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5-25 07:36
다산과 주리(主理)의 주자학2
 글쓴이 : 선유도
 
 
다산과 주리(主理)의 주자학2 

퇴계는 다산이 지적한 바 있듯이,

1) 주자학의 연속적 구상의 틀을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그는 '오직 심성(人心()'에서만 전론(專論)했던 것이다이 말은 그가 이()를 우주적 패턴 하에서 인식하기보다 <인간의 도덕적 상황>하에서 갖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뜻한다이런 점에서 주자학을 벗어나 양명학적 요소를 결합했다고 뚜 웨이밍(杜維明)과 웨이신 푸(傅偉勛)는 지적했다. (杜維明, <퇴계학보> 20傅偉勛儒家心性論現代化課題, <從西方哲學到禪佛敎> 한형조, <주희에서 정약용으로>4장 2)

2)의 경우 또한 퇴계의 이기(理氣)이원론적 구도와 닮았다다산은 인간의 경향성을 육신(形軀)과 정신(靈明)으로 갈라 그 둘의 격전장을 실존 상황으로 설정했다이는 퇴계가 주자학적 구도를 변용하면서 대립시킨 이()와 기(), 사단(四端)과 칠정(七情), 도심(道心)과 인심(人心)은 다산의 이분법적 설정과 실질적으로는 겹쳐 있다다산의 영육(靈肉이원론은 서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앞에서 보았듯이 퇴계학파의 일반적 경향이었다다산이 처음 정조의 사단칠정의 물음에 율곡의 설로 응대하자초기 순교자였던 이벽(李檗)이 '인간은 정신(性靈)과 육신(形軀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며 퇴계의 설을 지지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벽은 다산이 주자학을 전면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무기를 제공했던 사람이다성정(性情)의 체용론적 구도를 받쳐주던 사단(四德)과 사단(四端)을 거꾸로 읽는 방식을 경학적 기반에서 일러주었던 사람도 그였다.)

3) 퇴계는 그 선명한 이분법에서사단(四端)과 도심(道心)이 육신의 소종래(所從來)인 기()와는 달리 이()의 초월적 근원으로부터 온다고 말했다퇴계는 내적 경건즉 경()을 통해 초월적 존재인 이()와 대면하며그와 합일한다고 했다퇴계는 이도(理到)와 대월상제(對越上帝사이에 큰 간격을 느끼지 않았다그는 자기 속의 육신의 제 요소를 극복하고 자기 속의 초월자를 대면하기 위해 깊이 내면의 닻을 내렸다이 같은 삶의 자세는 가위 종교적인 것으로서학을 위시한 다른 종교적 전통과 공유하고 있는 대목이다그런 점에서 퇴계는 주자학의 형이상학을 신학적으로 이동시켰다고 할 수 있는데,이는 영육을 이원화하고원시 공맹의 이름으로 상제의 신학을 선명히 주장한 다산의 사유와 궤를 같이 한다.

4) 인간의 도덕적 존엄에 대해 주리(主理)와 주기(主氣)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이 문제는 퇴계와 율곡 사이에서는 뚜렷한 논점으로 등장하지 않는다그것은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가려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복해 있었다인물성동이론에서 이 문제는 선명히 드러난다남당의 주기는 기()의 차별에 입각해 만물의 차이를 강조하고 이것은 곧 차별과 위계로 이어졌다이 차별과 위계는 우주적 생명과 인간 사이에서만이 아니라바로 인간 사이에서도 이미 금 그어진 것이다인간은 신체적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우열을 안고 태어난다인간의 존엄은 여기서 상당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물론 이 같은 선천적 불평등은 후천적 노력을 통해 교정되고 선천적 동일성을 회복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임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그러므로 인간과 다른 생명의 본성이 다르다는 남당의 주기적 견해는 과학적 객관성을 결과하지 않고, 대내적 신분 관계를 정당화하고, 오랑캐인 청에 대한 대외적 불관용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비해 외암의 주리는 기()의 차별성이 아닌 이()의 동일성 위에 정초되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이()에 기원한 천군(天君)으로서 신체의 기질(氣質)에 의해 제약되거나 침범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어 각자에게 주체성을 부여한다. 마음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위상과 권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존엄하다. 그것은 인간과 사물의 차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어떤 차이도 무색하게 만든다. '인간과 다른 생명의 본성이 같다'는 외암의 주리적 견해는 과학적 객관성을 놓쳤을 지는 모르나 신분적 제약을 풀어 주고, 오랑캐인 청과의 대외적 관용 위에서 문화적 교섭과 회통을 진작시키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서 북학이 자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 유학자들 또한 이 바탕 위에서 주자학적 교양을 익히고, 주자학적 공부를 발진시킬 수 있었다. 녹문의 누이인 임윤지당과 또 다른 여성 유학자 강정일당은 '하늘이 내린 성()에 어찌 남녀의 차별이 있으랴'라고 말하면서 성인을 지향해 노력해 갔던 것이다. 임윤지당이 낙론의 주리를 일츨 발전시킨 녹문의 누이인 것 또한 내게는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녹문의 사상은 주기적 외양을 띠고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주리(主理)의 극단화로 보아야 한다.)

