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5-06 15:15
다산 정약용의 민권사상
 글쓴이 : 선유도
 

다산 정약용의 민권사상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의 정치사상 가운데 민의 정치적 지위를 ‘민권民權‘민권의식民權意識‘민권사상民權思想또는 ‘민주民主‘민주주의民主主義등의 개념으로 설명해온 이론들(이하 민권 이론으로 약칭)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자. ‘민권이란 군권君權․신권臣權 등과 비되는 의 정치적 권리권력을 의미한다. 본래 유학에서는 민의 지위와 관련 백성이 근본이 라는 인식이 수천 년간 계속되어 왔다. 연구자들은 이를 민본사상, 혹은 민본주의라고 불 다. 민권 혹은 민주주의 개념은 물론 용어조차 유학 자체에서는 없었고, 그것은 실학자들에 서도 마찬가지다


민권론이 처음 우리나라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개항 이후의 개화기에 김옥균박효유길준 등 이른바 개화파에 의해서다이들 개화파의 민권론은 일본이나 미국을 통해 들어온 서구 민주주의 개념이었다. 서구 민주주의의 싹이 된 이론적 바탕은 17-18세기의 유럽 사상가들에 의해서는데, 그들은 다산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사회계약론을 제시했다. 그들의 민권론은 주로 인민의 주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민권의 개념도 처음부터 분명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 등 현실의 변화와 이론의 진화를 거쳐 점차로 갖추어진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관계없이 학술적으로만 보면, 민권이 꼭 서구적 개념일 필요는 없이 유학사상 자체에서 민의 권리 권력의식을 찾아낼 수 도 있을 것이다


다만 검토의 상이 되는 연구들은 서구적인 개념의 민권을 주장하는 이론을 가리킨다. 다산 사상에 한 민권 이론들은 유학적 의미의 민권이나 자생적 민권은 극소수이고 그 외에는 개가 서구적 민권 주장이기 때문이다그들은 다산이 국민국가시에서 가능했던 민의 권력의식을 앞서서 생각해낸 선구자이고, 다산 사상은 서구 민권과 유사한 근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식이 깔려있다.

다산 사상의 진보성과 혁신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다 바꾸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의 개혁사상은, 군제官制․군현지제郡縣之制․전제田制․부역賦役․공시貢市․창저倉儲․군제軍制․과제科制․해세海稅․상세商稅․마정馬政․선법船法․영국지제營國之制에 이르기까지 다 뜯어고치고 새 제도를 만들어서, 아예 나라를 새롭게 만들자[신아구방新我舊邦]는 구상이었다이 발상만 보면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다산으로 하여금 이렇게 나라를 다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계기는 무엇일 까?


임진왜란 이래 온갖 제도가 무너지고 온통 혼란해졌다. 군영軍營을 자꾸 증설하여 나라의 경비가 탕진되고, 전제田制가 문란해져서 세금 거두는 것이 공평하지 못했다. 재물이 생산되는 근원은 힘껏 막고 재물이 소비되는 구멍은 마음껏 뚫었다. 이리하여 오직 관서官署를 혁파하고 인원 줄이는 것을 구급救急하는 방법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익이 되도록 한 것이 한 되나 한 말 정도라면 손해되도록 한 것은 언덕 같고 산 같았다. 관 직이 정비되지 않아서 정사正士에게 녹祿이 없고, 욕심이 많고 비리를 저지르는 탐묵貪墨한 풍습이 크게 일어나서 백성이 시달림을 받았다. 가만 생각건데 무릇 터럭 하나만큼도 병통 아닌 것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서야 그칠 것이다.

백성들은 여위고 곤궁하여 병들고 피폐하니 서로 떠돌다가 굶어죽은 시체가 구에 가득한데도 관리들은 지금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조선 후기의 말세적 병리 현상들이 곳곳에 쌓이고 있었다는 진단이다. 경제가 피폐하고, 정치제도는 물론 신분제도마저 문란하고, 인민은 기아에 시달려서, 이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고 할 만큼 심각했다. 선구적인 일부 학자들에서 실학이라는 앞서가는 사고의 흐름이 존재했지만 그것은 이론으로만 그치고, 사회 현실은 여전히 중세의 모습을 유지 한 채 각종 모순과 갈등이 혼재하고 있었다. 학문적으로 조선의 위정자나 지배층은 여전히 주자학의 관념론을 신주처럼 받들고 있었다. 유일한 변화라면 지배층도 의식할 만큼 서구의 선진 문물과 천주학이 일부 사부와 민간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조 사후 서학 관련자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 다산 역시 이 때문에 장기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상황에서 나온 다산의 개혁사상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수술을 해야겠다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사상이 형성된 것은 먼저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는 선비로서의 철저한 책임의식이 전제되었겠지만, 또한 시를 정확히 진단하는 안목이 있고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그런데 다산이 나라를 새로 바꾸고자 했다면, 그가 만들고자 한 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다산이 구상하는 나라의 인민은 정치적으로 어떤 존재일까? 과연 다산이 서구적 개념인 민권이나 민주주의를 구상했을까? 체계적 구상은 아 니라도 그에 가까운 사고가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본 다산에 대한 글을 써 나가도록 하겠다. 

