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이인상여二人相與”설의 사상적 근원과 그 의미
예·악·형·정을 논할 때 반드시 공리功利나 효용을 언급할 수밖에 없
다. “도덕형”이든 “질서형”이든 모두 이를 반하지 않는다. 다만 “도덕
형”은 공리와 효용을 도덕행위에 수반되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으로
보는 반면, “질서형”은 공리와 효용이 반드시 예·악·형·정의 전제가 되
어야 하고 도덕행위도 공리와 효용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다산은 그의 인설仁說에서 “인”의 효용성을 반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논어·헌문》 중 공자의 관중管仲에 한 “여기인如其仁”이라는 평
가를 논할 때, 주희의 견해를 반하였다. 주희는 관중이 “공리심에 마
음이 혼잡하게 되어[功利駁雜其心]” “인공仁功은 있지만 인인仁人이 될
수 없다.[有仁功卻不得為仁人]”라고 비평했다. 이와 달리 다산은 이
목을 “관중은 소홀召忽과 마찬가지로 인하다[管仲如召忽之仁]”라고 해석
하는데, 그 뜻은 즉, “환공이 공자규를 살해했을 때 소홀은 죽고 관
중은 살아남았다”는 사건에서 소홀의 죽음은 선善에 한 견지를 달성
했다면, 관중이 안 죽은 것은 일반 중의 정치적 기를 실현시켜 주
었기 때문에 관중의 “인공仁功”과 소홀의 “인심仁心”은 모두 인仁의 표
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용적인 관점과 다산이 인仁
을 “이인상여(二人相與, 두 사람이 서로 베푸는 것)” 으로 해석하는 것 때
문에 다산의 유학이론은 진사이[仁齋], 진(戴震, 1723~1777), 완원(阮元,
1764~1849) 등과 같은 진영으로 분류되어 기화론氣化論하의 “상우성(相
偶性, 서로 짝이 됨) 윤리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다산의 학설은 과연
“질서형” 논술에 가깝고 기론氣論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의 “상우성
윤리학”은 맹자의 전통에서 벗어난 것인가? 이런 문제를 답하기 위해
우선 다산의 인仁에 한 견해를 보다 완전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다산이 “인仁”을 “이인상여로 해석하는 것은 완원이 <논어논인론論語
論仁論>에서 제기한 학설과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 기존의 문헌을 보
면 다산과 같은 시의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1809년에 사신으로 중
국에 갔을 때 완원, 옹방강(翁方綱, 1733~1818), 왕의손(汪喜孫, 1786~1848)
등 학자와 교류하였고, 완원으로부터 《연경실문집揅經室文集》,《십삼경
주소교감기十三經註疏校勘記》, 경적찬고經籍籑詁》, 황청경해皇淸經解》
등 책을 선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중국과 조선 간의 이러
한 교류의 기록은 있지만 다산이 이 책들을 읽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
어 다산이 완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다
산이 완원의 책을 읽었다 하더라고 두 사람의 학설은 사실 서로 다르
다. 인성론人性論을 보면, 다산은 명백하게 맹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에 비해 완원과 진은 모두 “혈기심지血氣心知”로 인성을 논하고 있
어 맹자의 학설과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완원은 “맹자가 미味·색色
·성聲·취臭·안일安佚을 성性으로 보는 것은 성현聖賢의 도리이고 인간
세상의 정서”라고 하는데, 이 견해는 분명 맹자의 원래 얘기[口之於味
也, 目之於色也, 耳之於聲也, 鼻之於臭也, 四肢之於安佚也. 性也, 有命焉, 君子不
謂性也](《孟子·盡心下》)와 다르다. 따라서 다산과 완원은 모두 상우성(相偶
性, 서로 짝이 됨)으로 인仁을 설명하지만, 다산의 생각은 완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산의 생각의 근원은 허신(許愼, 58~147) 《설문 해자説文
解字》의 “인仁은 친親의 뜻이고 인人과 이二를 합한 것임[仁, 親
也, 从人从二]”, 정현(鄭玄, 127~200)의 《예기주禮記注·중용中庸), 이방(李 昉, 925~996)의
《태평어람太平御覽》에서 인용한 《춘추원명포春秋元命包》
의 내용 등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정
현이 말한 “사람의 마음으로 서로 위문함[以人意相存問]”과 이방이 얘기
한 “두 사람이란 자기만 전념하지 않고 베푼다는 뜻[二人, 言不專於己, 念
施與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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