늘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칠현금 03-04
6 [대학공부] 하늘에 대한 이해 : 구천설과 12중천론 칠현금 03-04
5 [대학공부] 남(南)이라는 방향의 의미 칠현금 03-04
4 [특집기고] 대법국 천계탑의 지리 비정과 연원적 근거에 이… (1) 칠현금 03-04
3    [특집기고] 대법국 천계탑에 대한 소론(이전 글/ 참고용) 1 칠현금 03-06
2    [특집기고] 대법국 천계탑에 대한 소론(이전 글/ 참고용) 2 칠현금 03-06
1 봉상팔관 저초문 -소식- 칠현금 03-04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