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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09 18:15
경기도(京畿道)와 실학(實學)
 글쓴이 : 선유도
 


 경기도(京畿道)와 실학(實學)

             

                               박석무(朴錫武,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경원대 겸임교수)

 

근세 우리 나라 실학연구자로 손꼽혔던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는 조선 실학의 대표로 다음 세 분을 거론한 바 있었다.

일조(一祖)는 반계(磻溪)유형원(柳馨遠:16221673)이요 이조(二祖)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이며 삼조(三祖)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다, 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조선 실학사 에서 반계성호다산이 지니는 역사적 무게로 보아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었는데, 우연스럽게도 이들 세분은 모두 경기도와의 인연이 매우 끈끈히 맺어져 있다. 반계는 서울에서 태어나 생애의 대부분을 비록 호남(湖南)의 부안(扶安)땅에서 살면서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이룩해냈지만 묘소는 경기도의 용인(龍仁)에 있다. 때문에 그의 후손들은 부안에서도 살았지만 상당한 후손들은 묘소에서 머잖은 경기도의 과천(果川)에서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신()이 살펴 듣건대 그분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이나 그분의 자손들은 지금도 호남의 부안과 경기의 과천에 있다고 합니다."

 이점으로 보면 반계와 경기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성호야 경기도의 안산(安山)에서 일생을 보내다가 그곳에 묻혀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다산 역시 경기도의 광주(廣州)출신으로 벼슬살이와 유배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생 고향을 근거로 해서 활동하였고 묘소도 그의 생가 뒤편에 있으니 정작 경기도 사람이었다.

지역적인 연고를 따지지 않더라도 반계 에서 성호로 이어지고 성호에서 다산으로 이어지는 실학의 학문적 연원 관계는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경기도의 실학을 설명하자면 이들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되는 점은 부인 할 수가 없다. 성호는 반계에 대하여 중요한 글 세 편을 남겼다.

첫째는 '반계수록서'(磻溪隨錄序), 둘째로 '반계유선생유집서'(磻溪先生遺集序), 셋째는 '반계유선생전'(磻溪先生傳)인데, 이들 세 편의 글은 바로 성호는 반계의 학문과 사상을 받아드려 자신의 학문을 이룩했음을 실토하고 있다. 특히 반계가 성호 집안의 외손으로 혈연적인 연계까지를 언급하고 있어 이들의 연원관계는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 글에는 성호가 일생동안 얼마나 반계의 학문과 인품을 사모하고 존경하였음을 보여주고 있고 얼마나 큰 학문적 영향을 받았나를 절실하게 열거하고 있다. 다산 또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16세에 성호의 저서를 탐독하면서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다"라고 고백할 만큼 이들 세분은 서로 사승 관계로 얽혀져 있고, 결국 이들의 저서를 통한 서로의 학문 연계는 매우 독특한 학문적 전승을 통해서 우리 나라 실학의 중심적인 학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호의 저작은 거의 1백 권에 가깝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천지(天地)의 위대함과 일월(日月)의 광명함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성호선생의 힘이었습니다. 그분의 저작을 산정(刪定)하여 책으로 만들 책임이 제 몸에 있는데도 이 몸은 이미 돌아갈 기약이 없고 … 

 라는 다산이 자기의 중형인 정약전(丁若銓)에게 보면 편지 내용으로 보면 다산은 성호의 유저를 모두 탐독하였고 유저를 발간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면서 학문의 계승자로 자임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다산은 자신의 저서 여러 곳에서 반계에 대한 언급을 하였고 아들에게 보낸 편지 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반계수록성호사설을 거명하고 있었다. 반계-성호-다산으로 이어지는 실학의 연원과 학통은 너무도 뚜렷하였다. 그러나 성호 학통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맥의 구체적인 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도()에는 나름대로 도통(道統)의 흐름이 있었다. 퇴계(退係) 이황(李滉):1501 -1570)은 우리 나라의 공자(孔子)로 자신의 학문을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에게 전해주셨으며 한강은 그 도통을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에게 전해주셨고, 성호는 미수를 사숙(私淑)한 분으로 미수의 학문을 배워 퇴계의 학통으로 이어졌다. 후세의 학자들은 우리 학문에 원줄기가 서로간 이어지고 있음을 알 것이다'

라고 성호의 제자인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성호선생의 묘갈명(墓碣銘)에서 또 다른 학통상의 전승관계를 밝혀주고 있다. 이는 반계가 대선배로 그렇게 존경했던 미수 허목의 학문과 사상을 반계의 학문과 사상을 동등하게 여기고 반계처럼 사숙(私淑)했다는 내용임에 분명하다. 결국 성호의 학문과 사상은 그 연원 정맥을 찾노라면 미수반계를 통해 한강과 퇴계에게까지 연결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1681년에 성호가 태어나고 일년 뒤인 1682년에 미수가 세상을 떠났으며, 1762년에 다산이 태어나고 이듬해인 1763년에 성호가 돌아가셨으니, 성호 두 살 때에 미수는 타계하고 다산 두 살 때에 성호가 작고한 것을 알 수 있다