독자적인 주제를 다루지 않고 선행연구에 한 비판적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산 사상을 민권 혹은 민주주의 개념으로 설명하기에는 적잖은 의문이 있 음에도 오랫동안 많은 연구들이 민권을 거론해왔다. 때문에 민권 이론에 한 문제 제기의 차원에서 비판적인 검토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민권을 주장한 연구들은 과연 다산의 어떤 저술을 근거로, 어떤 논리에 의해 다산의 사상을 민권으로 파악했을까? 혹시 다산 사상에 민권 이론과 상충되는 요소들이 있지는 않은가? 본고는 이런 점에 유의하여 민권 이론들을 검토하려 한다

서술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다산 사상을 민권 혹은 민주주의 사상으로 주장하거나 그러한 개념으로 설명한 선행연구들의 동향을 검토한다. 민권 주장의 모든 연구들을 다 살펴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민권 이론을 검토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들 선행연구들의 민권 주장 내용과 근거를 살펴보고, 겸하여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주로 이들 이론의 추론 과정과 그 논거로 삼은 다산의 저술에 주목 할 것이다. 서술 방법은 먼저 선행연구들의 다양한 논리를 간추려 소개하고, 이어서 그 주장 내용들을 분석한 뒤 공통된 사항을 몇 항목으로 묶어서 이를 분류해서 검토한다. 그 분 류는 선행연구에서 주장한 논리를 따라서

1)자율적 인간관, 2)민 주체론 또는 국민주권론, 3)평등론, 4)혁명론, 5)저항권론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마지막에는 여론餘論으로서, 전 단락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비판적 근거들을 제시하려 한다. 이는 주로 민권 이론들이 거론하지 않았지만, 다산의 정치사상을 민권으로 보기 어렵게 하 는 다산의 생각들이다. 그러한 생각들을 1)다산의 사상 기저基底, 2)다산 사상에서의 군민君民관계라 는 두 항목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2) 그런데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다산과 西學의 관련성 문제이다. 다산과 서학의 접촉 은 과학기술과 천주학의 두 측면에서 있어 왔고 또 접촉 사실은 다산 자신의 언급에 의해서도 확인된다과학기술 측면에서는 다산이 <경세유표>에서 織器田車도량형선박車制 등 기술개발 필요를 역설했고, “중국의신식묘제新式妙制를 배울 것을 강조하듯이 중국을 통해 접촉하고 큰 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또 천주학도 그의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에 밝힌 바로 접촉도 하고 충격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다산이 서구의 정치 이론이나 사상에 향을 받아 자신의 사유체계에 반하고 수정도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천주학의 신앙적 측면과 접촉하게 되면 기타 인간관이나 정치사상에도 영향 받았을 가능성은 얼마 든지 있다. 다산 사상에 관한 민권 이론에서 다산과 서학과의 관련성은 본글의 주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그것이 별도의 복잡한 논의를 요하고 민권 내용 자체의 핵심적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논외로 할 것이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선유도 15-05-06 15:16
 
앞으로 올려질 글에서 다산 정약용의 1)자율적 인간관, 2)민 주체론 또는 국민주권론, 3)평등론, 4)혁명론, 5)저항권론
을 눈여겨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객1 15-05-06 16:42
 
다산으로 하여금 이렇게 나라를 다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계기는 무엇일 까?
막걸리를 마시면서~
각설탕 15-05-06 17:30
 
서구 민주주의의 싹이 된 이론적 바탕은 17-18세기의 유럽 사상가들에 의해서는데, 그들은 다산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사회계약론’을 제시했다. 그들의 민권론은 주로 인민의 ‘주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민권의 개념도 처음부터
분명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 등 현실의 변화와 이론의 진화를 거쳐 점차로 갖추어진 것이다.
산백초 15-05-06 19:42
 
다산이 국민국가시에서 가능했던 ‘민의 권력’ 의식을 앞서서 생각해낸 선구자이고, 다산 사상은 서구 민권과 유사한 근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식이 깔려있다.
등대 15-05-06 21:54
 
조선 후기의 말세적 병리 현상들이 곳곳에 쌓이고 있었다는 진단이다. 경제가 피폐하고,
정치제도는 물론 신분제도마저 문란하고, 인민은 기아에 시달려서, 이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고 할 만큼 심각했다
등대 15-05-06 21:56
 
