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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27 16:46
2. 성리학의 하학공부에 대한 다산의 비판 혹은 오해
 글쓴이 : 선유도
 

2. 성리학의 하학공부에 대한 다산의 비판 혹은 오해

 

다산이 유배지에서 그의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다 보면그의 가정 교육도 여느 평범한 유자의 그것과 그다지 커다란 차이가 없음을 볼 수 있다유가의 자손답게 일상의 삶을 충실하게 살 것을 강조한다특히 효자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소학공부를 부지런히 할 것을 당부한다퇴계나 율곡이 그들 자손들에게 당부하는 가르침과 사실상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성리학의 전 체계를 뒤흔들어 놓던 다산도 거가(居家)의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들 성리학자들의 글과 행동을 본 받을 것을 곡진하게 당부하고 있다그는 주자의 거가사본(居家四本)을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을 것을 부탁하고,자제들에게 정자나 주자의 책성리대전이나 퇴계언행록율곡집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3. 4권의 책을 만들어 제가(齊家)의 기본을 삼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관동기에 행해지는 이러한 소학공부는 유학에서는 대체로 하학(下學)에 해당한다이렇게 하학의 영역에 해당하는 가르침은 비록 성리학자들의 글이라도 선현들의 것이라면 전혀 구애할 것이 없다는 것이 다산의 태도이다다산도 소학의 가르침을 몹시 중시한다대학을 그토록 중시한 다산도 '소학은 대학의 뿌리요 바탕'이다(1)라고 하여 소학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이제 우리는 여기에서 당연히 하나의 의문을 갖게된다과연 성리학에서의 하학의 세계와 다산이 바라보는 하학의 세계는 동질적인가 아니면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가아니면 애초에 그 차이가 없는 것인가도의 세계가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도의 세계로 진입하는 하학의 영역에 대해서도 무언가 다른 해석과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다산도 공부론도 역시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이라는 유가 일반의 공부 방법에 찬동하고 있다다만 그는 하학은 도문학의 영역으로 보고상달은 존덕성의 영역으로 두고 있다그는 중용의 존덕성과 도문학에 대한 논의에서 양자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공자의 도는 下學而上達에 있다고로 중용에서 비록 知天을 하는 것(존덕성)을 가장 으뜸가는 공부로 삼았으나하학의 방도는 반드시 도문학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겼다도문학의 방법은 정미한 것을 극치로 삼는 것이다.(2)

 

앞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산은 하학을 도문학의 영역으로상달을 존덕성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러한 다산의 구분법은 마치 견문지지(見聞之知)와 덕성지지(德性之知)를 구분하고자 한 송대 장횡거의 견해와 일견 유사하다그는 견문지지를 '물()과 만나서 이루어지는 지'라고 하여 행위를 통한 후득적인 지로 파악하고덕성지지란 '견문에 의해 싹트지 않는 천덕양지(天德良知)'로서 비경험적이며 초월적인 지로 파악하고 있다.(3) 물론 송유들은 덕성지지와 견문지지를 체용의 관계로 파악하여선천적인 본체의 지를 우등한 것으로 후득적인 견문지지를 열등한 것을 치부하는 것 등에서는 다산의 생각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또한 여기에서 다산이 말하는 도문학의 의미는 성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격물궁리의 공부법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상론할 것이나 중요한 것은다산이 규정하는 하학의 범주이다.

다산에 있어서의 하학의 범위는 객관적인 경험과 양탁(量度)(4)이 가능한 일용행사의 세계에 한정된다. 다산은 하학의 세계를 견문지의 영역으로 한정하고, 본체론적인 심성론과 분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성리학에서는 하학 속에서 부단히 견문지지와 덕성지지의 결합을 꿈꾸고 있다. 일상생활 어디에나 천리가 깃들여 있어, 그것을 깊이 체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주자의 언명에 따르자면,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저 혼연한 본체는 마치 냇물이 쉬지 않고 흐르며, 하늘이 운행하는 것과 같은 것'(5)처럼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그 변하지 않는 덕의 실체, 그것을 찾는 노력이 성리학의 공부론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특히 주자의 저 유명한 중화신설(中和新說)에서는 왜 이 일상적인 하학의 세계가 움직임 없고 고요한 미발의 세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것을 공부론을 통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요컨대 주자는 미발의 세계가 허무적멸의 불가적 세계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학의 영역과 결합하여야 함을 다음과 같이 밝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성리학에서 보여 주는 하학의 세계를 따라가 봄으로써 다산의 하학 공부가 지닌 사상적 의미를 반조해 보고자 한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선유도 15-05-27 16:49
 
다산은 하학을 도문학의 영역으로, 상달을 존덕성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겨울 15-05-27 19:30
 
다산에 있어서의 하학의 범위는 객관적인 경험과 양탁(量度)(4)이 가능한 일용행사의 세계에 한정된다. 다산은 하학의 세계를 견문지의 영역으로 한정하고, 본체론적인 심성론과 분리하고자 하였다.
빈병 15-05-27 19:57
 
효․제․자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소학공부를 부지런히 할 것을 당부한다.
 퇴계나 율곡이 그들 자손들에게 당부하는 가르침과 사실상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성리학의 전 체계를 뒤흔들어 놓던 다산도 거가(居家)의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들 성리학자들의
글과 행동을 본 받을 것을 곡진하게 당부하고 있다.
등대 15-05-27 21:54
 
다산이 유배지에서 그의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다 보면, 그의 가정 교육도 여느 평범한 유자의 그것과 그다지
커다란 차이가 없음을 볼 수 있다. 유가의 자손답게 일상의 삶을 충실하게 살 것을 강조한다.
특히 효․제․자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소학공부를 부지런히 할 것을 당부한다.
등대 15-05-27 21:56
 
대학을 그토록 중시한 다산도 '소학은 대학의 뿌리요 바탕'이다(1)라고 하여 소학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여기에서 당연히 하나의 의문을 갖게된다.
과연 성리학에서의 하학의 세계와 다산이 바라보는 하학의 세계는 동질적인가 아니면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그 차이가 없는 것인가?
도의 세계가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도의 세계로 진입하는 하학의 영역에 대해서도 무언가 다른
해석과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칠현금 15-05-27 22:34
 
下學而上達의 출전 - 논어 헌문(論語 憲問)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자왈 불원천 불우인 하학이상달 지아자 기천호)
 ; 공자 가로되,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래로 배워 위로 통달하나니, 나를 아는 자는 그 하늘일진저.

