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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28 12:55
세종대왕 - 초월적 임금인 동시에 나약한 인간존재
 글쓴이 : 만사지
 

 조선시대의 왕이 이념적으로는 신비한 권능을 가진 존재라 하지만, 그 
들도 역시 나약한 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명분상으로 유교를 수호하
고 이단인 불교를 타도한다고 하면서 부처에게 기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
았다. 이런 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현군 세종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
았다. 

 조선시대의 왕 중에서 세종은 학문적 자질이나 정치적 업적, 효성 등
이 그 누구보다 탁월했다. 한글창제, 국토확장, 문화와 과학기술의 융성
등 세종은 체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세종은 학문을 좋아했으며, 특히 유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세종도 부처에게 절을 하고 기복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세종은 가정적으로 보면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
의 부모인 태종과 민비는 태종이 왕이 된 이후부터 극심한 불화를 겪었
다. 또한 세종은 태종의 셋째아들로서 왕이 될 입장이 아니었는데 아버
지의 결단에 의해 왕이 된 사람이다. 따라서 세종은 왕이 된 후에도 형인
양녕대군과 효령대군과의 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야 했다. 

 게다가 세종은 자신의 부인 심씨沈氏를 몹시 사랑했는데, 아버지 태종
이 외척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처가를 몰살시키는 사태까지 있었
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종은 자신의 처나 처가를 위해 별다른 도움을 주
지 못했다. 부모, 아내, 또 형제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편키 힘들었을 것
으로 짐작된다. 
 세종의 어머니 민씨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산 여걸이었다. 고려말 조선
초의 험악한 현실에서 남편 이방원을 내조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
을 건국하도록 한 이면에는 민비의 내조가 적지 않았다. 이방원이 개국
초의 격벽 속에서 수많은 난관을 뚫고 왕위에 오른 것도 민씨의 내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태종은 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처가식구들을 
몰살시키다시피 했다. 민씨는 온갖 고생 끝에 남편을 왕위에 올려놓았는
데, 정작 남편은 왕이 되자 자신의 공을 원수로 갚은 셈이 되었다. 
 이런저런 일로 태종과 민씨의 사이는 극도로 나빠졌다. 태종은 민씨와
이혼을 하려고도 했지만, 왕이 조강지처를 버리면 안된다는 신료들의 주
장에 별거를 택했다. 민씨는 외롭고도 슬픈 노년을 보냈고, 세종은 옆에
서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세종은 어머니가 말년에 중병에 빠지자 이를 치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
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효험이 없자 마침내 약사여래불 앞에 가서 무
릎을 꿇고 어머니의 쾌유를 기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약사여래불은
인간의 병을 치유한다고 믿어지는 부처님이었다. 어머니의 병을 치유하
기 위해 숭유억불이라는 유교국가의 노선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세종이 자신의 가족과 관계된 문제에서 부처에게 의지한 경우는 이외
에도 많이 있었다. 이는 그의 아내인 심씨가 사망했을 때에 특히 더했다.

 세종은 아내 심씨를 몹시 사랑했다고 한다. 왕이면서도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는 관심에 두지 않아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걱정을 했을 정도
라고 한다. 즉, 이방원은 왕실을 번성시키기 위해서는 국왕이 여러 명의 
후궁에게서 많은 자손을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세종이 오직 일편단
심으로 부인만 총애하자 걱정을 했던 것이다. 이에 태종이 세종에게 후
궁을 들여 자손을 번성시키라는 당부를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세종은 18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중에서 부인 심씨가 생산한 자녀가
10명이나 되었다. 조선시대의 왕비 중에서는 가장 많은 자녀를 생산한
것이었다. 이는 세종과 심씨의 금실이 얼마나 좋았나를 보여준 예다. 
 이런 아내가 별세하자 세종은 몹시 상심했던 듯하다. 그는 아내의 명
복을 빌기 위해 궁궐 안에다 내불당內佛堂이라는 절을 세우기까지 했다.
당연히 관료들의 빗발치는 반말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는 아
내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둘째아들 수양대군에게 석가의 일대기를 편
집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이것이 유명한「석보상절 釋譜詳節」이라는 책이
다.「석보상절」을 본 세종은 한 술 더 떠서 직접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이라는 불교관계저술을 짓기도 했다. 
 왕이라는 신비한 지위에 있으면서 유교국가 조선을 반석에 올려놓은
세종, 누구보다도 유교교리에 정통했던 세종, 그같이 훌륭한 왕도 본질
적으로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한계 속에 있었다고 하겠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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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지 15-03-28 13:02
 
조선시대 임금은 생각보다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제한되었고 권신들의 힘도 막강했다고 보여집니다.
산백초 15-03-28 13:51
 
결국 생로병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일반백성이나 왕이나 마찬가지.
객1 15-03-28 14:22
 
세종 임금님이 육식을 잘하셨으니
생산도 18명 아니것습니까
된장찌개 15-03-28 15:09
 
생식 능력이 탁월하셨네요. 옛날 왕들은 다들 수명이 짧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오리 15-03-28 17:37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비로소 글을 읽어 옛 성현의 훌륭한 언행을 배울
수 있다. 마음이 깨끗하지 않으면 훌륭한 행동을 보아도 훔쳐다가 자신
의 사욕을 채울 줄만 알고, 좋은 말씀을 들어도 그것을 빌어다가 자신의
결점을 감싸는데 쓸 줄만 아니, 이는또한 침략자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갖다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빈병 15-03-28 20:13
 
수양대군에게 석가의 일대기를 편집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이것이 유명한「석보상절 釋譜詳節」이라는 책이
다.
목화씨 15-03-28 23:25
 
태종은 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처가식구들을
몰살시키다시피 했다. 민씨는 온갖 고생 끝에 남편을 왕위에 올려놓았는
데, 정작 남편은 왕이 되자 자신의 공을 원수로 갚은 셈이 되었다.
혁명밀알 15-03-29 00:57
 
석보상절이 지어진 정확한 유래를 알았습니다.
겨울 15-03-29 09:03
 
비록 왕이라도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치면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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