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두 마리가 갈대꽃(蘆花)을 끌어안고 있다.
열 개의 다리가 분주하게 잡느라 마주보이는 놈은 그만
흰배를 다 드러내었다. 먹을 수도 없는 갈대(蘆)를 과거
급제하는 사람에게 주는 고기쯤(臚)으로 눈 감아달라는
저의는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두 마리가
하나의 갈대꽃을 설레발치는 것은 소과와 대과를 다 노리
고 있는 탓이다. 그래 꽉 잡아라. 만약 놓치면 낙동강 오
리 알이다. 그런데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이라니!
겨우 잡은 줄 알았던 미관말석 자리 연연치 않고 요 게들
큰소리치는 것 좀 봐라 용왕님 계신 곳이라도 나는야 옆
으로 걷는다니. 그것 참 맞는 말이다. 천성을 절대 어기지
않겠다는 말 되먹지않게시리 앞뒤로 걷는다면 게가 어찌
게일 수 있겠는가. 정문일침(頂門一鍼)의 태연자약한 저 놈
들 입성한 번 걸다.
후련한 필치를 따라 오늘 게들이 그림 바깥으로 길을
내고 있다.
이지엽(경기대학교 교수. 시인)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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