下는 지금, 上은 옛날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왕(先王)의 시서예악(詩書禮樂)을 배워 선왕의 마음에 통한다'는  풀이와
공안국(孔安國)의  '아래로 인사(人事)를 배워 위로 천명(天命)을 안다'는 풀이가 있음.

《논어(論語)》의 〈헌문(憲問)〉에 "군자는 위로 달하고, 소인은 아래로 달하느니라[君子上達 小人下達]"는 상달하달의 의미와
관련하여  '아래로는 인간의 사리(事理)를 배우고, 위로는 하늘의 도리(道理)에 통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비유하여
'하학상달' 또는 '하학지공(下學之功)'이라 함.

아래라는 의미가 어떻게 해석되든 다산과 같은 유배자에게서 '아래'라는 의미는
판바깥에 처하여 있는 국외자의 관점에서의 도의 근본에 대한 본질적 논제일 것임.
칠현금 15-05-27 22:59
 
새벽에 깨어 앉으니(曉坐)

조각달 새벽녘에 돋아 나오니/맑은 빛 가더라도 얼마나 가리 /간신히 작은 뫼를 올라와서는
/힘없이 긴 강물을 건너는구나/만호에선 단잠이 한참이건만/오론 객이 홀로 노래부른다.

절망과 체념의 땅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원망과 배신의 비감함을 지닌 적객(適客)으로서
유배자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삶의 문제는 '소학(小學)'을 중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데,
 소학(小學)이 조선휴학자들에게 차지하는 의미와 관련이 있으니,
 조선 전기(前期) 재야 유학자들인 사림파(士林派)들의 '행동강령'과도 같은 책이 소학이었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세 차례의 '사화(士禍)' 즉 모오사화(1498년)-갑자사화(1504년)-기묘사화(1519년)를 통하여 사림파들이 훈구파에 의해
도륙당하면서 소학은 금서(禁書)였다. 김종직이 부관참시 당하고 김굉필이 처형당하고 조광조를 비롯한 그 당료들이 참혹하게
제거당하면서 조선 사림들의 바이블로 여겨졌던 소학도 금서로 취급되었으므로
다산과 같은 유배자들도 동병상련으로 '소학'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찢어지는 아픔을 달래려고 하였을 것이다.
칠현금 15-05-27 23:17
 
대학이 성덕군자로서 군왕의 도리를 밝힌 것이라면
소학은 인간의 본질적 도리를 다룬 것으로
전제군주적 왕조사회에서 위리안치라는 극단적 환경에 처한 학자들이
관료로서의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세상 속의 한 범부로서의 입장에 서서
신랄하게 현실을 비판하고 울분을 토로할 수 있는 심리적 근거가 소학 중시의
자연스런 저변심리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정암 조광조가 능주에서 사사될 때 읊은 절명시도 이러한 면을 보여준다.

愛君如愛父(애군여애부) 임금을 아버지 같이 사랑했고
憂國如憂家(우국여우가) 나라걱정을 내집같이 걱정했다.
白日臨下土(백일임하토) 밝은 해가 땅에 내려와서
昭昭照丹衷(소소조단충) 나의 충심(忠心)을 환히 비춰 주겠지


충암(冲菴) 김정(金淨)이 읊은 詠海松에서도 한이 서릿발처럼 어려있다.

海風吹送悲聲遠(해풍취송비성원)
山月高來瘦影疏(산월고래수영소)
賂有直根泉下到(뇌유직근천하도)
雪霜標格未全除(설상표격미전제)
바닷바람은 슬픈 소리를 멀리 불어내고
산달은 높이 돋아 수척한 그림자 성글구나.
샘 아래까지 뻗은 곧은 뿌리 있어
눈서리 몰아쳐도 아직 완전히 없애지 못했구나.

소학의법(小學義法)의 사상적 관점은  모사(謀事)로서의 기질이 아닌
성사(成事)라는 관점의 학문적 지향점을 보여줌으로서
후세에 자손이 나아갈 길을 일러줌과 동시에 시대에 본보기로서
그들의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소학은 그 당시의 혁명경전과 같은 위상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혁명밀알 15-05-28 01:15
 
대학이 성덕군자로서 군왕의 도리를 밝힌 것이라면
소학은 인간의 본질적 도리를 다룬 것
사오리 15-05-27 23:56
 
기심이 사라지면 달빛 맑게 드리우고 바람 불어 와 마음이 절로 밝아지
리니 인간 세상이 꼭 고뇌에 찬 곳이겠는가? 마음이 속세를 벗어나면
절로 수레먼지와 말발굽의 번잡함이 없어 유유자적하리니 하필 산 속만
을 고집하겠는가?
혁명밀알 15-05-28 01:08
 
공자의 도는 下學而上達에 있다. 고로 중용에서 비록 知天을 하는 것(존덕성)을 가장 으뜸가는 공부로 삼았으나,
하학의 방도는 반드시 도문학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겼다. 도문학의 방법은 정미한 것을 극치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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