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5-21 14:29
잃어버린 인생 20년 줌마.
 글쓴이 : 각설탕
 

무서운 도박중독은 개인은 물론 한 가정을 파탄시킨다. 한 사람이 도박에 빠지면 주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말한다. '이번 한탕만 치고 빠지자' 그 시간이 10년....20년....  도박은 남녀노소가 없다. 남편이, 부인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골방, 모텔, 골목길 빨간 벽돌집, 변두리 폐가, 비닐하우스에서는 끊임없이 국방색 담요위에는 붉은 패들이 허공을 가르고 칩과 수표가 뒤엉킨다. 

서른셋이던 20년 전 박두식(가명)에게  돈 1000만원을 건넨 게 화근이었다. 박두식은자신에게 투자하면 월 10%씩 이자를 쳐주겠다고 했다. 당시 남편은 다니던 무역회사가 망한 뒤 80만원 월급을 받고 배달일을 하고 있었다. 

 ‘10% 이자만 받아도 월 100만원인데…’. 어떻게든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더 이상 자식들에게 가난의 민낯을 보여주기 싫었다. 돈과 차용증을 건넨 건 7월 중순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박두식은 이자는커녕 원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6개월 넘게 드잡이를 했다. 욕설과 주먹이 오갔다. 처음 경찰서란 곳에도 갔지만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되레 쌍방폭행으로 벌금만 내야 했다. 박두식의 집에 차압 딱지를 붙여본들, 돈을 찾긴 어려울 것 같았다. 박두식이 말했다. “니 줄 돈 없다. 대신 나랑 같이 대방동 하우스 가서 셈을 까자.” 돈 대신 도박판에서 쓰는 칩으로 준다는 얘기였다. 그게 20년 도박판 삶의 시작이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들이 늘어갈수록 소위 ‘타줌마(타짜 아줌마)’가 돼 갔다.

 둘째가 배 속에 들어선 때였다. 남편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길바닥에서 애 낳을 거냐, 이 여편네야.” 그래도 어느새 발길은 하우스를 향했다. ‘뿔딱지·바카라·딱지·박카스…’. 도박판에서 쓰는 은어를 들으면 가슴이 쿵쾅댔다. 내게 화투판은 늘 새로웠다. 하우스는 보통 33㎡(10평) 크기의 방에 차려졌다. 커다란 국방색 담요가 깔려 있다. 그 위로 새빨간 화투장과 시퍼런 지폐들이 뒤엉켜 섞인다. 타짜 10여 명의 욕망도 담배연기 속에 얽히고설켜 있다. 50~60대 주부, 타줌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주종목은 ‘20장’이라는 화투놀이였다. 4명이 화투 피 5장씩 나눠 갖고는 ‘끗발’이 가장 높은 사람이 판돈을 다 챙기는 도박이다. 판돈의 10%는 주최 측(도박단 관리자)이 가져간다. 운이 좋으면 1분 만에 100여만원을 딸 수 있다. 주최 측의 돈으로 판에 끼어드는 ‘대타(바람잡이)’의 역할도 중요하다.

 돈을 잃은 사람들은 옆에서 수백만원씩 잃는 대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말빨’ 좋은 대타들은 도박판의 흥을 살린다. 돈을 다 털린 노름꾼 ‘김씨 아저씨’가 주최 측에 두들겨 맞아 질질 끌려나가도 사람들은 힐끗 쳐다만 볼 뿐이다. “차비만 줘. 제발 차비 10만원만 좀 줘!” 김씨 아저씨의 비명에도 꾼들은 꼼짝하지 않고 자기 손에 쥔 패만 들여다본다. 나 역시 대방동·번동·청량리동 등 수많은 하우스를 오갔다. 좀 뜸하다 싶으면 도박판에서 알게 된 타짜들이 수시로 연락을 했다. “오늘 면목동에서 현장 칠 건데(도박판이 열리는데) 봉봉 올래?” 참, 봉봉은 여기서 불리는 내 별명이다. 봉봉 음료수를 사 가서 붙었다.