미수보다 훨씬 뒤늦게 태어나 일찍 타계한 반계는 성호가 태어나기 8년 전에 세상을 떠나 이들은 생존한 시기에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그 둘 사이의 학문적 연결은 이렇게 사숙으로 이어짐을 보면 실학 학맥의 독자성과 신선한 학문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근기학파(近畿學派)의 개산지조(開山之祖)라 할 수 있는 미수도 경기도 연천(連川)지역을 근거로 해서 일생을 보냈으니 경기도 학문의 깊은 뿌리를 찾다보면 사승 관계가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수에서 비롯된 남인계(南人系)의 학통뿐 아니라, 노론(老論)계열의 학맥도 실학사의 측면으로 보면 경기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예컨대 서울의 안동 김씨 대족으로 경기도의 미호(渼湖:지금의 남양주시 지역)에 은거하고 살았던 미호(渼湖) 김원행(金元行:1702-1772)의 문하(門下)에서 당대의 실학자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과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1729-1791)이 배출되었고,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도 젊은 시절 미호의 문하에 출입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면 그쪽분야 학맥의 연계도 새삼스럽게 탐색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두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연암 그룹의 박제가(朴齊家)등 북학파(北學派)와 이용후생(李用厚生)의 실학파 연구가 실학사 연원 연구와 정리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실학의 계보는 퇴계와 한강의 성리학(性理學)이 미수를 거치며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미수와 연결이 있던 반계의 탁월한 실학사상이 성호를 통해서 이어졌으며, 그것은 다시 성호 제자들을 통해서 경기도 일대에 퍼져 학파를 형성하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학문적 특색에 주목하여 우리는 이들 유파를 '경세치용학파'(經世致用學派)라고 지칭하며 그들의 활동무대가 서울과 가까운 경기 지역이라 하여 '근기학파'(近畿學派)라 부르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굳어진지 오래이다. 따라서 성호학(星湖學)은 근기실학의 핵심이다. 이를 우파(右派)와 좌파(左派)로 나누어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1791)과 녹암(鹿菴) 권철신(權哲身:1736-1801)을 두 그룹의 좌장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각 제자인 하려(下慮) 황덕길(黃德吉:1750-1827)과 다산 정약용이 그 뒤를 계승하던 학자였다

근기실학, 즉 경기지역의 실학적 전통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먼저, 미수성호순암녹암다산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착실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또 북학파 및 이용후생학파에 속하는 연암 그룹의 업적이 서울중심의 도시적분위기에서 이룩되었다는 설에 따르더라도 그들이 언제나 서울 근교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했었다는 점도 고려하여 그들과의 관계도 함께 천착해야 할뿐만 아니라, 한 때 경기도의 과천(果川)에서 은거하면서 실학자로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이룩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연구결과 까지 포괄한다면 더욱 폭넓은 경기도 실학의 알찬 연구가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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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15-06-09 18:22
 
근대실학의 선구자
유형원- 이익- 정약용
산백초 15-06-09 18:36
 
지역적인 연고를 따지지 않더라도 반계 에서 성호로 이어지고 성호에서 다산으로 이어지는 실학의 학문적 연원 관계는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경기도의 실학을 설명하자면 이들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되는 점은 부인 할 수가 없다.
꿈이였어 15-06-09 21:05
 
'우리의 도(道)에는 나름대로 도통(道統)의 흐름이 있었다.
몽마르뜨 15-06-09 22:46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도 젊은 시절 미호의 문하에 출입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면 그쪽분야
학맥의 연계도 새삼스럽게 탐색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두지 않을 수 없다.
Good luck to you in the future!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길
사오리 15-06-09 23:30
 
노쇠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젊은 시절을 바라보아야 분주하게 공명
을 좇는 마음을 제거할 수 있고, 영락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영화로
움을 바라보아야 사치스럽게 부귀를 추구하는 생각을 끊을 수 있다
혁명밀알 15-06-10 00:42
 
첫째는 '반계수록서'(磻溪隨錄序), 둘째로 '반계유선생유집서'(磻溪柳先生遺集序), 셋째는 '반계유선생전'(磻溪柳先生傳)인데,
이들 세 편의 글은 바로 성호는 반계의 학문과 사상을 받아드려 자신의 학문을 이룩했음을 실토하고 있다
스칼라 15-06-10 09:44
 
미수에서 비롯된 남인계(南人系)의 학통뿐 아니라, 노론(老論)계열의 학맥도 실학사의 측면으로 보면
경기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등대 15-06-10 11:55
 
다산 또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16세에 성호의 저서를 탐독하면서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다"라고 고백할 만큼 이들 세분은 서로 사승 관계로 얽혀져 있고, 결국 이들의 저서를 통한 서로의 학문 연계는 매우 독특한 학문적 전승을 통해서 우리 나라 실학의 중심적인 학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된장찌개 15-06-10 20:09
 
성호의 저작은 거의 1백 권에 가깝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천지(天地)의 위대함과 일월(日月)의 광명함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성호선생의 힘이었습니다. 그분의 저작을 산정(刪定)하여 책으로 만들 책임이 제 몸에 있는데도 이 몸은 이미 돌아갈 기약이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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