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재인成事在人과 이데올로기
1. 교수님 성사재인의 뜻 좀 설명해 주세요.
자신이 알고 있는 한 단어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간혹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인간의 지식이 지혜에 미치지 못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기초 지식이 전혀 없이도 지혜를 깨칠 수 있을까? 이것을 긍정한다면 지혜를 얻는 순간 무변광대의 지식이 송두리 째 얻게 된다는 사실인데 믿을 수 있을까? 지식이「이론」이라면 지혜는 「사상」이라는 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통의 평범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성사재인’의 뜻을 사전적 의미로 찾아본다면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으로 첫걸음을 옮겨야 한다. 이 뜻은 ‘인간이 아무리 일을 지어도 결국은 하늘의 뜻으로 귀결 된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뜻과 서로 통하지 아니한가!
2. 성철스님과 김삿갓의 일화
성철스님이 상좌승들에게 호되게 나무란 일은 다름 아닌 ‘활자로 된 그 어떤 것도 보지 말라’는 훈계였다. 성철 스님의 상좌승이 어느 날 구겨진 신문 한 조각을 읽다가 들켜서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 성철스님의 경상도 식 투박한 욕설과 함께 혼쭐이 났으니 ‘원~ 택 도 없는 싸가지 없는 놈’ 상좌승 원택 스님의 일화가 한 예이다.
김삿갓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문을 철저히 속이고 살았던 집안 내력으로 할아버지 함자를 모르고 성장했다. 이는 홍경래 난 때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항복하였기에 역적의 집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면 받아 초시라는 과거시험을 보는데 문제가 ‘김익순에 관하여 논하라’는 내용이다. 손자인 김삿갓(김병언)은 조부를 패역난도한 자로 처절하게 짓밟아 버리는 내용으로 급제를 하게 된다. 급제 후 바로 달려가서 모친께 자랑하다가 김익순이 할아버지라는 설명을 듣고 하늘이 무너짐을 느낀다. 새벽 동트기 전에 그는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조선팔도를 떠돌게 된다. 거지, 탕아, 실성한 객, 해학적인 시를 남기면서 결국 객사하게 된다.
3. 성사재천인가 성사재인인가
몇 개월을 수행하면서 눕지 않는 장좌불와의 대명사 성철스님은 무슨 연고로 신문 한조각 내용조차 상좌승에게 읽지 말도록 명령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성철스님은 웬만한 소규모의 도서관과 맞먹는 서고를 가지고 있었고 엄청난 독서량을 지닌 지적 소유자였다. 그는 영어와 불어, 일어까지 공부한 학승인 동시에 선승이었다.
조선팔도를 떠돌던 김삿갓의 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자랐다. 아들이 장성하여 김삿갓을 찾으러 조선팔도를 떠돌았다. 아들이 도착하면 아비 김삿갓은 저 만치 달아나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김삿갓이 갈대밭에서 ‘똥을 눌 테니 잘 지켜라’ 하니 아들이 생각하기에 도망갈 것이 지극히 염려되었다. 그러나 부친의 똥 누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아비의 자존감을 무너트릴 수 있기에 갈대밭에서 지켜보다가 아비 김삿갓은 그 길로 도망치고 만다. 아들은 ‘아버지는 왜 자식을 자꾸 버리시려 합니까.’ 하면서 대성통곡을 한다.
성철스님이 상좌를 크게 혼낸 것은 무엇을 일깨움인가. 상좌는 무엇 때문에 스승의 훈계를 어겼는가.
김삿갓이 천신만고 끝에 찾은 아들을 버리고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아들은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아비를 원망하면서 무엇 때문에 대성통곡을 하였는가.
성철스님과 김삿갓의 눈으로 본 관점은 그리고 상좌승과 아들의 눈으로 본 관점은 성사재천인가, 성사재인인가. 더불어 모사재인이 있다면 모사재천의 관점도 작용하지 않을까.