다산이 국민 국가사이에서 가능했던 ‘민의 권력’ 의식을 앞서서 생각해낸 선구자이고, 다산 사상은 서구 민권과 유사한 근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식이 깔려있다.
사오리 15-05-06 22:40
 
내 몸은 하나의 작은 우주이니, 기뻐하는 감정과 성내는 감정이 서로
어긋남이 없도록 하고 좋아함과 싫어함을 법도 있게 한다면, 이것이 바
로 자신의 몸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공부이다.
천지는 하나의 큰 부모이니, 백성에게 원망이 없도록 하고 만물에 재앙
이 없도록 한다면 이 또한 천지만물이 화합을 이루는 기상이다
혁명밀알 15-05-07 00:56
 
임진왜란 이래 온갖 제도가 무너지고 온통 혼란해졌다. 군영軍營을 자꾸 증설하여 나라의 경비가 탕진되고, 전제田制가 문란해져서 세금 거두는 것이 공평하지 못했다. 재물이 생산되는 근원은 힘껏 막고 재물이 소비되는 구멍은 마음껏 뚫었다. 이리하여 오직 관서官署를 혁파하고 인원 줄이는 것을 구급救急하는 방법으로 삼았다.
된장찌개 15-05-07 08:15
 
1)자율적 인간관, 2)민 주체론 또는 국민주권론, 3)평등론, 4)혁명론, 5)저항권론
 
 

Total 9,904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2347 다산정약용의 ‘민권 이론’의 선행연구 동향 (11) 선유도 05-07
2346 SNS 난법일기 12 - 윤교주님 등장에 모두 머리를 조아려라! (19) 이순신 05-07
2345 기쁨과 희망과 사랑의 회화 (10) 혁명밀알 05-07
2344 안웃고 못 배길거에요. 고운 꿈 꾸세요 (7) 딴따라고사리 05-06
2343 헨리 D. 소로우의《소로우의 일기》 * 내 옆에 천국이 있다 (8) 사오리 05-06
2342 행동에 따라 나타나는 얼굴속 표정 (9) 각설탕 05-06
2341 화장실에서 보는 책 <유체이탈 화법의 원조 최불암> (9) 객1 05-06
2340 복면가왕 5회 딸랑딸랑 종달새, 헬로 미스터 몽키 - All for you (6) 딴따라고사리 05-06
2339 다산 정약용의 민권사상 (9) 선유도 05-06
2338 한국을 망친 친일파 개이독(64) - 조병옥 (12) 게리 05-06
2337 조로아스터교에서 받은 영향 (10) 게리 05-06
2336 [레고바이블] 시한부 종말론자 예수 (9) 게리 05-06
2335    [레고바이블] 시한부 종말론자 예수 -- 답변참고자료 (8) 게리 05-06
2334 내 아이를 백원에 팝니다. (16) 현포 05-06
2333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10) 혁명밀알 05-06
2332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베풂의 즐거움》 * 은혜를 갚는다는 것 (8) 사오리 05-05
2331 판밖성도의 천지도수 - 기제미제(旣濟未濟) 계화도 간(艮) 도수 (19) 칠현금 05-05
2330 안경전님께 보여주고 싶은 동영상 2개 (14) 딴따라고사리 05-05
2329 금수(禽獸)야 놀자~ (12) 각설탕 05-05
2328 한국을 망친 친일파 개이독(63) - 백선엽 (8) 게리 05-05
2327 지혜문학서에 영향 받은 잠언 (8) 게리 05-05
2326 기독교 '주기도문'은 조합+표절한 것임을 선언합니다. (9) 게리 05-05
2325 다산 정약용의 왕실재산 방법론에 관한 사유 (9) 선유도 05-05
2324 다산 정약용의 왕실재산에 대한 사고방식 (9) 선유도 05-05
2323 도마뱀의 기적 (10) 혁명밀알 05-05
2322 태사부님의 마지막 표정과 완당의 세한도歲寒圖 (20) 아사달 05-04
2321 홍영철의《너는 가슴을 따라 살고 있는가》 * 평생 청년으로 사는 방법 (9) 사오리 05-04
2320 판밖성도의 천지도수 - 상림원과 장신궁,차월곡의 어사도수 문리접속 (17) 칠현금 05-04
2319 복면가왕 5회- 그땐 그랬지, 영원한 친구 (5) 딴따라고사리 05-04
2318 한국을 망친 친일파 개이독(62) - 백년설 (8) 게리 05-04
2317 구약의 율법과 함무라비 법전 (9) 게리 05-04
2316 [레고바이블] 주기도문 끼워맞추기 (7) 게리 05-04
2315 다산정약용이 생각한 방납(防納)과 피역(避役)의 문제 ~2 (12) 선유도 05-04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229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