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와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사진은 4월 20일 자 <국민일보>에 보도된 조용기 목사의 표창 소식. (<국민일보> 전자신문 갈무리)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씨앗 하나를 보내 주셨는데 그분이 조용기 목사님입니다. 조 목사님 한 분이 세운 교회로 말미암아 한국 전체가 복음화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 오마바 대통령께서 조 목사님의 공로를 인정하여 이 상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 1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인 이민 110주년 기념 경축 성회'의 개막식이 열린 4월 18일 미국 LA 주님의영광교회. 강석희 전 어바인(Irvine) 시장이 조용기 목사에게 미국 대통령 표창이라며 문서를 건넸다. 한국 이민자와 남미 이민자 3000여 명이 운집한 자리였다. 행사에 동석한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같이 문서를 받았다.

이 사실은 일부 일간지에 보도됐다. <국민일보>는 4월 19일 자 신문에 "조용기 목사 미 대통령 표창받아…LA 이민 110주년 기념 대회 희망의 복음 제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미주 중앙일보>는 "오바마 표창받은 조용기 목사"라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표창이라던 문서가 사실은 건강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증명서라는 사실이 <미주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강석희 전 시장이 준 문서는 오바마 대통령 서명이 들어 있지만, 표창과는 관련이 없는 '건강·운동·영양에 대한 대통령 협의회'(President's Council on Fitness, Sports & Nutrition)에서 진행하는 생활 체육 진흥 프로그램(The President's Challenge) '액티비티 라이프스타일 어워드'(Presidential Active Lifestyle Award)의 증명서이다.

액티비티 라이프스타일 어워드는 개인과 학교 등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건강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증명서를 받으려면 일주일에 최소 5일 이상, 하루에 30분간 운동(축구·에어로빅 등)을 6주에서 8주 동안 하고 매일 건강 식단에 맞춰 식사한 뒤 홈페이지에서 증명서를 사면 된다. 조 목사와 홍 대표회장이 받은 증명서는 '건강·운동·영양에 대한 대통령 협의회' 홈페이지에서 50센트(한화 약 540원)에 판매한다.

   
▲ 미국 대통령 표창장이라던 문서는 '건강·운동·영양에 대한 대통령 협의회'에서 판매하는 건강 프로그램 이수 증명서다. 건강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은 미국 달러 50센트를 내면 증명서를 살 수 있다. (건강·운동·영양에 대한 대통령 협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표창장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문서의 정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표창이 아니라 증명서라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미국(주최 측)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조용기 목사 측근은 "그때 같이 가지 않아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무엇을 준다고 했을 때 확인하고 받지는 않는다. 수행한 사람의 잘못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표창을 직접 건넨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상을 전달하고 준비해 준 내용을 읽었을 뿐이다. 전달한 표창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기념 성회를 주최한 한기총 세계총회 대표회장 류당열 목사는 <미주뉴스앤조이> 취재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류 목사는 "확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표창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식의 말로 즉답을 피하다가 기자가 반복해서 가짜 표창인 줄 알고 줬느냐고 묻자 "<국민일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을 왜 문제 삼느냐. 거대 신문하고 한번 싸워 볼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 <순복음가족신문>이 4월 21일 자 1면 톱 기사로 다룬 조용기 목사의 표창 소식. (<순복음가족신문> 전자신문 갈무리)
   
▲ 조용기 목사와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표창을 받았다는 글과 사진이 한기총 누리집 게시판 '새소식'에 실렸다. (한기총 누리집 갈무리)