경찰서에 끌려간 적도 몇 번 있다. 하지만 묻히는 게 더 많다. 경찰 단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장치들도 진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도박 하우스 앞 폐쇄회로TV(CCTV)가 골목을 샅샅이 비추면 거실에 있는 TV를 통해 바깥 상황이 생중계된다. 경찰의 낌새라도 보이면 망을 보는 속칭 ‘박카스’가 외친다. “다구리 뜬다(경찰이 온다). 판 접어.” 그러면 화투판이 금세 치워진다. 우리끼리 ‘민방위(훈련)’라고 한다. 수표는 번호만 적고 찢어서 화장실 변기에 버린다. 돈이 오가는 현장을 덮치지 못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다. “왜 이래요. 우리끼리 술 마시고 그냥 노는 건데….” 이 한마디로 끝이다. 수천만원을 잃어도 중독자들은 도박장이 없어지길 원치 않는다. 내부고발자도 거의 없다. 공권력의 사각지대다. 매년 1400여 명씩 타줌마들이 잡힌다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판에서 영원히 발을 빼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 4월이다. 번동 하우스 ‘지섭이네 집’에서 보름 동안 1500만원을 날렸다. 구력이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주최 측이 장난질을 친 게 분명했다. 홧김에 판을 뒤집었다. ‘딱지(칩 바꿔주는 역할)’ 지섭이가 나를 몰아냈다. 돈가방으로 맞고 발로 차였다. 팔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서러웠다. 한참을 꺽꺽대며 울었다. 25년 전, 첫째를 임신한 나를 차에 태워 드라이브 가던 남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내겐 1000만원의 빚만 남았다. 형제자매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집도 저당 잡혀 날아갔다. 남편과도 서먹하다. 두 아들이 결혼 때까지는 이혼은 않기로 했다. 아들이 전화를 걸었다. “엄마 때문에 불안해 죽을 것 같아.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어버이날에도 집에 안 오는데.”

 전화기를 쥔 손에 생긴 멍이 가시질 않았다. 흘러간 시간의 자국만 얼굴에 선명하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경찰서로 향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 폭행 사실을 다 털어놨다. 부끄러움을 뱉어내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도박은 어느 날 삶의 귀퉁이에서 우연스럽게 다가온다. 푸른 소나무를 온통 잿빛으로 만드는 송충이 무리처럼 야곰야곰 고사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것처럼..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각설탕 15-05-21 14:48
 
도박 중독이라 생각하면 스스로 단절하는 것도 제 마음이고 계속 매달리는 것도 제 마음이니
모든 것이 돈 잃었다고 쌍욕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제 분풀이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제 욕심으로 제가 발담근 것입니다. 노름판에 한 몫 잡으려는 욕심으로 놀음한 분들
국가에서 놀음 돈 돌려주지 않습니다.  사기도박이었다해도 덩달아 어울렸으니 공범입니다
폼생폼사 15-05-21 17:00
 
부인이 20년 놀음 판에 빠졌는데 함께  산 남편이 더 신통방통 입니다
객1 15-05-21 17:32
 
봉봉음료수 사들고가서 봉봉이
거참 ~슬픈 봉봉 아줌마 되것습니다
겨울 15-05-21 19:45
 
도박은 자신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지,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을 패망하게 만듭니다.
선유도 15-05-21 19:52
 
4단계 진행과정을 보면 타짜들이 처음에 돈을 잃어 주는데서 승리를 맛보게 한 후
인생이 막장으로 치달음을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멜론 15-05-21 22:13
 
‘딱지(칩 바꿔주는 역할)’ 지섭이가 나를 몰아냈다. 돈가방으로 맞고 발로 차였다.
쾌쾌한 분위기에 그런 저런 고달픈 인생들 땀 냄새
산백초 15-05-22 09:00
 
도박은 죽음이 아니면 끊기 어려운 것이라 합니다.
주위에 도박중독증에 걸린 사람들 지인들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현포 15-05-22 14:31
 
