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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02 19:56
새로운 통치법제의 이념2
 글쓴이 : 선유도
 

새로운 통치법제의 이념2


맹자는 측은지심 등의 4심이 (···) 4덕의 단초라 하였다그러나 심은 모두 한 개의 영명한 심체心體[一箇靈明之體]에서 발현하는 것인데명한 심체는 널리 만물에 대응하는 것이다그런데 그것이 발현하는 것을 헤아려 보면 어찌 반드시 4심 뿐이겠는가맹자는 다만 그 중의 4개를 들 었을 따름이다혹 용이라든가 신도 모두 그 일이 실행된 후에 그 이름을 얻게 되는데그것이 발현한 근원을 따져 보면 역시 이 심(즉 영명한 심일 따름이다즉 측은·수오·사양·시비지심을 포함하는 도덕심 또한 모두가 명백히 한개의 영명한 심체에서 발현한다그리고 한개의 영명한 심체란 곧 영지의 전체를 두고 일컫는 심인 것임이 명백하다그런데 영명한 심체란 것은 또 어떠한 속성을 지니는가.

··안일安逸에 대한 욕심은 모두가 형기形氣(즉 육신)로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지만교만하거나 오만하고 스스로를 존대하다고 여기는 죄악은 허령虛靈한 심체心體에서 나오는 것이다그러므로 허령한 심체는 악을 저지를 이가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도학道學과 문장文章으로 스스로 존대 하다고 여기는 자의 경우남이 그를 칭찬해주면 기뻐하고 헐뜯으면 노여워 한다그것(기뻐하고 노여워함)이 형기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지금 사람들은 혹 경의經義를 논하고 혹은 도리道理를 분석하면서 기를 세우고 성을 내어 서로 욕을 하고혹은 문장을 서로 시기하여 서로 해치기도 한다그 때문에 몸을 망치고 화를 당하여도 돌아볼 줄을 모르는데그 마음이 형기의 무슨 이로움을 바라고 하는 짓은 아니다즉 인간은 일상적으로 ··안일과 같은 형이하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존재이다그러나 동시에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영명한 심체’ 자체에서 발하는 정신적 욕구를 추구하는 존재이다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크나큰 악이라든가 거대한 사특邪慝함 또한 자기의 심에서 일어난다”  인간의 영명한 심은 세상 이치를 꿰뚫을 수 있 는 한도가 무한정이니만큼거기서 생겨난 욕구 또한 무한정한 악을 저지르는 데까지 치달을 수도 있게 마련이다.

살필 수 있듯이 인간의 심은 결코 선과 악을 추구하는 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인간 심체가 천부적으로 타고난 영명한’(즉 靈知)기능은 이 세상 만사 만물에 대응하는 무한정한 능력을 가진다그리 고 전통적으로는 흔히 심성心性의 발현을 두고서도 측은지심 등의 4심 을 말하지만실상은 4심 이외에도 수다한 경우가 있으니가령 즐거움 이나 용기라든가 신의 역시 인간의 심에다 뿌리를 둔 것이다”  또 전통 적으로는 희·怒 등의 7을 말하지만, “7정 이외에도 창피하거나 후회하고 원망하거나 한탄하고 강직하거나 해치고자 하고 삼가거나 태 만한 여러 가지 정이 있으니어찌 반드시 7정 뿐일 것인가”  그리고 가령 희···락의 발현과는 관계 없이도 인간의 심의 지각이나 사려思慮는 발현하여”, “사물의 이치를 궁구할 수도 있고 그 의意義를 생각해낼 수도 있으며 온 천하 사물의 변화를 헤아리고 논할 수도 있다”  인간의 심의 기능은 그 활동이 신묘하여 사물의 이치를 궁극적으로 추구할 수가 있다

즉 일··성신星辰의 운행이라든가 천天地·수화水火의 변화는 물론이요멀리는 만리 바깥의 일과 아득히는 천고千古 이전의 일도 이 심을 통해서 그 궁극적인데 이르기까지를 추구할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의 심은 급기야 경학 공부를 통해 성인聖 人의 뜻을 깨쳐내고그 깨친 원리를 응용하여 왕정을 실현하기 위한통치볍제를 마련하며다시 그 법제를 적용하여 현실을 개혁하고 왕정을 구현하는 일에도 무한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게 마련이다.

