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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28 23:42
퇴청하니 할 일 없어
 글쓴이 : 루나
 

혁명을 한다는 것은 노를 젓는 것이 아니다.

잠시 노를 내려놓고 밤하늘의 북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퇴청하니 할 일 없어 
외로운 마을처럼 적막하다.
머리에는 녹태책을 쓰고 
몸에는 쇠꼬잠방이를 걸쳤다.
호랑이는 더러 대낮에도 오고 
모기는 저물기도 전에 물어뜯나니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부질없이 서울 꿈만 꾸누나.

퇴청하니 할일 없어 
시원한한 북창가에 누웠나니 
허물어진 바람벽엔 뱀이 허물 벗고 
거친 섬돌에선 개미가 벌레를 끌고 가누나.
잠만 자니 눈두덩만 부어 오르고
앓고 나니 머리칼만 한 웅큼 빠졌네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몹시도 상늙은이 같구나.

퇴청하니 할 일 없어
더위만 찌는듯 사람을 괴롭히누나.
시 한 수 읊고 나면 두건은 목 위에 흘러 내리고
한잠 자고 나면 온몸에 대자리 자국이로세,
한가히 바둑 두며 독한 술법 쓰고
술도 바닥나 개걸스레 먹던 입 다무누나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늙을수록 가난만 더해 가누나.

퇴청하니 할 일 없어
부처님 그리움에 잠겼노니
굶주린 쥐새끼는 책시렁에 기어 오르고
낯선 새는 방안에 날아 드네,
기나긴 해를 보낼 길 없어
서산에 해지기만 기다리노라,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그 옛날의 젊음을 누려 볼 길 없구나

퇴청하니 할 일 없어 
늙은 몸 죄수처럼 외롭다,
내 벼슬살이 낙이란 모르고
중과 더불어 노닐고 싶은 생각뿐,
조정은 저 하늘과 더불어 아득한데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기도 하여라,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그대도 벼슬을 탐내느뇨.

퇴청하니 할 일 없어 
문밖에는 찾아오는 이 드물다.
하 고요하니 매미 소리마저 역겨워
매인 몸, 나는 새가 부럽구나
천장은 머리가 닿을 듯
방은 좁아 손도 휘두르기 힘드나니,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언제나 때가 되어 돌아 가리오.

퇴청하니 할일 없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거니노라,
손님 대접에는 푸성귀를 무쳐 놓고
아이 불러 어린 작약에 물을 주네,
세상이 하 싫어 얼굴은 여위건만
그래도 머리 들어 서울만 바라보네.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굳센 뜻도 늙어 가매 약해지누나.

20181004_111335.jpg

이규보

1168 ~ 1241년까지 일흔네 해를 살았다.고려 오백년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이다.호탕하고 생기있는 시 작품으로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명문장가이며, 몽고가 침입했을 때 예순이 넘은 나이에 전쟁터로 나설 만큼 기개가 높았다.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시풍으로, 당시의 닫힌 세계관에서 벗어나 참신한 작품으로 새로운 문학의 길을 열었다.8천여 수의 시를 지었는데, 그 가운데 2천여 수가 남아 있다.시 평론 백운소설을 썼으며, 가전체 작품 국선생전’, 기행 산문 남행월일기등도 남겼다. 작품은 <동국이상국집>에 잘 갈무리되어 있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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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19-09-30 09:07
 
퇴청하니 할일 없어
시원한한 북창가에 누웠나니
겨울 19-09-30 09:08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그 옛날의 젊음을 누려 볼 길 없구나
겨울 19-09-30 09:09
 
작품은 <동국이상국집>에 잘 갈무리되어 있다.
늘배움 19-09-30 13:54
 
호랑이는 더러 대낮에도 오고
모기는 저물기도 전에 물어뜯나니
늘배움 19-09-30 13:55
 
기나긴 해를 보낼 길 없어
서산에 해지기만 기다리노라,
늘배움 19-09-30 13:56
 
손님 대접에는 푸성귀를 무쳐 놓고
아이 불러 어린 작약에 물을 주네,
산백초 19-09-30 16:57
 
머리에는 녹태책을 쓰고
몸에는 쇠꼬잠방이를 걸쳤다.
산백초 19-09-30 16:58
 
한가히 바둑 두며 독한 술법 쓰고
술도 바닥나 개걸스레 먹던 입 다무누나
산백초 19-09-30 17:00
 
천장은 머리가 닿을 듯
방은 좁아 손도 휘두르기 힘드나니,
빨간벽돌 19-10-02 14:39
 
호랑이는 더러 대낮에도 오고 모기는 저물기도 전에 물어뜯나니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부질없이 서울 꿈만 꾸누나.
빨간벽돌 19-10-02 14:40
 
퇴청하니 할 일 없어 늙은 몸 죄수처럼 외롭다,

내 벼슬살이 낙이란 모르고 중과 더불어 노닐고 싶은 생각뿐,

조정은 저 하늘과 더불어 아득한데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기도 하여라,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그대도 벼슬을 탐내느뇨.
빨간벽돌 19-10-02 14:41
 
가소롭다 하찮은 수령살이여 굳센 뜻도 늙어 가매 약해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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