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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12 21:00
2. 이토록 이상한 안티고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글쓴이 : 몽마르뜨
 


2. 이토록 이상한 안티고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크레온은 폴뤼네우케스가 외국의 군대를 이끌고 조국을 공격하여 조국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배신자로 규정하고, 합당한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했다. 안티고네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은 듯 보인다. 안티고네에게는 그가 무엇을 했는지 보다는 그가 누구인가만이 중요하다. 

안티고네는 형제를 배신했다고 비난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크레온은 내 가족과 나 사이를 가로막을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오빠의 시신을 묻고, 누이로서 그의 곁 에 눕겠다고 결심한다.  헤겔은 이러한 안티고네의 결심을 같은 핏줄을 지닌 자신의 형 제, 즉 친족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헤겔은 인간 의 역사를 “자기 정체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주체들 간의 투쟁의 역사”로 요약한다.  개인들 간의 투쟁은 국가와 친족 간의 투쟁이 라는 사회적인 투쟁으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국가와 친족은 각기 두 근본적인 법, 즉 두 가지 다른 윤리적인 실체를 표방하며, 이 윤 리적인 실체가 곧 인간의 법과 신의 법이라는 것이다. 

헤겔에 따르 면 인간의 법은 곧 국가의 법과 같으며 크레온은 이를 표상한다. 나아가 이 법은 남성의 법이자 보편성의 법이다. 반면 안티고네는 신의 법이자 자연적인 윤리 공동체인 친족의 법, 여성의 법을 표상 한다. 헤겔에게서 국가는 친족 보다 더 우월한 윤리적 삶이 전개되 는 영역이다. 혈연으로 묶여진 친족 보다는 국가가 보다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헤겔에게서 국가와 친족의 관계는 전체에 대한 부 분의 관계와 같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크레온의 행동은 정당한 것인데 반해 안티고네의 행동은 도덕적, 정치적 판단 없이 오직 형 제에 대한 순수한 의무에 따른 행동이며 자의식 없는 자연적인 행동, 덜 윤리적인 행동이다. 

또한 헤겔에 따르면 안티고네의 오빠에 대한 충성은 어떤 자연적인 욕망이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것이며, 대문자 오빠에 대한 의무감에서 비롯된다.  헤겔의 논의를 밀고 나 가자면 결국 안티고네는 국가의 법에 저항하는 공공의 적이다. 

버틀러는 우선 친족 공동체와 국가 공동체가 원리상 분리될 수 있다는 헤겔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버틀러는 다음과 같은 『안티고네』의 대목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의 논거로 삼는다. 내가 어머니여서 내 아이들이 있었거나, 아니면 내 남편이 죽어서 썩어갔더라면 나는 결코 시민들에 대항하면서 이런 고역을 스스로 짊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떤 법을 위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느냐고요? 남편이 죽었다면 내게 다른 남 편이 생길 수가 있고, 첫아이를 잃었다면 다른 남자에게서 또 아이가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어머니도 아버지 도 두 분 다 저 아래 하데스에 계시니, 내게는 절대로 또 다 른 오빠는 생겨나지 않을 거예요. 법이 그러하므로 그러한 법을 위해 내가 누구보다도 오라버니 당신에게 각별히 존경 을 보냈건만, 크레온에게는 내가 그른 행동을 한 것으로 보 였고, 지독히도 무모하게 보였던 거예요. 

오, 나의 오라버니! 
그래서 이제 그분께서 내 손을 붙잡아 이끌어 가고 계신 거 예요. 
결혼도 못하고, 혼례식도 없이, 혼인의 생활을 나눠 보 지도 못하고, 
아이들도 길러 보지 못한 채 말이죠.

이 대목에서 헤겔은 어떤 욕망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친족애를 읽어낸 반면, 괴테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을 발견한다. 안티고네에게 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도 있는데, 어째서 그에 대해서는 미련조차 남기지 않는가? 안티고네는 약혼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가족을 친족의 법에 대해서는 버틀러의 해석은 헤겔의 단정보다는 괴테의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 인용문에서 안티고네가 스스로 밝히는 법에 저항하는 이유는 단지 오빠 때문이지 모든 친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버틀러는 안티 고네의 법이 오직 단 한 가지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말한다. 안티 고네의 법은 “그 순간의 법, 일반성 없는 법, 어떤 이항 가능성도 없는 법이다.” 안티고네의 법은 한 순간, 한 사례, 하나의 조건에서만 유효한 법이므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볼 때는 법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안티고네는 친족 신의 명령, 친족의 법조차 어기고 있는 것이다. 헤겔의 가정처럼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각각 친족과 국가를 표상하면서 맞서고 있다면 둘은 상대방과의 관 계 속에 얽혀야만 그러한 표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이 얽히면 얽힐수록 관계는 모호해 진다. 안티고네는 남성다워지고, 그 런 안티고네를 상대하는 크레온은 남성성을 읽는 것이다. 이런 점 에서 “이 두 행위는 서로 맞서는 것이기보다는 서로를 거울처럼 되 비치고 있다.” 