다산은 이기론(理氣論)이 숙명적 비관론을 유포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간의 선악이 기질(氣質)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엄밀한 의미에서 행위의 주체는 없는 것이며 그에게서 도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의지가 자유롭다는 것을 천명했다. 인간은 생물학적 필연성까지 거부할 수 있는 부정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본성이 기질에 의해 제약되고 규정된다는 기질지성(氣質之性)의 논리를 거부했다. 이것은 다산의 독창이지만, 또 한편 기질의 결정력을 약화시키면서 이()의 실질적 권능을 부각시킨 주자학의 주리적 계열에서, 또 주자학을 비판하고 심()의 주체성을 강조한 양명학에서 일찍이 내세운 바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점에서 다산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이들에게 빚지고 있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선유도 15-05-25 07:49
 
다산은 인간의 의지에 관하여 어떻게 설명했나?
창호지구멍눈 15-05-25 13:48
 
다산은 이기론(理氣論)이 숙명적 비관론을 유포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된장찌개 15-05-25 17:16
 
다산은 이기론(理氣論)이 숙명적 비관론을 유포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간의 선악이 기질(氣質)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엄밀한 의미에서 행위의 주체는 없는 것이며 그에게서 도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과사람들 15-05-25 18:57
 
다산은 인간의 경향성을 육신(形軀)과 정신(靈明)으로 갈라 그 둘의 격전장을 실존 상황으로 설정했다.
사람과사람들 15-05-25 18:58
 
이는 퇴계가 주자학적 구도를 변용하면서 대립시킨 이(理)와 기(氣), 사단(四端)과 칠정(七情), 도심(道心)과 인심(人心)은 다산의 이분법적 설정과 실질적으로는 겹쳐 있다. 다산의 영육(靈肉) 이원론은 서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퇴계학파의 일반적 경향이었다.
그때그모습 15-05-25 19:31
 
'인간과 다른 생명의 본성이 같다'는 외암의 주리적 견해는 과학적 객관성을 놓쳤을 지는 모르나 신분적 제약을 풀어 주고,
오랑캐인 청과의 대외적 관용 위에서 문화적 교섭과 회통을 진작시키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서 북학이 자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 유학자들 또한 이 바탕 위에서 주자학적 교양을 익히고, 주자학적 공부를 발진시킬 수 있었다.
녹문의 누이인 임윤지당과 또 다른 여성 유학자 강정일당은 '하늘이 내린 성(性)에 어찌 남녀의 차별이 있으랴'라고 말하면서
성인을 지향해 노력해 갔던 것이다
사오리 15-05-25 22:52
 
신기한 것을 경탄하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자는 원대한 식견을 지니지
못하고, 지나치게 절의에 집착하고 특별한 행동을 고집하는 자는 변함
없는 지조를 지니지 못한다.
겨울 15-05-26 09:13
 
인간의 도덕적 존엄에 대해 주리(主理)와 주기(主氣)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이 문제는 퇴계와 율곡 사이에서는 뚜렷한 논점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가려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복해 있었다
산백초 15-05-26 20:26
 
인간과 다른 생명의 본성이 다르다는 남당의 주기적 견해는 과학적 객관성을 결과하지 않고, 대내적 신분 관계를 정당화하고, 오랑캐인 청에 대한 대외적 불관용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이동했다
 
 

Total 9,90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2579 다산정약용: 성리학의 미발 공부와 하학처의 문제 (11) 선유도 05-28
2578 오늘부터... (10) 혁명밀알 05-28
2577 무라카미 하루키의《잡문집》 * 소설가의 눈 (7) 사오리 05-27
2576 고문용호경 (상) 제5장. 제6장 (13) 칠현금 05-27
2575 [복면가왕]상암동 호루라기 '태일' 노래 정체 (3) 딴따라고사리 05-27
2574 2. 성리학의 하학공부에 대한 다산의 비판 혹은 오해 (11) 선유도 05-27
2573 다산 공부론에 있어서 '덕성(德性)'의 문제 (7) 선유도 05-27
2572 태양신의 기호(symbol), 십자가 (12) 게리 05-27
2571 나는 기독교인이라 한라산산신제 집전 못합니다. (7) 게리 05-27
2570 [레고바이블] 저주받은자 (8) 게리 05-27
2569 SNS 난법일기17-의통과 녹 (16) 이순신 05-27
2568 포기란 끝까지 노력한 자의 특권입니다 (8) 혁명밀알 05-27
2567 웬디 웰치의《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웃어넘길 줄 아는 능력 (7) 사오리 05-26
2566 다산 공부론- 회복에서 발전2 (8) 선유도 05-26
2565 다산 공부론- 회복에서 발전 (8) 선유도 05-26
2564 김정난 신동엽 요절복통 요가 19 (5) 딴따라고사리 05-26
2563 고문용호경(상) 제3장, 제4장 (12) 칠현금 05-26
2562 삼일운동의 요람은 천도교 (6) 게리 05-26
2561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의 기원 (8) 게리 05-26
2560 [레고바이블] 조선왕조실록에 KTX (6) 게리 05-26
2559 제 135편「중국」 30- 마오쩌둥의 ‘덧’ 에 걸린 중국 소시민과 지식인들 (17) 전설따라소설쟁이 05-26
2558 작은 관심에서 큰 희망으로 (7) 혁명밀알 05-26
2557 채은의《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 * '고마워, 서머힐!' (7) 사오리 05-25
2556 고문용호경 (상) 제1장, 제2장 (14) 칠현금 05-25
2555 압록강 밥솥!(모란봉 홈쇼핑), (LTE A 뉴스) 웃찾사 (5) 딴따라고사리 05-25
2554 SNS 난법일기16- 수신의 준비. 복록과 녹지사 (16) 이순신 05-25
2553 bbc 기사 번역.... 종교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인가?2 (12) 게리 05-25
2552 bbc 기사 번역.... 종교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인가? (11) 게리 05-25
2551 초대교회의 강력한 라이벌, 미트라교! (8) 게리 05-25
2550 [레고바이블] 아론의 죽음 (7) 게리 05-25
2549 게 두 마리가 갈대꽃(蘆花)을 끌어안고 있다. (11) 옥수 05-25
2548 다산과 주리(主理)의 주자학2 (9) 선유도 05-25
2547 다산과 주리(主理)의 주자학 (11) 선유도 05-25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229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