인간 심체의 영명성에 관한 그와 같이 다양하고도 무한정한 가능성을 깨닫고 개척하였다는 사실이야말로 다산 실학의 독자적 진면목을드러내 주는 중차대한 사례인 것으로 해석된다그런데 다산에 의하면그같은 심성을 지닌 인간은 물론이려니와 세상 만물 또한 모두 상제上帝 즉 천의 조화造化에 따라 각기 생명을 부여받아 생겨난 존재이다. 그리고 천이 부여한 영명한 심과 그 자주권을 부여받은 인간만이 만물을 향용享用하는 주인이다.

무릇 삶과 죽음이 있는 천하의 만물에는 다만 3등급이 있다초목은 생명 은 있지만 지각이 없다금수는 지각은 있지만 영명靈明이 없다인간의 大體(즉 영명한 )’로 말하자면생명을 가지고 태어남에 이미 지각이 있고다시 영명의 신묘한 운용이 있다그러므로 만물을 포괄하여 빠뜨리지 않모든 이치를 추구하여 모두 깨칠 수 있으며을 좋아하고 악을 부끄러이 여긴다…… 우러러 하늘을 보면 일월日月 성신星辰이 삼연森然저기 벌여져 있고 구부려 땅을 살펴보면 초목 금수가 정연히 여기에 있는그 모두는 다 인간을 비추어주고 따뜻하게 해주며 길러주고 섬겨주는 것들이다그러니 이 세상의 주인 노릇 하는 자는 인간이 아니고 누구인은 인간으로 하여금 이 세상을 집으로 삼아 선을 행하도록 해두었 으며일월 성신 초목 조수는 이 집에 이바지가 되도록 해두었다.

여기 다산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인간만을 이 세상의 주체적 존재인 것으로 인식한다무엇보다도 인간만이 이 세상 모든 이치를 추구하여 깨칠 수 있는 능력을 태어나면서 갖추고 있다그래서 만사 만물의 이치를 각기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가 있고그 이치를 인간 자신에 유용하도록 활용할 수가 있다.그래서 초목금수와 같은 자연은 인간이 응당 향용享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된다이같은 인식은조선 후기 실학의 인간관이 다산에 이르러 획기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으며역사와 문명을 포함하는 세계관 전반에 일대전기轉機가 일어나게 되었음을 전해준다그리고 그 전기적 변화의 요체는 곧 천과 직통한다는 인간의 영명한 심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천으로부터 품부한 인간의 영명한 심은 또한 천부적으로 다양한 욕구欲求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 인간의 영명한 심체 안에는 본래 원욕願欲 한 가닥이 있다.이 욕심이 없다면 천하 만사를 다 성취할 수가 없다오직 이익에 밝은 자는 욕심이 이록利祿으로 치닫고오직 의에 밝은 자는 욕심이 도의로 치닫는다욕구가 극진함에 이르러서는 양 쪽이 모두 살신성인하여도 후회가 없으니소위 탐부貪夫는 재물에 목숨을 걸고 열사烈士는 명성에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다나는 일찍이 일종의 색다른 사람을 보았는데그 심이 고요하고 욕구가 없어 능히 선을 할 수도 악을 할 수도 없고 능히 문사文詞도 산업도 할 수가 없으니곧 천지간에 하나의 버려진 물건이었던 것이다인간 이라면 욕구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인간이 스스로 무엇을 추구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천으로 부터 품부한 영명한 심에서 발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정당한 것이므로 긍정되어야 한다이 욕구론은 곧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사萬事 만리萬理를 추구하는 원동력의 근저를 이룬다는 이론이다그리고 이는 또한 성리학의 도덕 정향적定向的 인간관을 지양하고자 하는 이론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다산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보편적 욕심으로는 귀욕貴欲 과 부욕富欲이 있음을 말한다두 가지 욕심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욕심일 터이지만그 이외로도 무한한 영명성을 가진 인간의 심체가 추구할 수 있는 욕구의 분야와 심도는 무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자기의 편의를 위해 이 세상 만물을 향용하는 능력 또한 두루 갖추고 태어난 존재가 인간일진대그 원욕’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무한정으로 다양할 수 있기 마련이다.