크레온과 얽힌 안티고네 행위의 모호함은 그의 언어 행위에서도 나타난다. 크레온의 질문, “너는 네가 한 짓이라고 시인하느냐, 부 인하느냐?”라는 질문에, 안티고네는 “나는 부인하지 않습니다.(I do not deny)"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은 부인의 거부, 이중 부정이다. 이 이중부정은 한편으로는 완전히 확정적으로 무엇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부인하기를 거부’한 수행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적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남성적 권력의 언어를 수용하는 확고한 주장 의 언어이다.

 다시 말해서 이 이중 부정 수행문은 크레온의 통치 권을 거부하고, 남성적인 권위에 저항하는 행위인 동시에 남성적인 권위를 수용하고 흡수해서 또 다른 남성적인 권위를 발휘하는 효력 을 발휘한다. 결국 크레온은 “확실해 내가 사내가 아니라, 이 아이가 사내일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린다.  둘의 대화는 서로의 젠더 를 역전시키며 뒤섞이고, 둘은 각각 표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모호해진다. 

버틀러에 따르면 이와 같이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자신들의 행위 원리로서 각각 친족의 원리와 국가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며, 각각 그 원리들을 표상하지도 않으며, 두 원리는 분명히 구분되지 도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헤겔의 안티고네 해석 중 두 번째 것 즉 안티고네가 오빠를 그 어떤 성적 의미도 없이 순수하게 한 핏줄로서 욕망한다는 해석에 대한 버틀러의 비판과 관련 있다. 

헤겔은 남매 관계는 “티 없이 맑은 관계,” “서로가 욕정을 품는 일 도 없고 저마다 자립성을 상대에게 안겨주거나 또는 상대에게서 받 아들이는 일도 없이 각기 자유로운 개인으로 서로 마주하는”관계라 고 말한다. 헤겔에 따르면 안티고네는 오빠를 그 어떤 성적 의 미도 없이 순수하게 한 핏줄로서 욕망하겠지만 버틀러는 그렇지 않 다고, 안티고네는 오빠를 사랑하고 욕망하고 동일시한다고 파악한다. 

버틀러가 보기에 안티고네의 비극은 무엇보다도 그가 근친혼으로 태어난 자식이라는데 있다. 안티고네가 ‘오빠’라는 단어로 일컫는 것은 누구인가? 텍스트에서 그는 폴뤼네우케스로 보이지만, 어쩌면 그는 오이디푸스일지도 모른다. 분명 오이디푸스는 안티고네의 아 버지이자 오빠이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는 “그 누구에게도 너희는 내게서 받은 것 이상의 사랑을 받지는 못할 것이며, 그리고 이제 그런 나 없이 너희는 여생을 살아가게 될 것 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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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15-06-13 02:09
 
헤겔에 따르 면 인간의 법은 곧 국가의 법과 같으며 크레온은 이를 표상한다.
혁명밀알 15-06-13 03:06
 
헤겔에 따르면 안티고네의 오빠에 대한 충성은 어떤 자연적인 욕망이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것이며,
대문자 오빠에 대한 의무감에서 비롯된다.  헤겔의 논의를 밀고 나 가자면 결국 안티고네는
국가의 법에 저항하는 공공의 적이다.
객1 15-06-13 05:13
 
안티고네는 오빠를 사랑하고 욕망하고 동일시한다고 파악한다.
언년아~ 돗자리 치워라
꿈이였어 15-06-13 09:06
 
안티고네는 약혼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가족을 친족의 법에 대해서는
버틀러의 해석은 헤겔의 단정보다는 괴테의 의문에서 출발한다.
무슨 말인지 영 이해가 ...
전설따라소설쟁이 15-06-13 11:20
 
안티고네는 남성다워지고, 그 런 안티고네를 상대하는 크레온은 남성성을 읽는 것이다.
이런 점 에서 “이 두 행위는 서로 맞서는 것이기보다는 서로를 거울처럼 되 비치고 있다.”
창호지구멍눈 15-06-13 14:31
 
안티고네는 친족 신의 명령, 친족의 법조차 어기고 있는 것이다
객1 15-06-13 16:34
 
너는 네가 한 짓이라고 시인하느냐, 부 인하느냐?”라는 질문
찔리는 분 많지 않것습니까~
사람과사람들 15-06-13 18:36
 
오이디푸스는 안티고네의 아 버지이자 오빠이다.
선유도 15-06-13 20:12
 
안티 고네의 법은 “그 순간의 법, 일반성 없는 법, 어떤 이항 가능성도 없는 법이다.”
 안티고네의 법은 한 순간, 한 사례, 하나의 조건에서만 유효한 법이므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볼 때는 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때그모습 15-06-13 20:52
 
크레온과 얽힌 안티고네 행위의 모호함은 그의 언어 행위에서도 나타난다. 크레온의 질문,
“너는 네가 한 짓이라고 시인하느냐, 부 인하느냐?”라는 질문에,
안티고네는 “나는 부인하지 않습니다.(I do not deny)"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은 부인의 거부, 이중 부정이다.
사오리 15-06-13 22:42
 
발 친 창문을 활짝 열어 푸른 산 맑은 물이 구름과 안개를 삼키고 토하는
것을 보면 천지자연의 자유자재한 조화를 느끼게 되고 대나무 숲 무성한
곳에 새끼 제비와 지저귀는 비둘기가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것을 보면
대자연과 내가 홀연히 하나 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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