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6-14 21:40
‘행行’을 개념화 하는 정약용의 전략
 글쓴이 : 선유도
 

‘행行’을 개념화 하는 정약용의 전략 


선악은 일을 행한 후의 평가라고 하게 되면, 행동하기 
전, 행동 하는 중, 그리고 행동 후의 단계를 구별해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행동하기 전 단계에서는 주체의 행동이 선을 행할 수 있도록 ‘성과 권
형’ 의 개념이 구상된다. 이제 행동을 하고 있을 때와 행동 후의 단계를 
살펴본다. 이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행동을 수행하는 몸, 또 주체가
한 행동을 선이라고 평가할 기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하는 과제가 
있다.


 도구[具]로서의 몸

'심경험'의 ‘구具와 행사’ 이 용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살펴
본다. 몸을 구具로 표현한 의도는 무엇일까?
선유가 항시 기질 청탁을 선악의 근본이라 말한 것은 잘못된 점이 없지 않
다. 진실로 이것으로 선악이 구분된다면 요순 그 자체가 원래 선한 것이니 
내 사모할 바 없고 걸주 그 자체가 원래 악한 것이니 내 경계할 바 없다. 오 
직 기질을 받아 태어나는데 행, 불행이 있을 뿐이다. 

선악의 문제에 있어 기질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성리학은 주장하는데, 
정약용은 이를 비판했다. 그가 성리학의 해석을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形]에서 일어나는 호흡, 혈액순환 등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 하 
는 작동자로 기氣를, 그리고 몸의 기인 체질[形氣]을 기질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기와 기질을 유기체의 생명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재해석하면서 기질은 선악의 행동에 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 악의 
원인이라고 하는 부정적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덕실천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한다. 실천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몸이다. '심경험'에서 ‘행사’와 ‘도구具’는 실천과 실천
을 수행하는 몸을 대응한 것이고, 도구라는 표현은 몸의 역할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서 가능했다. ‘구具’ 용어의 쓰임을 텍스트에서 좀 
더 살펴본다. '논어고금주'의 아래 구절을 보면, 신과 형으로 이루어진 
인간 존재는 기질적인 면이 없을 수 없다고 하면서, 몸[形軀] 때문에 악
에 빠진다고 한다.

신과 형이 오묘하게 합하니 사람의 성 가운데 기질적인 면이 따라 나오는 
것이 없을 수 없다. 비록 그러하나 사람이 악에 빠지는 것은 총괄하면 이 
형形으로부터 나오니, 이는 성인과 범부가 모두 두려워하는 것이다.
  
형구形軀가 얽어매어 선을 막고 악에 함몰케 하는 도구가 된다.
더구나 이 구절은 형구가 악에 함몰케 하는 도구라고 하여 부정적인 
맥락에서 구具를 쓰고 있다. 그래서 구具를 선악과 무관한 중립적인 의
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지 이 용어가 쓰인 맥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
다. '논어고금주'의 또 다른 곳에서 ‘구具’의 쓰임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선하지 않을 수 없다면 사람은 공이 없을 것이다. 이에 또 선을 할 수
도, 악을 할 수도 있는 권(형)을 부여하여 스스로 주도하는 대로 맡기어 선
을 향하고자 해도 놔두고 악을 쫓아가고자 해도 놔두니 이것이 공과 죄가 
일어나는 까닭이다. …… 진실로 인성이 선하지 않을 수 없(어 선하)다면, 원
숭이가 효도하지 않을 수 없고 벌이 충성하지 않을 수 없고 원앙이 정조를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천하에 어찌 다시 선인이 있을 수 있겠
는가. 이에 다시 선을 할 수도 악을 할 수도 있는 도구를 부여하여 그로 하
여금 선을 따르기를 (산에) 오르는 것 같이 하고 악을 따르는 것을 (산이) 무
너지는 것 같이 하니 곧 이 형구가 이것이다. 

권(형)에 해당하는 서술내용과 도구에 해당하는 내용이 ‘선을 할 수
도 악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서 같다. 형구가 비록 악한 행위를 하는 쪽
으로 더 많이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선한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
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에 선한 행동을 할 수도 악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것이 몸을 ‘도구’라는 용어로 쓸 수 있는 
이유다. 도구는 도구를 쓰는 자가 사용하기 나름이지 그 자체 선하거
나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도구라는 용어에서 정약용의 인성론이 행
동, 실천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선유도 15-06-14 22:13
 
정약용의 비판-
선악의 문제에 있어 기질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성리학은 주장
사오리 15-06-14 22:52
 
꾀꼬리가 노래하고 꽃이 활짝 피어 온 산과 골짜기를 가득 채워도, 이
모두는 천지자연의 헛된 모습일 뿐이니, 계곡의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져 바위와 벼랑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어야 비로소 천지자연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멜론 15-06-14 23:12
 
심경험'에서 ‘행사’와 ‘도구具’는 실천과 실천
을 수행하는 몸을 대응한 것이고, 도구라는 표현은 몸의 역할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서 가능했다.
칠현금 15-06-14 23:41
 
구(具)는  회의(會意) 문자로 갑골문자 형태는 상면이 솥(鼎)이고 하면이 양손(雙手)으로, 제사음식물의 그릇을 양손으로 받드는 것을 나타낸 것[甲骨文字形,上面是“鼎”,下面是雙手,表示雙手捧着盛有食物的鼎器(餐具)]으로 볼 수 있는데, 본래 의미는 준비 혹은 주관한다는 의미이다.(本義:准備食或酒席。泛指准備,備辦)

《廣韵》에서 具는 備也,辦也라고 했다.