도박 - 급하게 무언가 이룰려고 하는 마음
우리 주위에는 내가 힘들고 조금씩 벌어도 정상적인 일이나 직장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도박,대박의 한탕심리가 있는 사람에 비해서는, 지금 힘들어도  무언가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오리 15-05-22 23:33
 
모든 소리가 고요해진 가운데 문득 새 한 마리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온갖 그윽한 흥취가 일어나며, 모든 초목이 시들어 버린 뒤에 어디선가
나뭇가지 하나 빠꼼이 솟아남을 보면 곧 무한한 생기가 촉발되어 움직인
다. 여기에서 만물의 본성이 항상 메마른 적 없고 기미의 현묘함이 일어
남을 알리라.,
 
 

Total 9,90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2513 다산과 서학(西學): 조선 유학의 영원한 논제, 주재(主宰)2 (11) 선유도 05-22
2512 다산과 서학(西學): 조선 유학의 영원한 논제, 주재(主宰) (10) 선유도 05-22
2511 SNS 난법일기14 - 주체주의로의 조직화 (18) 이순신 05-22
2510 지갑 속에 담긴 사랑 이야기 (9) 혁명밀알 05-22
2509 로스웰 2~ (15) 향수 05-21
2508 다산과 서학(西學)- 2. 이(理),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의 이름 (9) 선유도 05-21
2507 다산과 서학(西學): 조선 주자학의 연속과 단절 (9) 선유도 05-21
2506 화장실에서 보는 책 < 마음은 청춘. 앗 나의 실수> (8) 객1 05-21
2505 김희원, 천장 뚫는 가창력!! 'Fame♪ (4) 딴따라고사리 05-21
2504 잃어버린 인생 20년 줌마. (9) 각설탕 05-21
2503 조로아스터교에서 예언된 메시아 (8) 게리 05-21
2502 [레고바이블] 삼손에게 씌인 사막잡귀 (8) 게리 05-21
2501    삼손에게 씌인 여호와 귀신 (7) 게리 05-21
2500 고양이 역장, 다행이 동화책 (9) 혁명밀알 05-21
2499 맥스 프리덤 롱의《호오포노포노, 후나의 기적의 치유법》 * 힐러의 손 (9) 사오리 05-20
2498 2592번 만사지님 '하늘에서 내린 천부인권 결론이 혁명이다를 읽고 덧붙임 (13) 똑딱벌레 05-20
2497 로스웰 외계인 인터뷰. 1 (19) 향수 05-20
2496 쉬어가는 길 - 고창 선운사 가는 길 (18) 현포 05-20
2495 다산정약용의 사유(상제)와 서구적 사유의 차이점2 (11) 선유도 05-20
2494 다산정약용의 사유(상제)와 서구적 사유의 차이점 (10) 선유도 05-20
2493 복면가왕 고주파 쌍더듬이-그대안의 블루 (5) 딴따라고사리 05-20
2492 판밖성도의 천지도수 - 변산 개화도수의 지리인사적 기틀 (19) 칠현금 05-20
2491 [군자 삼변(君子三變)에 비춰 본 예수교] (9) 게리 05-20
2490 복음서안에서 엇갈리는 예수의 행적 (8) 게리 05-20
2489 [레고바이블]판관기(=사사기) 19장 1절~30절, 20장 1절~48절 (6) 게리 05-20
2488 허술하게 만들어진 인생의 집 (10) 혁명밀알 05-20
2487 고도원의《위대한 시작》 * 뿌리와 날개 (8) 사오리 05-19
2486 '남산 돈까스' 김형욱과 '제갈조조' 이후락 (10) 목화씨 05-19
2485 회상2-꼴蒭 (15) 아사달 05-19
2484 夜半(야반) (15) 몽마르뜨 05-19
2483 다산정약용 사상과 서구 합리성2 (8) 선유도 05-19
2482 다산정약용 사상과 서구 합리성 (11) 선유도 05-19
2481 클레오파트라,질풍노도 유니콘 - 오페라의 유령 (5) 딴따라고사리 05-19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229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