가령 주지하듯다산은 성호星湖를 따라 물질문명에 관한 진보론적 소신을 견지하고 있었다그는 말한다. “지려智慮를 미루어 운용하는 것 에도 한계가 있고교묘한 생각으로써 사리事理를 꿰뚫어내는 것에도 차례가 있다그러므로 아무리 성인聖人이라 하더라도 천 사람만 사람이 함께 의논한 것을 당해낼 수는 없고아무리 성인이라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그 아름다운 덕을 모조리 갖추어낼 수는 없다.그러므로 사람이 많이 모여 살면 모여 살수록 그 기예技藝는 더욱 정해지고시대가 내려오면 올수록 그 기예는 더욱 공교해진다…… 이용후생에 필요한 것과 백공百工 기예의 능력 같은 경우는 뒤에 개발된 것을 가서 배우지 않는다면 몽매하고 고루함을 깨뜨리고 편리한 혜택을 일으킬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 진보적 문명을 이룩해내기 위해서는 다수 인간의 사회적 협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산이 말하고 있음 또한 주목할만한 일이다그리고 그와 같이 이용후생의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극단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 본래적으로 타고난사리事理를 추구하고자 하는 원욕이야말로 그 원동력이 된다더구나 다산은이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것은 모두가 인간이 그 일을 실행함으로써야 실현된다고 하는 확고한 소신을 편다곧 인간이 품부한 영명한 심의 주체적 결단과 실행이야말로 모든 가치와 도덕을창출하는 원천이라고 하는 새로운 행사주의行事主義를 주창한다그것이 하필 인···지와 같은 도덕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만 국한하는일이겠는가


선유도 15-06-02 20:00
 
가령 왕정의 실현이라는 궁극적 경세經世의 사업 또한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위정자의 주체적 적극적 분발과 혁신이라는 ‘행사’ 를 통해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소신이다.  이제 인간은 각자 자기 의 심心의 영명한 능력을 극진히 발현한다면, 이전 보다도 더 나은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여러 분야 여러 사업을 단연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구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산의 왕정론은 그와 같이 주체적 책임과 무한한 능력을 구비한 인간들이 열어갈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세론으로 정립되고 있었다.
겨울 15-06-02 21:32
 
인간 심체의 ‘영명성’에 관한 그와 같이 다양하고도 무한정한 가능성을 깨닫고 개척하였다는 사실이야말로 다산 실학의 독자적 진면목을드러내 주는 중차대한 사례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오리 15-06-02 23:22
 
일 적은 것보다 큰 복이 없고 마음 고생 많은 것보다 큰 화가 없으니,
일에 시달려 본 사람만이 일 적은 것이 복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이 평온
한 사람만이 마음 고생 많은 것이 화라는 것을 안다.
혁명밀알 15-06-03 03:14
 
맹자는 측은지심 등의 4심이 (인·의·예·지) 4덕의 단초라 하였다.
그러나 4 심은 모두 한 개의 영명한 심체心體[一箇靈明之體]에서 발현하는 것인데,
 영명한 심체는 널리 만물에 대응하는 것이다
혁명밀알 15-06-03 03:15
 
식食·색色·안일安逸에 대한 욕심은 모두가 형기形氣(즉 육신)로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지만,
교만하거나 오만하고 스스로를 존대하다고 여기는 죄악은 허령虛靈한 심체心體에서 나오는 것이다.
폼생폼사 15-06-03 08:56
 
인간의 심心의 기능은 그 활동이 신묘하여 사물의 이치를 궁극적으로 추구할 수가 있다.
등대 15-06-03 16:30
 
다산은 성호星湖를 따라 물질문명에 관한 진보론적 소신을 견지하고 있었다.
객1 15-06-03 17:27
 
출근해서 잘 읽어 보고 있습니다
선플~
목화씨 15-06-03 17:45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보편적 욕심으로는 귀욕貴欲 과 부욕富欲이 있음을 말한다
목화씨 15-06-03 17:53
 
“지려智慮를 미루어 운용하는 것 에도 한계가 있고, 교묘한 생각으로써 사리事理를 꿰뚫어내는 것에도 차례가 있다
몽마르뜨 15-06-03 18:40
 
천고千古 이전의 일도 이 심心을 통해서 그 궁극적인데 이르기까지를 추구할 수 있다.
I'll keep my fingers crossed for you!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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