《詩·鄭風·大叔于田》에서는  준비되어 있던 것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叔在藪 (숙재수) 숙이 숲가에 이르니
火烈具擧(화열구거). 횟불이 일제히 올라오네

범중엄范仲淹의 《岳陽樓記》에는
政通人和 정사는 통달하고 백성은 화락해졌으며
百廢具興 갖가지 버려졌던 일을 모두 일으켰다.
라고 하여  결과론적으로 당연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를 통하여 본다면, 도구(具)라는 의미는
육신이라는 형체를 지닌 인간에게서 유형인 몸은 행위를 행하게 하는 도구로써
제사음식을 담는 그릇과 같은 의미로 선을 담는 그릇이라는 본질적인 뜻인데
악을 담게 되면 그릇이 악한 것으로 보이고 선을 담으면 그릇이 선하게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혁명밀알 15-06-15 07:01
 
"도구는 도구를 쓰는 자가 사용하기 나름이지 그 자체 선하거
나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

본질적으로 통하는 내용이네요

이를 통하여 본다면, 도구(具)라는 의미는
육신이라는 형체를 지닌 인간에게서 유형인 몸은 행위를 행하게 하는 도구로써
제사음식을 담는 그릇과 같은 의미로 선을 담는 그릇이라는 본질적인 뜻인데
악을 담게 되면 그릇이 악한 것으로 보이고 선을 담으면 그릇이 선하게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15-06-15 09:15
 
선악의 문제에 있어 기질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성리학은 주장하는데,
정약용은 이를 비판했다. 그가 성리학의 해석을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形]에서 일어나는 호흡, 혈액순환 등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 하
는 작동자로 기氣를, 그리고 몸의 기인 체질[形氣]을 기질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때그모습 15-06-15 13:57
 
신과 형으로 이루어진 인간 존재는 기질적인 면이 없을 수 없다고 하면서, 몸[形軀] 때문에 악에 빠진다고 한다.
스칼라 15-06-15 15:30
 
도구는 도구를 쓰는 자가 사용하기 나름이지 그 자체 선하거나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각설탕 15-06-15 16:30
 
신과 형이 오묘하게 합하니 사람의 성 가운데 기질적인 면이 따라 나오는
것이 없을 수 없다. 비록 그러하나 사람이 악에 빠지는 것은 총괄하면 이
형形으로부터 나오니, 이는 성인과 범부가 모두 두려워하는 것이다.
꿈이였어 15-06-15 17:22
 
구具를 선악과 무관한 중립적인 의 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지 이 용어가 쓰인 맥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나다라 15-06-15 19:53
 
감사히 잘 봅니다.
 
 

Total 9,90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2777 레너드 제이콥슨의《마음은 도둑이다》 * 혼자가 아니다 (8) 사오리 06-14
2776 악의 원인 (10) 선유도 06-14
2775 ‘행行’을 개념화 하는 정약용의 전략 (11) 선유도 06-14
2774 고문용호경 (하) 제27장 (13) 칠현금 06-14
2773 안티고네 해석 - 결론 (7) 몽마르뜨 06-14
2772 화장실에서 보는 책 < 최불암 극장에 가다> (7) 객1 06-14
2771 알몸데이트를 TV로 시청하는 세상 (10) 각설탕 06-14
2770 안개도시 (11) 옥수 06-14
2769 오락가락 십계명 이야기.. (9) 게리 06-14
2768 대한민국의 역대 재림 예수들 (8) 게리 06-14
2767 [레고바이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모순점 (6) 게리 06-14
2766 백종원이 말하는 볶음밥 맛있게 먹는 비법 4가지 (6) 딴따라고사리 06-14
2765 밝은 목소리로 외치네요. FREE ROSES~ (8) 혁명밀알 06-14
2764 문태준의《느림보 마음》 * 급체 (5) 사오리 06-13
2763 선악에 영향을 미치는 세 요소 (10) 선유도 06-13
2762 회상6 <붓筆> (24) 아사달 06-13
2761 뇌 연구 시대와 미래 -시작은 실험적 측정에 의해야 한다. (8) 옥수 06-13
2760 화장실에서 보는 책 < 안기부에 끌려간 최불암> (8) 객1 06-13
2759 미야코섬 비키니 [만국유람기] (5) 딴따라고사리 06-13
2758 제 136편「중국」 31- 삼천만명이 죽은 마오쩌둥의 경제실패와 문화대혁명의 촉발 (16) 전설따라소설쟁이 06-13
2757 잇따른 장로 잔혹사, 장로 불신 키워 (8) 게리 06-13
2756 묵시문학은 아무것도 예언하지 못했다 (7) 게리 06-13
2755 [레고바이블] 질투심에 사람들을 살해한 사막잡귀 (7) 게리 06-13
2754 천사의 미소는 여전히 예쁘구나 (7) 혁명밀알 06-13
2753 3. 이토록 이상한 안티고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10) 몽마르뜨 06-12
2752 2. 이토록 이상한 안티고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11) 몽마르뜨 06-12
2751 SNS 난법일기 22- 직업과 정치 (25) 이순신 06-12
2750 화장실에서 보는 책 <무임승차> (9) 객1 06-12
2749 요한계시록에 영향을 준 다니엘서의 숫자 (7) 게리 06-12
2748 적반하장 (8) 게리 06-12
2747 [레고바이블] 구라의 방주 (7) 게리 06-12
2746 백종원표 체중 포기 샌드위치 (5) 딴따라고사리 06-12
2745 전쟁의 기억에서 잊혀진 아이들 (8) 혁명밀알 06-12
   211  212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