4.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신에 귀속 되었던 인류의 역사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이 역사창조의 주인공으로 인식되었고, 인간의 의식적 행동으로 역사가 창조된다고 이해되면서 보편적 행동 규범이라고 정의되어 졌다.
5. 단어 선택에 들어 있는 해답
민주와 공산 이라는 단어 뒤에는 ‘주의’가 붙어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된다. 그 뒤에는 “사상, 이론”이 붙어서 ‘민주주의 사상’ 혹은 ‘민주주의 이론’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서 들어보지 못했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 민주사상, 민주진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론가들은 주의, 사상, 이론, 진리 등의 용어를 순수이데올로기와 실천이데올로기로 구별했다. 같은 이데올로기라도 큰 틀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따라서 그 차이점을 배열한 것이다. 가령 ‘덩샤오핑 이론’에서 사용된 ‘이론’의 개념은 아직 진리로 완전히 검증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개혁하고 혁명 발전시키는 데 그 유용함이 입증된 논리체계라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구 학계에서는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처럼 보편적 원리임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를 순수 이데올로기라고 하고, 마오쩌둥 사상이나 덩샤오핑 이론처럼 마르크스주의라는 보편적 이데올로기를 중국이라는 구체적 현실에 적용해 현실을 개혁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행동 지침을 실천 이데올로기라고 구분한다.
즉 순수이데올로기는 교조주의에 입각하여 마르크스 레닌주의처럼 ‘주의’가 붙는다. 반면 실천 이데올로기는 개혁과 혁명을 표방하면서 인간이 주체가 되어 발전시키는 행동지침이라 실천 이데올로기라 한다. ‘사상, 이론’이 붙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사상이 이에 속한다.
이와 같이 더불어 볼 때 성사재인의 뜻은 무엇인가.
성사재인이란 교조가 내린 ‘주의’인 동시에 '이즘ism'이고 인간이 주체가 되라는 혁명의 실천적 이데올로기이다. 증산의 위대성은 20세기 서구의 합리주의 사상과 인간이 역사창조의 주역이라는 뜻을 정밀하게 간파한 것이다. 신의 두려움으로부터 인간을 완전히 탈피시켜 인간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라는 개혁과 혁명의 실천 사상이다.
증산의 사상이나 증산의 진리는 완료되지 못한 검증 단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증산이 내린 성사재인은 사상과 진리의 큰 주체가 된 ‘증산주의인 동시에 증산이즘’으로 귀결되고 그 실천적 해답은 오직 인간의 실천이데올로기에 맡긴 것이다. 그것이 개혁과 혁명 사상인 것이다. 그 주인공들인 혁명 주체인 밀알들이 새로운 실천 이데올로기를 받들어 증산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달성 시키는 위대한 원동력이다.
이제 위 2가지 예화인 성철스님과 김삿갓의 예화를 곰곰이 들여다보고 성사재인의 뜻이 양측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면 각자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창조적인 지혜는 스스로의 자문자답으로 얻는 것이다. 필자에게 답을 구한다면 성철의 상좌승이 될 뿐이다. 스스로 해답을 구하되 증산의 실천사상인 성사재인을 화두로 붙잡는다면 모두가 증산이 이 땅에 오신 목적과 이유를 알 것이고 밀알의 진정한 혁명 정신을 알 것이다.
마패에 매달리는 자체는 도욕인 동시에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교주의 욕심이 없었다면 고소장을 쓰거나 검증의 단계를 밟지도 않았거니와 새로운 단체를 만들려는 검은 속마음만 천지에 들킨 것이다. 이들은 증산에 대한 도전이요 하늘에 대한 도전을 했기에 반드시 패망하게 되어 있다. 혁명밀알은 증산이즘과 증산주의를 만들 책무가 있고 그 바탕이 증산이 씨앗을 뿌려 놓은 성사재인이다.
진정한 밭은 혁명밀알이 갈아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성사재인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